태국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유기준 "盧와 탁신은 닮은 꼴"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20일 국회 현안 브리핑에서 "태국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는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탁신 총리의 통치스타일은 여러가지 면에서 노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위험한 논평을 시작했다.

유 대변인은 "(탁신 총리와 노 대통령은) 앞뒤를 가리지 않는 튀는 언행과 언론과의 전쟁에서 무척 닮았고, 특히 비판언론을 상대로 1백27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언론과의 전쟁에 열을 올리면서 정권의 위기를 자초한 점이 닮은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코드인사와 낙하산 인사로 인한 혼란, 청와대 측근들의 비리연루 의혹,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노무현 정권은 이번 태국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평이 다소 위험하다고 판단한 기자들은 유 대변인의 논평 직후 논평의 의도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던지자, 유 대변인은 "우리 정치권, 특히 정부여당이 태국의 사례처럼 실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열린당 "한나라당, 태국 쿠데타에 고무됐냐"

하지만 당연히 열린우리당이 가만 있지 않았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타산지석 발언은 무리고, 지나친 실언"이라며 "이게 말인지 소인지 돼지인지 정말…,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급하게 국회 기자실을 찾아 "태국의 쿠데타에 매우 고무되신 것 같다"며 "유 대변인의 발언은 대통령을 그런 정도의 문제만으로도 얼마든지 대한민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매우 중대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외국의 불행한 쿠데타를 사례로 들어서 노 대통령에게 쿠데타의 위협을 가하는 것은 공당의 대변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야 할 논평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논평이 있다. 이런 사안을 갖고 한나라당은 쿠데타를 조장하고, 쿠데타를 유도하겠다는 발언인가. 즉각 취소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국회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면서 "유기준 대변인이 타산지석 발언을 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고 한 건지, 그러진 않을 텐데"라고 탄식했다.

정가에서는 극우단체들이 내달 13일 노대통령 퇴진 집회를 갖기로 하는 등 보수진영 일각에서 대통령 퇴진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데 따른 유 대변인의 결정적 실언이 아니냐며 한나라당의 불감증을 지적하고 있어 한나라당 대응이 주목된다.

다음은 문제의 유기준 대변인 논평 전문.

태국의 쿠데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태국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는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태국의 쿠데타는 1932년 입헌군주제로 국체를 바꾼 이래 19번째 쿠데타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식민통치를 경험하지 않았지만 국내의 정치변동은 유독 심한 나라가 태국이다.

태국은 그동안 두 차례의 민주화를 경험했으나, 그 후에도 쿠데타는 반복되었다.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으며, 고비마다 군부의 개입으로 헌정이 중단되었다. 그동안 태국의 쿠데타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했지만, 이번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를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쿠데타의 주요인은 부패한 권력이었다. 취임 초 탁신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나,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로 쿠데타를 초래하였고, 국민들의 지지마저 잃고 있다.

탁신 총리의 통치스타일은 여러가지 면에서 노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앞뒤를 가리지 않는 튀는 언행과 언론과의 전쟁에서 무척 닮았다. 특히 비판언론을 상대로 127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언론과의 전쟁에 열을 올리면서 정권의 위기를 자초한 점이 닮은꼴이다.

코드인사와 낙하산 인사로 인한 혼란, 청와대 측근들의 비리 연루 의혹,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노무현 정권은 이번 태국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