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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나라, 냉담한 호남민심 잡기 안간힘

지방선거-차기대선 겨냥해 애끓는 구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동시에 호남을 방문했다. 짧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민심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고, 길게는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한나라당의 '서진 정책'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1일 전북 지역 정책투어에 나섰다. 이번 주를 '천막당사 초심 실천주간'으로 정한 한나라당이 정책 투어의 장소를 호남 지역으로 정한 것은 이채롭다. 한나라당의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지율이 가장 낮은 지역에서 밝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대표는 당 지방자치위원회 주최 전북 지역현안토론회에 참석, "이번에 전북지역에선 새만금사업을 계속 추진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서 다행스럽고 기쁘게 생각하고 새만금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며 "호남고속철 예산이 원래 1백억원인데 조기 완공을 위해 2백억원을 증액해서 현재 3백억원으로 예산이 통과됐고, 원래 목포에서 오성까지의 구간에 호남고속철의 완공 기간이 2017년에서 2015년으로 2년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지역 경제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호남 구애에 나서는 것은 이제 70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분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과거 대선에 호남 지역에서 한 자리수 득표율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은 영남 지역에서 30% 전후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런 상황이 차기 대선에서도 유지된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은 어렵다는 자체 진단이 나온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호남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득표율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지만, 박근혜 대표 개인은 그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판단도 한 몫 하고 있다. 박 대표가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대선후보 경쟁에서 우위에 서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박 대표의 호남 끌어안기 노력은 남다르며, 한나라당도 박 대표 노력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위기의 우리당

열린우리당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지난 21일 여수에서 지방순회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지역 현안인 여수 엑스포 유치를 굳게 약속하며 "여수에 오니 여당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현재 우리당의 상황은 한나라당보다 더 어렵다. 당장 70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완패할 것이란 전망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텃밭으로 여겨졌던 호남에서마저 전남-광주 지역은 민주당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차기 대선을 고려해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고건 전 총리가 여당과의 통합 없이 출마하게 된다면 호남표를 쪼개가져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을 전환시키지 못하면 차기대선은 백전백패다.

이 같은 절박함이 정 의장의 목소리에도 묻어났다. 정 의장은 "보다 확실히 (공약을) 실천하려면 여당이 힘이 있어야 하는데 힘이 부족하다"며 "5.31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부족한 힘을 채워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겠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유력한 차기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고건 전 총리도 오는 23일 전북대학교에서 특강을 갖는다. 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북대학교와의 인연을 밝히며 줄곧 주장했던 '통합의 리더십'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최근 고 전 총리는 노골적인 대선행보를 시작, 우리당측을 긴장케 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애끓는 구애에 호남민심이 어떻게 답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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