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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 합의 과정 '무력함' 입증한 3시간 줄다리기

시간순으로 본 전효숙 임명동의안 처리 무산 과정

보름 가까이 끌어온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 5당의 끈질긴 줄다리기가 19일 본회의를 앞두고 벌어졌다.

특히 한나라당은 처음에 문제삼았던 절차상 하자보다 전효숙이란 인물에 대한 거부감을 명확히 드러내 사태해결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효숙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청와대의 임명철회 가능성도 보이지 않고 있어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19일 국회에서의 극한 대치는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단상 점거로 시작됐다.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연 한나라당에서는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단상을 점거해야 한다"는 안상수 의원의 발언이 나온 후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등 10여 명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했다. 이들은 '헌법파괴 원천무효' '헌법파괴 하지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혹시 있을지 모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저지했다.

긴박함 속에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여야 원내대표 회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던 야4당 원내대표 회담이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기자들에게 전해졌다. 오후 2시 10분부터 시작된 야4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정진석 국민중심당 원내대표는 "대승적으로 하자"고 합의를 종용했고,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상점거를 철수하라"고 한나라당에 요구했다. 이에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단상점거 철수는)안 된다"라고 거부해 이날 회담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회담이 시작된 지 약 40여 분 후 회담장을 나섰다. 회담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원내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빠져나갔다. 잠시 후 본회의장에 있던 이재오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본회의장을 빠져 나와 한나라당 대표실로 향했다. 또한 김형오 원내대표가 회담장에서 빠져나온 후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회담장으로 들어가는 등 여야간 긴박한 움직임이 국회 귀빈식당에서 이뤄졌다.

회담장 안에서 논의되는 것이 궁금했던 기자들은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온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을 화장실 안까지 쫓아가 현재 진행상황을 물었다. 이 대변인은 "야3당이 중재안을 제시했고, 한나라당의 입장조율을 위해 김형오 원내대표가 나갔다"고 설명했다. 회담장에서 잠깐 나와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기자들이 따라가면서 진행상황을 묻자 기자 출신의 정진석 국민중심당 원내대표는 "이건 아니잖아. 나도 (기자시절엔)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자들에겐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담장의 정보가 절실했던 것이다.

한나라당, 중재안 놓고 또 당내 이견 보여

이런 가운데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홀로 대표실에서 나와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이 최고위원은 "중재안을 안 받기로 했다"고 간단히 언급하며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대표실에서 나온 김형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입장변화는 없다"고 했고, 강재섭 대표도 "중재안이 뭔지 모르겠다"며 "애매모호하니까 원래 하던대로 한다"고 중재안 거부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 같은 입장을 정하기까지 긴급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찬반투표를 하자는 김형오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동료들이 농성을 하는데 (중재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하자는게 말이 되느냐"고 고함을 지른 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반면,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직권상정 저지가 아닌) 표결불참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라고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김한길, 여당 책임 없고 비교섭 야 3당과 한나라당에 책임회피 급급

한나라당의 거부입장이 나온 후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회담장을 나서며 "비교섭 3당의 중재안을 한나라당이 거부했는데 그에 대한 비교섭 3당의 입장이 나오면 우리 입장도 정리할 것"이라며 "비교섭 3당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나온 것"이라고 또 다시 공을 비교섭 3당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아주 불행한 일이다"라며 "한나라당은 절차가 아닌 전효숙이란 사람에 대한 것을 더 큰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불만 섞인 말을 남겼다.

이처럼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오후 5시께 비교섭 야3당은 "본회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여당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법사위에 회부하면 그 때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릴 것이며 한나라당의 참여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몇 시간의 사투 끝에 결국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는 하루가 된 셈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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