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이영표, 잇단 결장에도 왜 '여유만만'?

마틴 욜 감독, 왼쪽 윙백 이영표-에코토 '더블캐스팅' 구상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데뷔, EPL 데뷔시즌 내내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의 부동의 왼쪽 윙백으로 활약을 펼쳤던 이영표(토트넘 홋스퍼)가 올 시즌들어 경쟁자 아수-에코토에 자리를 내주며 최근 토트넘의 3경기에 연속 결장, 주전경쟁에서 밀려난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영표 본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여유로움을 나타내고 있어 그 속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영표, UEFA컵 경기 포함 최근 3경기 결장

이영표는 지난 17일 밤(한국시간) 선발출장이 예상되던 2006-2007 EPL 5라운드 풀럼과의 경기에서 전후반 90분 내내 벤치를 지키며 팀의 0-0 무승부를 지켜봤다. 이영표의 포지션인 왼쪽 윙백의 자리에는 유럽축구연맹(UEFA)컵 대회 경기를 포함 5경기 내내 자리를 지킨 에코토가 어김없이 기용되어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주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이영표는 출전선수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국가대표 경기를 가진 탓에 체력안배차원에서 마틴 욜 감독이 아예 출전선수명단에서 제외시킨 결과였다.

그리고 지난 15일 UEFA컵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와의 경기에서 이영표는 출전선수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하지 못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욜 감독이 이영표를 이틀 후에 있을 풀럼과의 경기에 출전시키기 위해 에코토를 UEFA컵 경기에 출전시켰다는 예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단 이틀을 휴식하고 곧바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17일 풀럼과의 경기에서 에코토는 여전히 왼쪽 윙백으로 선발출장,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경쟁자 에코토를 "내가 가진 장점보다 더 많은 장점 가진 선수" 칭찬도

◀ 최근 소속팀 토트넘의 3경기에 연속 결장하면서 주전경쟁에서 밀린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이영표 ⓒ연합뉴스


이쯤 되면 경기 직후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는 이영표의 표정이 밝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의외로 이영표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밝았다. 거기에 더해 경쟁자인 에코토에 대해 "내가 가진 장점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가진 선수"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이 날 이영표는 현재 욜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자신의 컨디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AS로마로의 이적이 무산된데 따른 보복성의 출장기획박탈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하여 이영표 스스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욜 감독의 올시즌 선수기용 구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

우선 욜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욜 감독이 이영표의 기용에 대해 나름대로의 구상을 언급해 이영표와 그 뜻을 공유했을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이영표 이외의 왼쪽 윙백 자원이 없던 욜감독은 이영표의 컨디션이 좋고 나쁨을 떠나 그를 기용해야하는 상황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프랑스리그로부터 에코토라는 수준급의 왼쪽 윙백 자원을 확보함에 따라 나름대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를 고를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 가능한 상황을 맞았다.

따라서 욜 감독으로서는 새로이 프리미어리거가 된 에코토에게 빠른 시간안에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리그 초반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에코토가 리그에 충분히 적응했다는 판단이 드는 시점에서 이영표와 적절한 출장시간 분배를 통해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을 이영표와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 장기 공연을 펼치는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더블캐스팅 하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EPL에서 이미 검증된 이영표의 기량도 스스로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

이영표가 에코토의 활약에 대해 여유로울 수 있는 또 한가지의 이유는 역시 기량과 경험면에서 에코토에 뒤질게 없다는 자신감이다.

이미 한 시즌동안 EPL 무대를 확실히 경험하며 리그 적응을 마쳤을 뿐 아니라 2006 독일월드컵을 통해 세계 수준의 선수들과 맞대결을 통해 세계 정상급의 수비수라는 기량검증을 받은 이영표의 입장에서는 언제는 준비만 완벽하다면 욜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영표의 EPL 데뷔초기와 에코토의 EPL 최근 리그 경기에서의 평점을 비교해보면 지난 시즌 이영표가 받은 평점이 1-2점 가량 높은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물론 승승장구하던 지난 시즌 초기와 1승1무3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올 시즌 초기의 토트넘의 팀성적도 개별 선수의 평점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매경기 평점이 팀 내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에코토의 현재와 팀 내 최고평점은 물론 데뷔전을 통해 EPL 주간 베스트11에도 선정된 바 있는 이영표의 지난 시즌을 비교해 보면 이영표의 능력이 에코토에게 다소 우위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욜 감독의 선수기용구상과 이영표의 여유만만힌 태도가 어떤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지난 시즌 욜 감독이 이영표에게 보냈었던 무한신뢰를 감안해본다면 이영표가 결장한 최근 3경기의 상황을 두고 위기상황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어보인다.

따라서 현재로서 중요한 것은 매경기 이영표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언제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독실한 크리스챤답게 이영표는 "항상 깨어있어라"는 성경 구절을 되뇌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임재훈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