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인사들도 현장 가보더니 4대강 문제점 이해"
이원영 교수 "정부, 낭떠러지 향해 달려가는 들소떼 같아"
이원영 교수는 이날 이상돈 중앙대 교수 블로그에 올린 객원칼럼을 통해 "보수성향의 사회저명인사들과 얼마 전 4대강 현장답사를 한 적이 있다"며 "이 분들과 함께 낙동강 상류의 모래 강에 발을 담그고 발목 깊숙이 들어가는 모래 강바닥을 한발 씩 걸으면서 모래의 정수효과를 설명하고 바닥에 보이는 깨알 같은 모래곤충을 보면서 하천생태계를 설명해주었더니 이 분들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체험으로써 이해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 강은 그 자체가 거대한 정수장치이자 생태계의 보고라는 것"이라며 "필자는 이런 모래강을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면서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설명할 수 있기를 아직도 기대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자신과 함께 현장답사를 할 것을 제언했다.
그는 절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는 이 대통령에 대해 "임기5년의 월급쟁이가 자기 신분을 잊고 주인에게 ‘두고 보라’는 말만 던지고 있다"며 "월급쟁이가 주인 땅을 무시하고 파헤치고 있는데, 주인이 그만 하라고 했으면 그만두어야 마땅하지 않은가"고 반문했다.
그는 공사가 많이 진행돼 사업을 멈출 수 없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해온 공사를 어떻게 그만 두느냐고? 그건 그야말로 현장을 모르는 얘기다. 당장 중단해도 문제가 없다"며 "물 막는 보(댐)는 해체하되 교각은 살려서 보행교로 활용하면 된다. 바닥 파헤치는 준설은 그것을 그만두면 시간이 걸려도 생태계가 알아서 복원한다. 이미 공사를 많이 했다는 것은 사업을 계속할 핑계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민의를 거스르면서까지 강행하려는 정부의 모습은 절벽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들소 떼를 보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말 만 믿고 4대강 사업에 올인하는 현 정권의 모습은 앞장서서 달리던 한 마리 들소 때문에 온 무리가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은 들소 떼의 그것이 아닐까"라는 강력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다음은 이 교수 글 전문.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들소 떼
- ‘4대강 정부’의 불쌍한 모습-
필자가 경부운하구상안을 처음 본 것은 1996년이었다. 어느 민간인사가 경기도에 제안한 것을 당시 공직자들과 전문가들이 검토하였다. 처음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내륙으로 배가 다닌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선입견 없이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차츰 여러 가지 큰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배가 다니려면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물을 가두어 두어야 하는데 갈수기에 먹는 물 수질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운하수송은 느릴뿐더러 화물을 환적하는 시간 때문에 경제성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운하 공사는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운하는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라고 결론이 난 것이다. 그러나 십년이 지난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내 걸었고,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작년 가을부터 ‘4대강 살리기’ 라는 이름으로 강을 파헤치는 황당한 토목공사가 전국 곳곳에서 강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 공사가 ‘강 살리기’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강 살리기’인가? 강을 살리는 일에는 기본이 있다. 과거에 만들어졌던 인공적 상태를 자연적 환경으로 전환하자는 노력이 그것이다.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울산 태화강도 강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던 보를 철거하고 자연상태로 돌려놓음으로써 강을 살리는 데 성공한 사례이다. 대통령이 얼마 전에 칭찬한 안산의 시화호도 마찬가지다. 해수를 유통시켜 자연상태로 돌려놓음으로써 생태계가 회복된 것이다. 선진국의 강 살리기도 어디까지나 자연의 원래 모습을 다시 찾아주는 방식이다. 살아있는 자연상태의 4대강에 ‘살리기’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
지금 벌이고 있는 4대강 공사는 운하방식의 공사다. 운하를 포기하겠다고 천명한 마당에 왜 이런 의심받는 방식을 고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올해 3월 대구에 가서 ‘이제 대구는 내륙이 아니라 항구다’라고 한 말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이 인공구조물 공사는 상류의 다목적댐이나 식수댐과는 달리 본류의 물을 댐처럼 가두고 수심을 유지하려 바닥을 파내는 일이 전부다. 멀쩡한 생태습지를 파괴하고 모래를 몽땅 파내는 황당한 일이 4대강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모래가 바로 우리 강의 생명인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강에는 화강암 산지에서 흘러내려온 모래가 많아서, 어느 강이나 그것의 원래 모습은 백사장이 가득하여 구비구비 느긋하게 흐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상류에 큰 댐들이 건설되자 모래가 흘러내려 올 수가 없어서 강 본류에선 모래사장이 사라져가고 있다. 다행히 또 세월이 흘러서 4대강 곳곳에 모래사장과 습지 생태계가 다시 생겨났다. 그런데 이번엔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모래 강을 아예 통째로 들어내려고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보수성향의 사회저명인사들과 얼마 전 4대강 현장답사를 한 적이 있다. 이 분들과 함께 낙동강 상류의 모래 강에 발을 담그고 발목 깊숙이 들어가는 모래 강바닥을 한발 씩 걸으면서 모래의 정수효과를 설명하고 바닥에 보이는 깨알 같은 모래곤충을 보면서 하천생태계를 설명해주었더니 이 분들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체험으로써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강은 그 자체가 거대한 정수장치이자 생태계의 보고라는 것. 필자는 이런 모래강을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면서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설명할 수 있기를 아직도 기대하고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다. 물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돈이 든다. 그러므로 물을 위로 끌어 올리려면 그 목적과 편익이 분명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공사도 마찬가지다. 이에 있어서 기술은 큰 문제가 아니다. 목적과 편익이 분명해야 국민의 혈세를 들일 수 있는 법인데 4대강 사업에는 이게 없다. 이 정권이 다한 다음에도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업이거늘 그 타당성을 전혀 따지지 않고 사업을 밀고 나가고 있다.
중단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면서 임기5년의 월급쟁이가 자기 신분을 잊고 주인에게 ‘두고 보라’는 말만 던지고 있다. 월급쟁이가 주인 땅을 무시하고 파헤치고 있는데, 주인이 그만 하라고 했으면 그만두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해온 공사를 어떻게 그만 두느냐고? 그건 그야말로 현장을 모르는 얘기다. 당장 중단해도 문제가 없다. 물 막는 보(댐)는 해체하되 교각은 살려서 보행교로 활용하면 된다. 바닥 파헤치는 준설은 그것을 그만두면 시간이 걸려도 생태계가 알아서 복원한다. 이미 공사를 많이 했다는 것은 사업을 계속할 핑계가 될 수 없다.
국민은 알고 있다. 대통령의 장담이 평범한 속담을 넘어설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청계천 인공수로의 유지관리에 비용이 드는 것처럼 4대강 사업은 다음 정권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유지관리비용을 요구할 것이기에 결국 4대강은 원상복원 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면서 문수 스님이 돌아가셨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자신의 한 몸을 기꺼이 바쳐 뭇 생명들이 죽어가는 이 세상에 경종을 울리신 것이다. 우리들의 가슴을 뻥 뚫어 놓고 가셨다. 4대종단의 성직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수천 명 교수들이 모여 거듭 반대하고 있다. 이 모두 우리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게 무슨 징조인가?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민의를 거스르면서까지 강행하려는 정부의 모습은 절벽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들소 떼를 보는 것 같다. 대통령의 말 만 믿고 4대강 사업에 올인하는 현 정권의 모습은 앞장서서 달리던 한 마리 들소 때문에 온 무리가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은 들소 떼의 그것이 아닐까.
2010년 7월 5일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