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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기업이익 전망' 믿을만 한가

[송기균의 마켓뷰] '환율 특수' 계속 갈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는데도 코스피가 선방하고 있다. 그것은 상장기업의 실적호조와 그에 따른 밸류에이션(valuation) 매력 때문이다.’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주식시장을 지켜본 증권업계에서 내놓은 관전평이다.

지난 금요일 다우가 3.2% 하락한 것을 비롯하여 전세계 증시가 평균 3% 하락하였는데 코스피는 그 절반인 1.6% 하락에 그쳤다. 월요일인 6월7일 다우가 또 1.2% 하락하였는데 다음날 코스피는 되려 0.8%나 올랐다.
이처럼 세계 증시보다 한국증시가 덜 하락한 것이 한국기업들의 이익호조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고 증권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유럽과 미국의 악재에 더해 북한과의 무력충돌 위험이 고조되어 코스피가 급락할 때도 다수의 증권전문가들이 똑 같은 말을 하였다. 상장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므로 머지않아 주가가 장기 상승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세계 증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국내 증권업계와 언론에서 ‘한국증시의 구원투수’로 내세우는 상장기업 실적호조의 본질이 무엇인지 짚어보자.

기업이익과 주가와의 관계를 금방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를 보면 된다.

금융위기가 본격화 되기 전인 2007년 말부터 올 6월8일까지의 삼성전자의 주가를 세계적인 IT기업들과 비교해보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결과를 보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IT기업인 미국 인텔사의 주가는 그 기간 동안 24% 하락하였고, 일본의 소니 주가는 무려 58%나 하락하였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동안 주가가 41%나 상승하였다.



내로라 하는 초우량 IT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였는데 삼성전자만 폭등한 이유는 기업이익이다. 2008년과 2009년은 전 세계가 몇 십년 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었고, IT기업들은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였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순이익이 급증하였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삼성전자 매출의 26%를 점하는 반도체의 세계수요가 2009년 30% 가까이 감소하였고,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휴대폰의 세계수요도 10% 감소하였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총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2%다.

제품에 대한 수요가 이 정도로 감소하면 순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익이 사상 최대로 증가하는 기적 같은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환율 말고는 해답을 찾을 곳이 없다.

MB정부 출범 당시 947원이었던 환율이 2009년 평균환율 1276원으로 무려 329원이나 폭등하였다.단순 계산에 의하면 환율이 329원 상승하면 삼성전자의 이익이 약 11조원 증가한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수출기업들은 환율상승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2009년 상장기업 순이익이 전년보다 71%나 급증한 것도 다 환율 덕택이다.

올해 기업이익이 얼마나 증가할지 아니면 감소할지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도 역시 환율이다. 만약 1분기 평균환율인 1143원이 하반기에도 유지된다면 환율하락만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4조원 이상의 이익감소효과가 발생한다.

북한과의 무력충돌 위기가 대두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MB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되살아나면서 환율이 치솟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율상승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가계소득은 감소한다. 가계소득을 수출기업의 이익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환율상승효과인 것이다. 경제에 공짜점심은 없다라는 평범한 진리는 환율에도 적용된다.

소득이 감소하면 가계는 소비를 줄일 것이고 그 결과 GDP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결과다.

수출기업을 위해 환율상승을 부추길 것이냐, 아니면 성장률을 위해 환율이 제자리를 찾도록 시장에 맡겨둘 것이냐. MB정부는 이런 고민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환율과 경제성장률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필자의 졸저 <환율지식이 돈이다>(2010.5)를 읽어보기 바란다.

필자 소개

서울대 경제학과, 동원증권런던법인 대표,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 현 송기균경제연구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2009.5) <유동성 파티>(2009.10) <환율지식이 돈이다>(2010.5)
송기균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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