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급식비리를 비롯한 일련의 재단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파면 조치된 동일여고 조연희(국어. 42), 음영소(체육. 48), 박승진(체육. 48) 등 세 명의 교사들에 대해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해임'과 '정직 3개월'이라는 결정을 내려 파문이 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 유선규)는 11일 오후 학교측의 파면조처에 반발, 소청심사를 제기한 이들 3명의 동일여고 교사들에 대한 소청심위를 열었다. 소청심위는 3명의 교사들의 소명과 학교측의 반박 등 양측 견해를 듣고난 뒤 이 날 저녁 조연희 교사에게는 ‘해임’을 음영소ㆍ박승진 교사에게는 ‘정직 3개월’ 결정을 전화 통보했다.

그러나 소청심위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소청심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결정문을 작성하고 있고 보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소청심위 위원들이 충분히 양쪽 진술과 자료들을 토대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 (결정) 사유는 결정문에 담겨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법원도 무죄 판정했는데 교육부가 교사 퇴출에 동조?

소청심위의 결정을 놓고 “학교 비리를 고발한 내부 고발자를 보호는 못할 망정 교육부가 앞장서서 교사 퇴출에 동조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법원도 이들 3명의 교사들에 대해 ‘공익 제보’를 인정한 상황이어서 비난여론은 더욱 거세다.

법원은 최근 2심 판결을 통해 조 교사에게는 벌금 50만원을, 나머지 2명의 교사들에 대해서는 ‘무죄’를 판정했다. 특히 학교측이 문제삼는 명예훼손 부분에 있어서 법원은 3명 교사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즉 이들 교사들의 재단 비리 폭로가 공익 제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

소청심위의 결정 소식을 전해들은 조 교사를 비롯한 3명의 파면 교사들은 한마디로 ‘충격’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음영소 교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재단 비리와 관련해 이사장은 고작 벌금 3백만원을 받았고, 교육청이 중징계 처분을 내리라고 지시한 학교관계자는 견책 등의 경징계를 당했다”며 “이에 반해 1년 4개월간 직위해제 상태에서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해임과 정직 3개월을 결정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소청심위 판정을 비난했다.

음 교사는 특히 “똑같이 우리들과 지난 2003년부터 학교 정상화를 위해 싸웠던 조연희 교사만 해임 결정이 난 것은 납득키 힘들다”며 “아마도 조 교사가 당시 동일여고 분회장이었던 것을 문제삼아 소청심사위에서 우리와 학교측 양쪽의 균형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물로 삼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소청심위의 해임 결정으로 교단 퇴출 결정을 받은 조연희 교사의 충격은 더욱 컸다.

조 교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판결문이 나오기까지 15일 정도 걸리니까 판결문을 받아봐야 정확한 결정 이유를 알 것”이라면서도 “솔직히 너무 충격적이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법에서도 우리 행동을 공익성을 감안해 무죄 판결을 내렸고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도 투명상을 받았고, 그리고 1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리의 복직을 위한 서명을 해 주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학교 비리, 재단 비리에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그저 비리를 폭로한 우리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에 분노가 인다”며 “나 말고도 나머지 두 선생님들에게 정직 3개월 내린 것도 정말 납득키 힘들다. 그 분들은 법원에서 완전 ‘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았냐”고 소청심위 결정을 정면 반박했다.

이들 교사는 이번 결정에 불복해 조만간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소청심위 “민노당 당원인가?” 엉뚱한 질문만...

소청심위 과정을 놓고도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동일여고 파면교사들에 대한 소청심사 결정을 위해 열린 소청심위에서 소청심위 위원들은 파면 교사들에 “민노당 당원이냐”며 이번 내부 고발 문제를 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위원들이 있었다.

소명 발언을 위해 소청심위에 출석한 조 교사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이 나에게 ‘복직 투쟁을 위해 그 지역 시민단체들과도 연대하던데 그 중에 민노당 금천지역도 있던데 조 교사는 당원이냐’고 질문했다”며 “그 질문을 받고 정말 이 문제를 색안경을 끼고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고 소청심위 위원들의 속내를 의심했다.

또 조 교사는 “당시 우리는 소청심사위원들에 ‘학교 비리를 밝히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법원도 우리 손을 들어주지 않았냐’고 소명했지만 소청심사 위원들 중 한 사람은 우리에게 ‘교사로서 지나친 행동으로 생각이 드는데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있었나’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비리 저지른 사람은 살기 좋고 비리 고발한 사람은 살기어렵네"

소청심위 판정 결과가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교육부를 비난했다.

아이디 '장민석'은 "비리 고발하는 교사를 해임시키면 앞으로 어떤교사가 잘못된 학교 운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지나친 비판도 조심해야되지만, 변화 없는 발전은 있을수 없다"고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아이디 ' ENERGIZER'은 "이 나라 사학들 좀 어떻게 안되는 건가? 이렇게 수십년동안 문제가 많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겪어 봤음에도 그냥 두어야 하는 건가"라고 개탄했다.

아이디 '유레카'는 "대한민국은 비리저지른 사람이 살기 좋은곳? 비리를 고발한 사람은 살기 어려운 곳?"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