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문인들 "글쓰기 저항운동 펼치겠다"
문인 조직적 저항은 6월항쟁이래 초유. 정부, 벌집 건드려
작가회의는 20일 오후 서울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고은 시인 등 회원 1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열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달 작가회의에 정부보조금 3천4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향후 불법폭력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반환을 비롯한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서를 요구한 점을 총회 특별안건으로 상정한 뒤 대응 방안을 집중논의했다.
도종환 전 사무총장은 경과를 보고하며 지난 17일 예술위 윤정국 사무처장이 방문해 구두로 사과의 뜻을 전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문인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도 전 사무총장에 따르면, 관련 보도를 접한 한 원로 문인은 작가회의에 구차하게 정부 지원을 받지말라며 3천400만원을 익명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2년간 이사장으로 작가회의를 이끌었던 원로 소설가 최일남 선생은 “이번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문화 정책이 얼마나 못돼먹고 황당한가를 보여주는 일"이라며 "구질구질하게 굴 것 없이 (보조금을) 안 받으면 된다. 정 사정이 어려우면 기관지 1~2년쯤 쉬고 외국작가 초청 안하며 안되나"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작가회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건으로 사과를 하기 전에는 정부지원을 전면 거부하는 것을 골자로 성명서를 채택했다. 동시에, 현 정부에 대한 저항의 뜻을 글에 담아 매체에 기고하고 작가회의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올리는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참석에 참석했던 회원 170여명 가운데 대부분인 158명이 서명, 문단의 분노가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었다. 저항의 글쓰기 운동에는 2천500여명의 작가회의 회원 다수가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정부에게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날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문학평론가 구중서(74) 선생도 인사말을 통해 "정부가 일어나지도 않은 불법 시위와 연계해 지원금 반환을 운운하는 것은 시비를 가리기조차 민망한 일이자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작가회의는 국내 문화예술, 시민운동 단체 중 대표단체라는 사명감을 갖고 물질 중심, 권력 독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작금의 현실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편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정부보조금이 무슨 정권의 쌈짓돈인가"라며 "정부보조금도 각 해당 분야를 육성하고 지원할 목적의 정책자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은 모든 부서를 앞세워 지원 목적과는 관계없는 조건을 걸고 시민단체의 입을 막고 족쇄를 채우려 하고 있다"며 "정권의 조건부 보조금 지급과 시위불참 각서 요구는 정말 치사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조선일보>조차 칼럼을 통해 "문제는 이 정부가 언제나 이렇게 촌스럽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모멸감을 주는 투항서를 작성하게 하는 건, 예술가 모두를 등 돌리게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을 정도로,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진보-보수 구분없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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