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위기의 오바마'에겐 무슨 일이...
[김동석의 뉴욕통신] 매사추세츠 참패 쇼크
이번 공화당의 승리로 지난 50여년 이상 “케네디”라는 이름 하나로 무소속까지 석권해 왔던 민주당 독무대의 매사추세츠주의 정치역사에 변화의 물꼬가 트였다. 더구나 이번 공화당이 차지한 상원석은 1954년 케네디 대통령이 획득해서 그의 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가 이어받아서 그가 죽을 때까지의 거의 50년 동안 수성해 오던 전국 민주당의 상징적인 자리였다. 2008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26%의 격차로 이겼다. 또 2명의 상원인 ‘존 케리’와 ‘에드워드 케네디’는 매번 선거 때마다 70% 이상의 지지율로 승리를 이어온 곳이어서 민주당이 받은 충격은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당초 민주당의 마사 코클리 후보는 몇 주 전만 해도 공화당의 ‘스캇 브라운’ 후보를 두 자리 숫자의 지지율 격차로 앞서면서 낙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투표일 열흘 정도를 앞두고 부동층이 급속하게 이탈해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면서 민주당이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감내해야 하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더구나 승리한 ‘스캇 브라운’ 공화당 후보는 “나는 건강보험개혁안에 반대하는 41번째의 상원의원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으니, 100년만의 건강보험개혁안이 좌초의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오바마 정부는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의원 2명을 합해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상원 60석’을 개혁의 필수 도구로 믿어 왔는데 이제 그 구도가 41과 59가 되었다. 41번째의 상원석이 10석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버지니아와 뉴저지주의 선거전에서 이미 쓴맛을 봤음에도 선거 전략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지 못했다. 득표대상은 무소속의 부동층을 향하면서 선거공약(정책)은 중도좌파들의 입맛에 맞게끔 한 경솔함을 간과했다. 워싱턴 의회정치가 지나치게 당파적인 것에 식상한 유권자를 향해서 민주당은 밀어붙이기식의 개혁을 강행했다. 유권자의 관심이 ‘경제문제’에 있음에도 건강보험 개혁안을 선거전의 이슈로 내 놓았다. 당락을 결정하는 무소속의 200만 유권자에게 10%를 상회하는 실업률을 해소해 나갈 대책을 설명하지 못했다.
공화당의 스캇 브라운 후보의 “건강보험개혁안 때문에 경제문제는 뒷전이다”라는 구호 한마디가 순식간에 선거 판세를 역전시켰다. 당황한 민주당은 중앙당의 거물들을 현장에 내려 보냈다. 부랴부랴 클린턴을 투입하고, 선거일 이틀 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하루 종일 선거유세를 하기도 했지만 싸늘하게 등을 돌린 민심을 되돌릴 방안은 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안방에서 참패를 당했다. 50여 년간의 70% 지지율이 47%로 추락했다.
민주당 참패의 원인이 오바마 집권 1년간 성적표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두 자릿수의 실업률과 혈세를 쏟아 부은 금융구제 작업,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 의회내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정치행태에 대한 견제심리 등 부동층 유권자들의 외면이 핵심 변수가 됐다. 지난해 4월 공화당의 ‘알렌 스팩터’ 상원의원이 당적을 변경한 이래 민주당 독주체제로 인해 상원에서의 양당 간 초당적 합의나 의견의 절충은 완전히 사라졌고 전원이 반대하고 전원이 찬성하는 철저한 당파적인 대립만이 있었다. 이러한 당파적 대립에 유권자들이 식상해 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전에서 입증되었다.
이번 매사추세츠주의 선거전에서 나타난 표심이 여당에 대한 단순한 견제심리나 특정후보에 대한 반감이 아니고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기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전을 ‘미니 중간선거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직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대단히 높다. 참모들이 2008년 선거전 때의 초심을 회복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가 대선 승리 직후 미국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오바마-바이든 플랜(Obama-Baden Plan)"의 실질적인 시작은 중간선거(2010년11월)의 승리부터일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인 의회와 대통령과의 정치력을 둘러싼 향후 10개월간의 대결에 더욱 관심이 커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필자 소개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