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인기 하락, 심상찮다
[김동석의 뉴욕 통신] 건강보험법에 민주당 좌파 반발
2008년 대선전에서 변화의 돌풍을 일으키면서 등장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 1년에 가진 모든 정치력을 쏟아 부어서 결국엔 상.하 양원에서 통과시켰다. 공화당 전원 반대와 민주당 전원 찬성이란 표결결과다.
그러나 야당으로부터는 물론이고 자당내 의원들의 요구에 부응하느라 원안과는 거리가 너무 멀게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당내 지도부에서도 적지 않다. 애시당초 민주당이 내건 의료개혁안의 취지는 전 국민 건강보험 체제로 들어가는 것이 골자였다. 따라서 원안의 핵심은 공공보험(public option) 도입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하원을 통과한 개혁안에는 공공보험 도입이 들어 있지만 상원에선 제외되었다. 더구나 전통적인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반하는 연방기금의 낙태지원 금지 명문화가 들어 있어서 민주당내에서 더 와글와글 말이 많다.
그래서 상원안이 통과된 직후 민주당내 중도 좌파쪽이 대단히도 삐쳤다. 심지어는 “안한 것만 못하다” “너덜너덜한 법안을 시행할 이유가 없다”라며 당내 좌파의 반발이 일고 있다. 중도 좌파의 수장인 ’하워드 딘‘과 중도 우파의 중심인 ’램 이매뉴엘‘과의 또 다른 노선 전쟁이 예고되기도 한다. 민주당의 노선(정책내용)을 고집하는 ’하워드 딘‘과 현실정치의 권력에 집중하는 ’램 이매뉴엘‘의 충돌이 2010년도 중간선거전에서 어떻게 나타날지가 궁금하다.
오바마의 상황은 1994년에 접어 들어서면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인기가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던 상황과 대비된다. 당시 공중파 방송에선 연일 클린턴의 리더십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디어의 영향을 입은 전국의 지역구에선 민주당 권력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었다. 유권자가 중간선거전에서 클린턴을 평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선거분위기를 압도했다. 지역분위기를 읽은 의원들이 클린턴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이러한 선거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의원들은 그해 중간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94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40년 만에 의회를 공화당에 넘겨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클린턴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냉혹하게 중간 선거를 평가했다. 국정 어젠다 순위를 정비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여소야대의 의회를 제쳐두고 직접 국민 속으로 뛰어 들었다. 클린턴의 정치적인 기민성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서 1996년의 재집권에 성공했다. 당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도록 전략을 짜낸 클린턴의 핵심 참모가 지금의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오바마대통령의 인기가 오르락 내리락 심상치가 않다. 2008년 국민들의 선택이 그에게 변화의 전권을 준 것인지, 아니면 부시대통령의 실패에 대한 반감이 확대 작용한 것인지 미디어들의 평가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오바마 바람 덕분에 민주당으로 하원에 입성했지만 알고보니 아니겠다는 판단에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앨라배마의 파커 그리피스 의원이 워싱턴 정가에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내년도 중간 선거를 치룰 연방의원들의 연말연초 휴가가 편치가 않을 것 같다.
필자 소개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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