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부동산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세로 금융기관에 대한 가계 대출이 4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가계빚 규모가 6월말 현재 5백46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2.4분기 가구당 부채 규모가 사상최고인 3천4백12만원을 기록하는 등 서민들의 가계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빚 증가 주범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외상구매액)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5백45조4천9백59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6조7천2백87억원이 증가했다.

2.4분기의 가계신용 증가규모는 1.4분기의 7조2천7백13억원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신용카드 남발에 따른 거품소비가 절정을 이뤘던 2002년 3.4분기의 가계신용 증가액 26조8천억원 이후 15분기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을 전국 가구수(통계청 추계가구수 기준 1천5백99만가구)로 나눈 가구당 빚은 사상 최고치인 3천4백12만원을 기록했다. 2.4분기 가구당 부채는 3천3백49만원으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던 지난 1.4분기보다 63만원 늘어난 것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작년 9월말 5백조원을 돌파한 이후 12월말 5백21조5천억원으로 다시 급증했으며, 올해 3월말에는 5백28조8천억원으로 증가폭이 다소 둔화됐으나 2.4분기에는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2.4분기 가계신용 증가액은 부문별로 가계대출 증가액 15조8천억원으로 2002년 3분기의 25조5천억원 증가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의 상당부분은 부동산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특히 시중은행의 경우 2.4분기 가계대출 가운데 용도별 구성에서 주택용도 비중이 53.8%를 차지한 반면 소비 및 기타용도는 46.2%에 그쳐 은행이 여전히 가계대출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2.4분기 예금은행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전분기보다 12조4천7백33억원 급증했다.

그 결과 가계대출 가운데 예금은행의 대출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6월말 현재 전체 금융기관 가계대출 가운데 예금은행의 비중이 62.5%로 3월말 대비 0.5%포인트 올라가는 등 최근 수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주택용도(53.8%)가 가장 많았으며 만기별로는 모기지론 확대에 따라 10년 이상 대출 비중(58.7%)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담보형태는 주택담보 비중이 57.4%로 신용대출(31.8%)보다 컸다.

반면 한국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모기지론)의 금리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민주택기금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요건이 강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의 가계대출은 1.4분기에 2조2천5백50억원 증가에서 2.4분기에 8백63억원 감소로 돌아서, 모기지론이 구색 갖추기로 전략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상호금융의 주택담보 대출도 급증

비은행금융기관도 상호금융 중심으로 주택담보 대출이 증가함에 따라 잔액이 전분기 대비 2조7천억원 늘어 증가세로 전환했다. 여신전문기관 대출도 신용카드회사의 신규 회원 유치와 카드론 확대에 힘입어 전분기보다 7천1백46억원 늘어 증가폭이 확대됐다.

판매신용은 가계소비 증가세에 힘입어 신용카드 사용액, 할부금융사의 자동차 판매, 백화점 등 판매신용이 모두 늘어남에 따라 1.4분기의 1천55억원 감소에서 2.4분기에는 9천1백26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부문별로는 신용카드회사의 판매신용이 전분기의 3천9백10억원 감소에서 2.4분기에는 5천8백17억원 증가로 전환됐으며 백화점 등 판매회사의 판매신용도 8백3억원이 늘어 전분기(4백8억원)보다 증가규모가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