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정책, 경제개혁, 노동개혁 모두 실패"
<인터뷰> 유종일 KDI교수 "말은 좌파, 행동은 신자유주의"
“참여정부의 분배정책, 경제개혁, 노동개혁 등 모두가 실패했다. 정권 초기부터 구태의연한 관치를 했고 개혁은 뒷전이었다. 특히 말은 ‘좌파’로 하고 행동은 ‘신자유주의’‘로 한 결과 개혁정책이 처절한 실패로 끝났고, 구태의연한 성장중심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하나하나 평가하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교수의 표정은 비장했다. 남들 눈치보고 적당히 일하기 싫어하는 성격인 탓에 정부 눈치 안보고 직언을 하는 스타일인 데다 참여정부 출범 전 노 대통령의 경제가정교사를 한 이력 탓에 주변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유 교수는 최근 중국과 미국에서 강의를 하는 등 한국을 자주 떠나는 일이 많아 그동안 각계 언론들이 요청했던 인터뷰를 고사해왔다.
그러나 그는 막상 한국경제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속내에 담아뒀던 '참여정부의 실정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격렬한 인터뷰를 하고 말았다.
그런 탓에 유종일 교수는 참여정부에 깊은 애정을 가졌던 대표적인 학자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후보와 당선자의 '경제 가정교사'를 맡았고 참여정부 출범 초기 동북아중심추진위 민간위원에 위촉되면서 노 후보의 경제정책의 골간을 책임졌던 대표적인 개혁적 경제학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교수는 동북아중시추진위에서도 사직했고, 지금 실패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하는 개혁진영의 학자의 선두그룹에 서있다.
유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큰 공을 세웠으면서도 참여정부 들어 공직을 자의건 타의건 맡지않았기에 당당하게 당당하게 변신할 수 있었다. 또한 워낙 고언과 직언을 내놓는 스타일인 데다 정부와 재벌 및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써왔기에 관변학자나 재벌의 연구소에서 내놓는 자료와 달리 한국경제의 개혁에 대해 애정을 갖고 연구작업을 해왔기에 그의 지적은 참여정부에게는 폐부를 찌르는 창이 되곤 했다.
"말은 ‘좌파’ 행동은 ‘신자유주의’‘로 개혁정책 처절한 실패 끝나"
그는 올 가을 계간지 두 곳에 자신의 이같은 참여정부 경제정책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두 편의 글을 기고했다.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좌파 신자유주의: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하여’를 발표했고, 계간 ‘황해문화’에서는 한미 FTA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참여 없는 FTA, 이대로 가면 안 된다’를 내놓았다. 두 글을 쓰면서 한국경제를 총체적으로 진단한 유 교수를 서울 성북구 홍릉에 있는 KDI 국제정책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나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유 교수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집권후 3년 동안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3.9%에 그쳤고 청년실업률은 8.5%에서 10.2%로 급증하는 등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며 “정부는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의 부동산, 신용카드, 벤처 거품이 원인이었으며, 장기적인 경제운용을 해왔다고 변명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분배 개선은커녕 소득분배와 고용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각종 정책 실패로 인해 개혁정책이 실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 출범 후 인사 문제에서 개혁을 철저히 외면하는 잘못된 출발을 한 데다 SK그룹의 분식회계사건과 카드회사 채권 문제는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정부는 안정논리에 치우쳐 관치금융을 도입하는 등 개혁을 실종시켰다”며 “이와 더불어 고소득자에게만 혜택이 가는 법인세 및 소득세율 인하 등 조세정책, 재정지출, 사회보험제도 개혁에 실패했고, 비정규직의 급증 등 노동개혁까지 실패로 끝나면서 참담한 경제정책의 실패로 귀결됐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한미 FTA 협상과 관련 “이 협상은 아예 시작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시작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부실한 준비와 의문에 휩싸인 추진배경, 정부가 했던 거짓말과 함께 무원칙하고 무분별한 개방이 초래할 엄청난 결과를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기까지 진행됐으니 협상을 백지화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서두르지 말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국민들이 받지 못하는 부분과 자신감 있게 협상하는 부분이 걸러지도록 하는 바탕 아래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FTA 협상을 관료들이 주고받기 식으로 해서는 안되며, 진지하게 협상해보고 한미 간에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을 경우에는 과감하게 결렬 선언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또 재벌들이 요구하고 있는 금산분리 문제와 관련, “금산분리의 원칙이 제1금융권인 은행에만 적용됐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외환위기 당시 재벌이 소유한 제2금융권 계열사들이 다른 부실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 이용됨으로써 위기가 증폭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은 앞으로 더 강화돼야 한다”며 “한미 FTA 협상에서 금융자본의 요구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면서 재벌에 활용당할 경우 금산분리 문제에 대해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으며, 감독당국의 수준이나 의지가 과연 이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원칙은 반드시 고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 노트르담대, 영국 캠브리지대,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서 세계 및 한국경제 등 국제경제론과 세계화 현상 등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재계 주장 통계적으로 맞지 않아"
뷰스앤뉴스 미국, 중국, 일본에서 강의하는 등 세계경제를 두루 섭렵했으니 한국경제로 들어가기 전 먼저 세계경제를 한번 짚어보자. 최근 세계경제가 고유가, 고원자재가, 인플레이션 우려, 환율 급변동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세계경제의 흐름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유종일 교수 세계경제의 전망은 대부분 미국에서 나온다. 먼저 미국경제를 봐야 세계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조지 W. 부시 정권은 대단히 무책임한 정권이다. 지금 당장에야 그렇게 재정적자를 확대하면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국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정부, 국제, 가계적자는 해소될 수밖에 없다.
이들 적자들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두 가지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먼저 달러화 약세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발생한다. 달러화 약세만으로 미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미국경제가 언젠가는 수축하면서 조정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멀지않은 시일에 축소조정이 올 것이다. 그래서 세계경제에서 미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인해 미국경제의 어려움이 커지면 세계경제가 부담을 안고 경착륙될 우려가 커져왔다. 세계경제에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과 일본 경제가 버텨줘야 하고 그러면 위기를 넘기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미국경제가 연착륙을 하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취한 금리인상은 책임성이 있는 정책 추진으로 적절한 조치였던 것 같다.
문제는 미국경제가 재정정책 측면에서 무책임하고 특히 이라크 등 전쟁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전쟁을 수행하는 정부는 재정정책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엄청난 인플레가 생기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극단적인 예가 제 1차세계대전 후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이고, 한국도 1950년 6.25 한국전쟁 후 천문학적인 인플레를 겪었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결국 허물어지고 말았다. 국가경제가 전쟁과 연결될 경우 국민의 불만을 고조시키면 안되니 돈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유가 불안도 고조되고 잇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의 적자문제고 다른 하나는 유가 문제가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가장 큰 문제다. 또 한편으로 경계해야할 문제가 중국문제다. 유럽과 일본경제는 최근 양호하다. 반면 중국은 최고의 수입국가이며 중국의 고도 성장이 세계경제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도움을 많이 주는 형국이다. 그러나 동시에 원자재 가격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 공급 측면의 문제가 있지만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세계경제 중 비중과 위상이 워낙 크다. 과속 운전을 하는 것 같다. 언제든 충돌현상을 일으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나쁘면 세계경제로서는 가장 바라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뷰스앤뉴스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원화 가치 상승, 유가, 원자재가 3고 현상에 부동산 문제에 최근 교역조건이 사상 최악을 기록함에 따라 국내경제의 성장 축인 수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민간연구소들은 한국경제가 조로현상을 보이며 낮은 잠재성장률을 우려하고 있고 경제적 난제들로 인해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우려감을 제시하고 있다.
유종일 교수 한국경제를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면 경기 순환사이클에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는데 불운하게도 그런 대외여건이 악화되면서 경기회복의 힘이 빠져버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조로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잠재성장률의 경우 경제가 갖고 있는 생산요소들, 즉 노동과 자본이 완전고용이 됐을 때 경기의 과열 침체가 없이 정상적인 경제로 가면서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잠재성장률이 5% 수준이었다. 대체로 여러 기관에서 전망할 때 2000-2010에는 잠재성장률이 5.5%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랬다가 최근 5% 수준에서 계속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왜 내려가나. 개념적으로 잠재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 성장률에서 그대로 있으면서 거기서 오버슈팅(Overshooting)하거나 떨어져야 하는데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진다고 이야기된다. 이는 과거보다 장기적인 추세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경기순환을 놓고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투자를 할 때 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높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첫째 방법이다. 개인의 경우 저축을 많이 하는 것이 투자가 되고, 그래서 은행에 정기예금 이자가 나오면서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다른 하나의 방법이다. 뭔가 혁신하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동일한 자본과 노동이 있더라도 더많이 성장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또다른 방법인 셈이다.
첫 번째 투자에 따른 성장을 이야기해 보자. 잠재성장률을 이야기할 때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현상의 심각성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현재는 아직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다 아는 상황 아는가. 다들 투자가 부진하니까 투자가 올라가면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에 성장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투자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아니다. 과거보다 높아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다.
출자총액제한제 때문에 투자가 안된다고 재계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통계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다. 대기업에서 출자총액제한제 때문에 기업경영에 장해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주력업종 관련이나 구조조정 관련 등 예외규정이 많기 때문이다. 투자가 안되는 것은 실제 대기업 투자는 문제가 없는데 중소기업 부문이 투자가 극히 저조한 데서 기인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로 인한 임금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잠재성장율 저하에 따른 조로현상이 나타나고 다른 한편으로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은 투자를 많이 하고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중소기업과 임금의 격차도 커진다. 이제는 점차 구조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양극화가 되면서 성장도 어려워지고 또 거꾸로 성장을 일시적으로 올리기 위한 단기 정책을 편다고 해서 일자리를 만들기도 어렵고 양극화 해소는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 혁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한국경제에서 갈수록 중요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확체감의 법칙에서 보듯 부자가 될수록 자본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자본이 없다가 생기면 자본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이 많아진 상황에서는 조금 더 많아지는 것이 큰 상관이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부자나라가 되면 자본축적에 의한 성장이 아니라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따른 성장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고도성장기에 자본축적에 따른 성장을 했고, 이제는 자본 축적을 많이 한 상황이 됐다.
실례로 도로의 경우 대체로 선진국 수준에 맞게 도로망이 돼 있을 정도로 자본 투자는 많이 됐다. 이제는 혁신주도의 성장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게 아직 안되고 잇다. 장기적으로 큰 문제다. 그것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하려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노동력은 엄청나게 풍부하다. 말을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동력은 풍부했다. 그러나 기술은 선진국에서 가져와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초기 산업 발전과정에서 섬유, 시멘트, 비료산업 등 정부가 키워줘야할 산업의 종류는 뻔했다. 이렇게 자본 축적이 되면서 고도성장이 가능한 공식은 바로 시스템에 의한 성장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재벌에 대해 비호하면서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정책을 써왔다. 저리정책자금을 지원해서 자금을 공급하는 관치금융에 치중해왔다. 그 과정에서 투자를 해야했고 인플레이션 문제와 국제수지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국내저축 올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소비 억제를 했다. 많이 주면 노동자나 일반인들이 써버린다면서 소비재 수입은 금지했고 노동탄압을 했다.
과거 형성된 경제시스템 자체가 자본축적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었다. 그 과정과 단계를 거치면서 우리 경제가 자본형성이 꽤 많이 됐다. 이제는 세계의 프론티어, 즉 선두그룹에 가서 놀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노동력의 확대도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혁신주도의 생산성 향상 위주로 경제시스템이 전환돼야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국경제가 갖고 있던 시스템의 관성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과거 방식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90년대에 과잉투자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했고 양극화 구조가 심화되는 가운데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재벌 비호 지원 정책 및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지 못해"
뷰스앤뉴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했어야 하나. 한국 사회 곳곳에서 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대부분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하고 개혁에 저항했고, 이를 전면에서 주도해야할 정부는 갈팡질팡했는데.
유종일 교수 이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곳곳에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 덩지가 큰 사람이 잡아먹고 자본의 힘으로 성장이 견인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마다 창의력과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성장을 끄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경제가 추구해야할 큰 경제개혁의 내용과 틀이다.
그러나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 이렇게 경제구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혁신위주의 성장이 발생하지 않다보니 투자는 부실해지고, 생산성 향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이 내려가고 한국경제가 저성장으로 가는 조로현상으로 간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혁신이 잘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보통은 사람마다 태도나 행동과 반응이 다르지만 인센티브 주면 혁신에 나선다. 일반인이 돈을 버는 방법은 투기를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훨씬 쉽게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 아닌가. 그러나 투기로 가면 그만큼 혁신의 인센티브가 떨어진다. 각종 로비사건에서 보듯 기업들도 로비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위험을 안은 기업경영보다 더 쉬운 일이다. 지대를 많이 받거나 투기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돈 버는 데 훨씬 유리하면 그 사회에서 혁신에 나서야할 유인요소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에 대한 성과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에 과학자들이 무수하게 많지만 획기적인 신기술이 나와서 엄청난 산업을 일어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유일하게 황우석씨의 연구가 한국사회 도약의 가능성을 보였으나 나중에 밝혀진 것은 애시당초 사기극이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이다. 한국사회가 얻은 성과는 현장마다 작은 혁신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제는 포스코로 불리는 포항제철이 제철소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인 최고 수준이지만 획기적인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서 공정개선에 나서는 등 작은 혁신을 통해서 성과를 이뤄냈다.
한국경제의 장점은 이렇게 실수나 문제점을 줄여나가면서 현장 문제를 개선해온 데 있었다. 좋은 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혁신들이 모아지는 힘이 밑받침을 해줘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의 연구 및 개발(R&D)는 정부지원에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기껏 기술혁신하고 공정혁신해도 대기업에서 단가를 낮추고 나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린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혁신에 대한 유인여건이 날아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이 대학의 문제다. 대학에 있는 연구인력이 현장의 숙련노동자와 잘 결합돼야 기술혁신이 이뤄지는데, 우리나라 대학의 학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세계적인 논문학술지에 논문 몇편을 내는가로 정해져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논문 중에 정말 획기적으로 중요한 학문적 연구논문은 나온 것이 없다. 편수 맞추기다. 이번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논란으로 나라망신만 시켰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논문들이 한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수준에는 너무 저급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 대학연구에서 나오는 연구결과가 미국유럽처럼 획기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더더욱 아닌 것이 현실이다. 한국경제 통계로는 특허도 논문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경제에 실질적인 혁신동력으로 거의 작용하지 않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학의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하고, 교수 연구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는 중소기업 지원도 대개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살리는 정책이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인기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을 죽이는 것으로, 현재 고통만 잠시 완화시키는 모르핀 주사와 같다.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죽을 건 죽어야만 경쟁력을 갖는데 현재 시스템은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고 농촌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농산물을 비싼 값으로 사먹게 하고 경쟁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농촌이 세계에 개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은 취약하고 자금지원도 농가부채의 이자율을 낮춰주거나 상환을 연장하고, 추가 융자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니 경쟁력 향상이 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빚만 남게된다.
이는 제 3세계 문제와 똑같다. 외채는 기술 이전, 투자 확대, 무역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차관을 주는 것으로 결국 제 3세계 국가는 성장을 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앉게된다. 이같은 경향을 축소시켜 나가야 제 3세계가 산다. 이를 제프리 삭스 교수의 경우 아프리카 문제에 대입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말라리아나 에이즈를 처치해야 하는 상황인데 무역정책 지원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교육과 연구문제에대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그런 대학연구 인력과 결합해서 경쟁력을 올려야 한다. 또 마케팅과 디자인을 향상시키는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혁신클러스터다. 지금까지는 피상적으로 서류상으로 했고, 그러다 보니 실제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이제 사회 곳곳에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더들어가야 하고 교육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한미 FTA 일반 국민 이해와 관심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
뷰스앤뉴스 한미 FTA를 놓고 논란이 많다. 정부에 대해 협상에 대해 충실하게 준비하지 못했고 투명한 토론과 논의 과정이 없었다는 비판이 높다. 한국사회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른 한미 FTA, 무엇이 상황을 이렇게 이끌었는지, 어떻게 해야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진단해달라.
유종일 교수 한미 FTA 추진 절차의 무모함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참여정부는 현재의 FTA 정국을 놓고 개방과 쇄국의 갈림길에 섰던 구한말을 빗대지만 당시의 갑신정변 역시 민중의 참여 없이 소수 엘리트들만으로 시도됐기 때문에 실패했으며, 이번 한미 FTA도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돼왔다. 현 정부는 FTA 반대 목소리에 대해 '쇄국주의'니 '반미주의'라는 식으로 이념적 덧칠까지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반대의 목소리는 개방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무원칙하고 무분별한 개방이 초래할 엄청난 결과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한미 FTA 협상은 시작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시작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그런 부실한 준비, 추진배경이 의문에 싸여있는 것 아니냐. 시간이 가면서 정부가 했던 거짓말도 하나씩 드러나고 중국 측의 제안도 있었는데 무시하고 추진했다.
지난달 미국에 가서 의회 관계자, 국무성, 국가안보회의(NSC), 무역대표부(USTR) 등에 있는 미국측 관계자들을 만나니 이야기의 톤이 좋지 않았다. 이들은 입을 모아 󰡐판을 너희(한국)들이 하자고 해 벌렸는데 한국내에서 반대여론이 높아지니 어찌된 일이냐󰡑라고 했다. 미국쪽에서는 한편으로 약간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어 이게 한국정부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추진해서 뒷감당을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당황스러움이 보였다. 또 하나는 협박이다. 말로는 정치 없이 경제만 한다고 하는데 추진배경을 보니 그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과의 문서를 보니 상황이 다른 것 같다. 미국과의 협상도 한미 양국이 서로 원래 방향과 다르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FTA 협상이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고 정부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은 노골적으로 한미동맹을 경제동맹으로 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거꾸로 협상이 안되면 한미동맹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미관계가 불안정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미국 조야의 불신과 의구심이 팽배한 가운데 미국과 합의가 되지않고 판이 깨지면 상당히 역효과와 역풍이 있을 것이다. 미국측 관계자들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등등 하는 식으로 이번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미관계 자체에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사실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이 전 세계 미군 재배치계획에 따른 자기네 국가의 계획인데 이걸로 한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협상에 나서면 악랄하게 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협상은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했고, 그동안 추진 방식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 또 한미 FTA의 협상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틀리지 않다.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인 반대 여론이 미국을 움찔하게 만들고 또 미국측에서는 한국내 국민여론으로 판이 깨질 것 우려해 협상에서 우리측을 배려하는 등 도움을 받는 측면도 있다.
내 의견을 말하면 책임을 지고 있는 정책제시 입장에서 이야기할 경우 이미 여기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중단하라고 말하지는 못하겠고,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라고 말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며칠 동안에도 빨리하자는 이야기와 천천히 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몇 번이고 왔다갔다 한다. 정부와 대통령이 말을 바꾼다. 그런 흐름을 지켜보면 우리 정부는 미국 일정에 맞춰 협상을 끝내려고 하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그렇게 돼서는 곤란하다.
좋은 협상 결과를 얻어서 많이 얻어내고 개방했을 때 피해가 심각한 것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지켜내야 한다. 협상이라는 틀에 맞게 성과를 거둬야 한다. 그리고 추진 과정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는 방식은 지금이라도 당장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식으로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외협상을 진행해서는 안된다.
또 대통령에 당선될 때 한미 FTA 추진을 공약했으면 몰라도 이건 아니다. 한미 FTA 추진은 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했던 공약과 정 반대다. 동북아중심국가를 이야기하더니 미국과 협상을 하는 등 정반대로 정책이 가고 있다. 또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국민적인 공감대 없이 국민들에게 화두로 던지고 국정홍보처가 대대적인 홍보공세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는 안된다. 정보공개와 의견수렴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수준이라면 미국과 연말까지 협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대외협상의 마지노선을 정부가 공개적으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견수렴 절차에서 국민들이 받지 못하는 부분과 자신감 있게 협상하는 부분이 걸러지도록 하는 바탕 아래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관료들이 주고받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그런 자세로 진지하게 협상해보고, 한미 간에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과감하게 결렬 선언을 하자.
"공공정책에 대한 자주적 결정권은 절대 내줘선 안된다"
뷰스앤뉴스 협상의 성격이 원래 서로 내주고 맞바꾸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역시 실제 협상에 들어가서는 두 나라가 서로가 내줄 수 있는 선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더구나 우리 입장은 약자기 때문에 미국의 배려가 필요한 데 미국은 도리어 강도 높은 압박전술만 펴고 있다.
유종일 교수 무엇보다 내주면 안되는 것은 공공정책에 대한 자주적인 결정권이다.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이외에도 많다.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도 그렇다. 한국내 공공제도에 대한 제약이 될 것이다. 약가산정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우리의 선별등재방식인 포지티브시스템에 동의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상시적인 개입 채널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대해 의견개진을 할 수 있으나 상시적이면서 공식적인 채널로 어느 나라의 규제 정책 시행에 대해 간섭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않는 것 아니냐. 공공성이 높은 기간산업에서 미국에 대해 내국인 대우를 1백% 하는 것은 곤란하다. 교육, 의료, 전기, 통신 등 공공부문이 다 그렇다.
지적재산권을 초강력 수준으로 규정해서는 안된다. 국제수준이 있으므로 거기에 맞춰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도 식품안전과 위생 차원에서 중요하고, 유전자조작식품(GMO) 등도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기준은 지켜야 한다. 쌀을 비롯해 소위 민감품목 등이 그렇다.
개성공단 문제를 미국에서 이야기 해보니 미국 측 인사들은 거의 최대의 장애물인 것처럼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이 개성공단 문제를 주장하면 협상이 깨진다고 미국측은 이야기한다. 특히 지난 7월5일 북한 미사일 발사로 더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개성공단이 북한경제의 일부지만 또 보면 남한경제의 일부이기도 하다. 남한기업들이 원자재를 공급하고 단지 북한 노동력만 쓴 것이다. 지금까지 FTA에서 남미,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에서 한국산으로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인정했다. 왜 달라야 하나.
북한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북한에 대해 벌을 줘야하지만, 개성공단처럼 개혁개방에 나서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도리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한미일 동맹강화를 통해 북한 정권을 압박해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여건과 동력을 최대한 만들어주자는 것이 다수 국제여론이다. 그것만이 평화롭게 정세를 바꿔나갈 수 있다.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미국이 반드시 인정토록 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측이 못한다고 강력하게 버틴다고 말한다. 대체 뭘 얻으라는 것이냐. 스크린쿼터나 농민들의 반반에 대해 큰일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이들 사안은 워낙 비대칭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배기가스, 제약 등등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는다. 반면 한국은 구체적으로 얻는 것이 대단히 불명확하다. 관세가 별로 이익이 안되고 현대차는 알래배마 주에 벌써 공장을 지어 진출하는 등 미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한국이 별로 얻을 것이 없다.
거꾸로 FTA 협상이 깨지는 것에 대해 우리도 부담 있지만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부담이 있다. 스위스 등과 진행하다가 말았지만 미국의 부담이 크다는 그런 관측도 있다. 미국이 막판에 양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과거 협상을 통해 지켜보면 알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야기하듯이 협상에 항상 여지는 있다. 과거 북한에 대한 폭격 일보 직전까지의 상황에서 마침내 페리보고서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끝까지 달라붙고 여론 수렴 작업을 통해 끈질기게 해봐야한다.
뷰스앤뉴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과 관련 기업측에서는 그동안 의결권 제한으로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논리를 폈고 정부에서도 이를 용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그동안 기업과 정부측의 태도에 대해 비판을 했는데.
유종일 교수 의결권 제한에 따라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재벌들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 현재 주식보유가 변동할 경우 지배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자체가 역설적으로 금융기관을 이용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 지분 매각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그 지분이 반드시 외국인에게 넘어가지는 않으며,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포트폴리오 투자펀드들이 경영권 탈취를 위해 일시에 담합한다는 것 역시 상상하기 어려운 데도 기업들은 자꾸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재벌그룹이 이미 위법상태를 시정했거나 시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특정 거대재벌에게만 위법을 사후 용인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불러 일으키며 이는 정부의 리더십 손상과 이에 따른 경제정책 수행능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 '자유방임 정책'을 추구하는 소위 '시카고 보이스(Chicago Boys)'가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피노체트 치하의 칠레에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해 거대한 투기자본으로 전환함으로써 1980~83년에 국내총생산(GDP)이 무려 15%나 감소하는 재앙적인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칠레의 모든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국유화됐다.
금산분리의 원칙이 제1금융권인 은행에만 적용됐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외환위기 당시 재벌이 소유한 제2금융권 계열사들이 다른 부실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 이용됨으로써 위기가 증폭됐던 경험이 있다. 외환위기 뒤에도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에 따른 폐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금감원이 1999년에 발표한 삼성 계열 금융기관에 대한 연계검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삼성자동차에 신용대출을 해주는 등 삼성 계열 금융회사들은 무려 17건이나 계열사에 부당한 지원을 했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에 금융계열 분리제의 도입 등을 통한 금산분리 원칙의 강화를 천명했던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은 앞으로 더 강화돼야 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특히 FTA가 금융자본의 요구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면서 재벌에 활용당할 경우 금산분리 문제에 대해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 투자와 혁신이 대기업에만 의지해서는 안된다. 클럽축구가 유소년부터 발전해야 세계정상을 갈 수 있다. 한국축구가 한일 월드컵에서 유리한 여러 가지 여건을 활용해 4강에 올랐지만 지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6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면 장기적인 발전이 안된다.
삼성전자가 한국을 세계에 드러내는 대단한 기업이지만 삼성전자만을 생각하면 나머지 밑에 있는 기업들이 다 죽는 것이다. 금융산업은 자원 배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 못하고 당하기만 하다가 뒤늦게 망하고 난 뒤 이야기한다. 그나마 금융산업의 지배력이 막강한데 더 확대되면 위험하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성장동력 자체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말 위험하다. 감독당국의 수준이나 의지가 과연 이를 따라갈 수 있는가. 기업들의 소유상태로 결합된 상황을 보면 건전하지 않은 내부거래가 무수히 많다. 고객자산으로 내부 계열사 지원 등에 나설 때 감독당국이 이를 차단할 역량이 있는가. 사전이나 진행중인 상황에 대해 감독하기는커녕 사후적으로라도 전혀 하지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안하는 부분도 많다. 카드채 사태를 보더라도 LG카드를 고가에 팔려다보니 논란이 크지 않은가.
뷰스앤뉴스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대폭 개선하고 새 시대에 맞는 사회공헌의 틀을 구축하는 등 과거에 비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할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경영진의 비리가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고 편법과 탈법이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 현대차, 신세계 등에서 쏟아져 나오고 시민단체들과 갈등하고 있다.
"재벌개혁 더 강도높게 진행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해야"
유종일 교수 기업들의 적극적인 변화가 어려운 이야기다. 국민들이 봤을 때 실제 삼성전자는 대단히 크고 역량이 막강한 기업이다. 포스코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고 이를 국민들이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을 볼 때 하나는 개별 독립된 회사로서 봐야하고 또 재벌 체제 내에 있을 때의 측면에서 봐야한다. 지배구조를 이야기할 때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경영진이 최선의 전략과 판단으로 경영할 수 있고 주주나 시장 참여자들이 투명하게 기업에 대해 알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시장기구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기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재벌 개혁을 왜 자꾸 강조하느냐. 잘하는 대기업과 재벌들에 대해 왜 자꾸 뭐라고 하냐고 하는데 지금 잘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경험했지 않은가. 재벌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얽히면 잘 나가는 곳에서 빼서 문제가 있는 곳에 지원하다가 문제가 커진 것 아닌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재산을 빼돌리는 현상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것은 프로경영이 아닌 엉터리 경영이다. 이들이 하는대로 가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우리 경제조차 망한다. 지배구조 개혁을 잘 하고 있는데 왜 못살게 구냐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도 잘 나가도록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다른 하나가 잘 나가는데 또다른 한쪽은 일만 시켰다. 동일하게 경쟁시킬 수는 없다. 우수한 자원이 그 분야를 장악하고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경제에 대한 좀더 많은 기여가 필요하다. 많이 받았으면 그만큼 고용창출과 생산유발효과 등 기여를 기업들 스스로 이야기해야 한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누가 주인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재벌개혁을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나라당이 한때 그랬다. 1백% 틀린 용어 중 하나가 재벌 오너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콘도회원권을 갖고 있다면 1년에 대개 한달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 그 정도를 가지면 회원이라고 하지 오너라고 하지 않는다. 소위 멤버라고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몇 % 갖고 있다. 그러면 오너가 아니다. 그런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사기업이므로 민간기업에 대해 뭐라고 하지말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그러면 재벌오너가 아닌 주주권이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상법상으로는 기업의 주주 것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이 어떻게 컸는가. 재벌기업의 경제적 가치는 주주가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통해 나온 것이다. 자본 축적의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애초 재벌들은 부분적으로 사회적 성격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 박정희 정권에서 부정축재자를 사면해주고 부담을 감면해주면서 정부에 대해 협력하도록 했고 이후 대대적인 경제개발에 나섰다. 그러니 삼성그룹의 모토가 사업보국이다. 재벌 일가의 개인적인 이윤 극대화만이 아닌 사회와 국가적 사업 측면에 대한 활동에 나선 대가로 정부는 오너체제를 인정했다. 그리고 정부정책에 협조하는 한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국민의 돈을 이들 기업에 투입했다. 아주 노골적으로 8.3조치처럼 각종 대 사회 동결조치를 취한 뒤 그 이익을 재벌에게 가져다 준 것이다.
대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컸다.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국민세금을 바탕으로 한 정부 지원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했고, 그 근본에는 국민들이 세금을 통해 이들을 받쳐준 덕분에 큰 것이라는 역사가 있다. 그런데 이런 과거 역사는 다 무시하고 상법상 주주총회를 들먹이며 주주민주주의만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
물론 참여연대의 경우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주주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오너 아닌 사람이 오너라고 하면서 기업집단을 왕국처럼 다스리는 시스템에 대해 개혁하기 위한 것이므로 다르다. 주주민주주의라는 이론을 지렛대로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이므로 정당하다.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인정하고 또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주민주주의가 이상적이거나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래서 기업이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를 하면서 당당하게 요구할 때 가장 현실에 걸맞는 활동을 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 요구는 단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시키게 된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 공헌을 이용하게 되면 '사상누각'에 불과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변화와 변신이 필요하다.
뷰스앤뉴스 참여정부가 "분배와 개혁의 약속을 저버리고 성장중심주의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급선회"했다고 진단하고 재벌 개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유종일 교수 대통령이 최근 인사권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은 자기 스스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인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서 처음 인사할 때부터 이 정부는 경제부문에 있어서 개혁 의지가 없구나 라고 봤고 실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참여정부는 초창기부터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인해 카드채 사태가 나자, 구태의연한 관치를 재연했다. 재벌 계열사를 통해 부실회사를 살리는 방식으로 했다. 시장 개편 과정에서 감독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마비사태가 가까워지자 나서서 채권은행들을 모아서 자금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
결국 시장의 규율을 세우고 잘못된 행위를 한 기업을 벌주는 제대로 된 개혁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개혁이 안되겠구나, 말만 개혁이지 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참에 2만불 구호가 8월15일에 공식으로 나왔다. 개혁, 분배와 안정 이런 개혁정권의 가치보다는 성장 지상주의로 나간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이후 양극화 이야기가 나왔다. 나중에 뒤늦게 양극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전후 맥락으로 볼 때 정치적인 것 같다. 참여정부는 양극화를 악화시키려는 정책을 썼고 해소하려는 정책은 하지 않았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성장이 시원치 않은 것은 모두 일시적인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바꿀 것을 바꿔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결과로 나타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외부의 강요와 내부 의지로 개혁에 나섰고 결국 수술해 살렸다. 급박한 경기회복과 경기진작 과정이 있었을 때 총선이 다가오자 단기적인 정치논리에 영향 받으면서 경제정책이 완전히 망가졌다. 핑계를 대면서 문제가 된 기업이나 현안을 정리하지 않고 넘어갔고 이후 성장주의 정책으로 가면서 선순환을 주장하면서 결국은 경기회복과 개혁을 둘 다 놓쳤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이다. 참여정부에서 대단한 개혁을 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보유세를 이 정도로 과표를 현실화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조세저항을 뚫고 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정부 주장하고 엄청난 수준으로 올랐다. 많은 학자들이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왜 그렇게 됐나. 2002년부터 부동산 붐이 시작했을 때 처음부터 안된다고 과감한 신호를 주고 확실하게 정책실행에 나서야했다. 투기에 대한 방지는 공급이나 세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공급에 따라서 해야 하는데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장메커니즘을 강조하고 변동성을 막는 것이 정부의 조정과정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부동산 과열이 정상적인 수요공급이 아니고 일부 지역의 투기수요에 따른 것이 너무 명백했다.
강남 지역에서 부동산 3채 이상 있는 사람이 67% 이상에 달하는 데 거기에서 무슨 실수요를 이야기하나. 보유세, 대출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정부당국자들은 경기에 부담이 될까봐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기들 대부분이 강남에 살다보니 전체적으로 개혁하려고 하기보다는 상황을 안정시키려고만 한다. 결국 미봉책에 그친 정부정책이 시장에서 진 것이다. 행정과 기업 등등 모두가 투기 센터를 만든 셈이다. 부동산정책은 참여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에 대한 상징적인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격차, 생산성 격차, 임금 격차 날로 확대"
뷰스앤뉴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의 주원인은 무엇인가.
유종일 교수 참여정부의 경제성적은 한 마디로 F학점으로 평가할만큼 한 마디로 초라하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집권 3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9%에 그쳤다. 이는 5% 내외로 평가되는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외환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출범하며 집권 첫 해 -6.9%라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던 김대중 정부의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4.4%였음에 비추어보면 참여정부의 성적은 대단히 저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초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내세운 참여정부가 그렇다고 분배 정책에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다. 분배를 한 것도 개혁을 한 것도 아니며, 오히려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 등 각종 국책 도시개발정책을 남발, 부동산 가격 앙등을 초래했다. 김영삼 정부 5년이나 김대중정부 5년 동안 전국의 부동산가격이 각각 1백조원 내외 상승한 데 비해 참여정부의 3년 동안에는 8백21조원이 상승했다. 뛰기만 하는 집값은 참여정부 무능의 상징이고, 서민들의 좌절감은 깊어갔다.
외환위기 이후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참여정부에서 다면적으로 진행됐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도 문제다. 하위 20%의 평균소득 대비 상위 20%의 평균소득이 2003년 1.4분기에는 7.81이었는데 2006년 1.4분기에는 8.36에 이르렀다. 또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2002년 23.2%에서 2005년 26.8%로 증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인 미국의 24.9%를 넘어섰다.
고용의 양극화도 심화됐다. 비정규직은 2002년 3백84만명에서 2005년 5백48만명으로 급증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격차, 생산성 격차, 임금 격차는 날로 확대되고있으며, 산업구조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말은 ‘좌파’요, 행동은 ‘신자유주의’가 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뷰스앤뉴스 향후 한미 FTA가 한국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주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한미 FTA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또 참여정부의 이같은 경제정책 실패에서 무엇을 봐야할 것인가.
유종일 교수 협상은 진행하되 역시 반드시 관철해야할 우리의 국가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은 반드시 관철돼야 하며, 쌀 등 민감한 농산물 시장개방의 제한, 과도한 지적재산권 보호와 투자자 보호 조치의 배제, 약가 적정화 등 공공정책에 대한 자주권 관철, 금융분야에서 국경간 거래 및 신금융서비스 개방과 관련해 열거주의 방식으로 개방을 최소화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또 미국이 원하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가 아닌 제한적 FTA를 해야하며, 안될 때는 정부가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최종적으로는 국회가 비준을 거부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이미 입증이 됐다. 이에 따른 교훈으로는 경제정책은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경제 분야를 포함해 정체성이 분명한 정책정당을 발전시켜야 할 것과 경제의 효율적 작동과 안정적 성장 및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지속적인 재벌 개혁에 나서야 하는 두 가지 사안은 경제개혁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할 것이다.
뷰스앤뉴스 바쁜 가운데서도 인터뷰에 응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진단하고 향후 나가야할 방향에 대한 고견을 이야기해줘 고맙다.
유종일 교수 인터뷰에 초대해줘 감사하다. <뷰스앤뉴스>와 독자들의 발전과 행운을 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하나하나 평가하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교수의 표정은 비장했다. 남들 눈치보고 적당히 일하기 싫어하는 성격인 탓에 정부 눈치 안보고 직언을 하는 스타일인 데다 참여정부 출범 전 노 대통령의 경제가정교사를 한 이력 탓에 주변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유 교수는 최근 중국과 미국에서 강의를 하는 등 한국을 자주 떠나는 일이 많아 그동안 각계 언론들이 요청했던 인터뷰를 고사해왔다.
그러나 그는 막상 한국경제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속내에 담아뒀던 '참여정부의 실정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격렬한 인터뷰를 하고 말았다.
그런 탓에 유종일 교수는 참여정부에 깊은 애정을 가졌던 대표적인 학자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후보와 당선자의 '경제 가정교사'를 맡았고 참여정부 출범 초기 동북아중심추진위 민간위원에 위촉되면서 노 후보의 경제정책의 골간을 책임졌던 대표적인 개혁적 경제학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교수는 동북아중시추진위에서도 사직했고, 지금 실패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하는 개혁진영의 학자의 선두그룹에 서있다.
유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큰 공을 세웠으면서도 참여정부 들어 공직을 자의건 타의건 맡지않았기에 당당하게 당당하게 변신할 수 있었다. 또한 워낙 고언과 직언을 내놓는 스타일인 데다 정부와 재벌 및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써왔기에 관변학자나 재벌의 연구소에서 내놓는 자료와 달리 한국경제의 개혁에 대해 애정을 갖고 연구작업을 해왔기에 그의 지적은 참여정부에게는 폐부를 찌르는 창이 되곤 했다.
"말은 ‘좌파’ 행동은 ‘신자유주의’‘로 개혁정책 처절한 실패 끝나"
그는 올 가을 계간지 두 곳에 자신의 이같은 참여정부 경제정책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두 편의 글을 기고했다.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좌파 신자유주의: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하여’를 발표했고, 계간 ‘황해문화’에서는 한미 FTA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참여 없는 FTA, 이대로 가면 안 된다’를 내놓았다. 두 글을 쓰면서 한국경제를 총체적으로 진단한 유 교수를 서울 성북구 홍릉에 있는 KDI 국제정책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나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유 교수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집권후 3년 동안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3.9%에 그쳤고 청년실업률은 8.5%에서 10.2%로 급증하는 등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며 “정부는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의 부동산, 신용카드, 벤처 거품이 원인이었으며, 장기적인 경제운용을 해왔다고 변명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분배 개선은커녕 소득분배와 고용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각종 정책 실패로 인해 개혁정책이 실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 출범 후 인사 문제에서 개혁을 철저히 외면하는 잘못된 출발을 한 데다 SK그룹의 분식회계사건과 카드회사 채권 문제는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정부는 안정논리에 치우쳐 관치금융을 도입하는 등 개혁을 실종시켰다”며 “이와 더불어 고소득자에게만 혜택이 가는 법인세 및 소득세율 인하 등 조세정책, 재정지출, 사회보험제도 개혁에 실패했고, 비정규직의 급증 등 노동개혁까지 실패로 끝나면서 참담한 경제정책의 실패로 귀결됐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한미 FTA 협상과 관련 “이 협상은 아예 시작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시작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부실한 준비와 의문에 휩싸인 추진배경, 정부가 했던 거짓말과 함께 무원칙하고 무분별한 개방이 초래할 엄청난 결과를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기까지 진행됐으니 협상을 백지화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서두르지 말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국민들이 받지 못하는 부분과 자신감 있게 협상하는 부분이 걸러지도록 하는 바탕 아래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FTA 협상을 관료들이 주고받기 식으로 해서는 안되며, 진지하게 협상해보고 한미 간에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을 경우에는 과감하게 결렬 선언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또 재벌들이 요구하고 있는 금산분리 문제와 관련, “금산분리의 원칙이 제1금융권인 은행에만 적용됐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외환위기 당시 재벌이 소유한 제2금융권 계열사들이 다른 부실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 이용됨으로써 위기가 증폭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은 앞으로 더 강화돼야 한다”며 “한미 FTA 협상에서 금융자본의 요구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면서 재벌에 활용당할 경우 금산분리 문제에 대해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으며, 감독당국의 수준이나 의지가 과연 이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원칙은 반드시 고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 노트르담대, 영국 캠브리지대,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서 세계 및 한국경제 등 국제경제론과 세계화 현상 등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재계 주장 통계적으로 맞지 않아"
뷰스앤뉴스 미국, 중국, 일본에서 강의하는 등 세계경제를 두루 섭렵했으니 한국경제로 들어가기 전 먼저 세계경제를 한번 짚어보자. 최근 세계경제가 고유가, 고원자재가, 인플레이션 우려, 환율 급변동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세계경제의 흐름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유종일 교수 세계경제의 전망은 대부분 미국에서 나온다. 먼저 미국경제를 봐야 세계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조지 W. 부시 정권은 대단히 무책임한 정권이다. 지금 당장에야 그렇게 재정적자를 확대하면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국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정부, 국제, 가계적자는 해소될 수밖에 없다.
이들 적자들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두 가지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먼저 달러화 약세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발생한다. 달러화 약세만으로 미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미국경제가 언젠가는 수축하면서 조정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멀지않은 시일에 축소조정이 올 것이다. 그래서 세계경제에서 미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인해 미국경제의 어려움이 커지면 세계경제가 부담을 안고 경착륙될 우려가 커져왔다. 세계경제에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과 일본 경제가 버텨줘야 하고 그러면 위기를 넘기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미국경제가 연착륙을 하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취한 금리인상은 책임성이 있는 정책 추진으로 적절한 조치였던 것 같다.
문제는 미국경제가 재정정책 측면에서 무책임하고 특히 이라크 등 전쟁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전쟁을 수행하는 정부는 재정정책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엄청난 인플레가 생기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극단적인 예가 제 1차세계대전 후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이고, 한국도 1950년 6.25 한국전쟁 후 천문학적인 인플레를 겪었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결국 허물어지고 말았다. 국가경제가 전쟁과 연결될 경우 국민의 불만을 고조시키면 안되니 돈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유가 불안도 고조되고 잇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의 적자문제고 다른 하나는 유가 문제가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가장 큰 문제다. 또 한편으로 경계해야할 문제가 중국문제다. 유럽과 일본경제는 최근 양호하다. 반면 중국은 최고의 수입국가이며 중국의 고도 성장이 세계경제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도움을 많이 주는 형국이다. 그러나 동시에 원자재 가격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 공급 측면의 문제가 있지만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세계경제 중 비중과 위상이 워낙 크다. 과속 운전을 하는 것 같다. 언제든 충돌현상을 일으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나쁘면 세계경제로서는 가장 바라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뷰스앤뉴스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원화 가치 상승, 유가, 원자재가 3고 현상에 부동산 문제에 최근 교역조건이 사상 최악을 기록함에 따라 국내경제의 성장 축인 수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민간연구소들은 한국경제가 조로현상을 보이며 낮은 잠재성장률을 우려하고 있고 경제적 난제들로 인해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우려감을 제시하고 있다.
유종일 교수 한국경제를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면 경기 순환사이클에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는데 불운하게도 그런 대외여건이 악화되면서 경기회복의 힘이 빠져버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조로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잠재성장률의 경우 경제가 갖고 있는 생산요소들, 즉 노동과 자본이 완전고용이 됐을 때 경기의 과열 침체가 없이 정상적인 경제로 가면서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잠재성장률이 5% 수준이었다. 대체로 여러 기관에서 전망할 때 2000-2010에는 잠재성장률이 5.5%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랬다가 최근 5% 수준에서 계속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왜 내려가나. 개념적으로 잠재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 성장률에서 그대로 있으면서 거기서 오버슈팅(Overshooting)하거나 떨어져야 하는데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진다고 이야기된다. 이는 과거보다 장기적인 추세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경기순환을 놓고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투자를 할 때 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높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첫째 방법이다. 개인의 경우 저축을 많이 하는 것이 투자가 되고, 그래서 은행에 정기예금 이자가 나오면서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다른 하나의 방법이다. 뭔가 혁신하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동일한 자본과 노동이 있더라도 더많이 성장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또다른 방법인 셈이다.
첫 번째 투자에 따른 성장을 이야기해 보자. 잠재성장률을 이야기할 때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현상의 심각성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현재는 아직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다 아는 상황 아는가. 다들 투자가 부진하니까 투자가 올라가면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에 성장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투자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아니다. 과거보다 높아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다.
출자총액제한제 때문에 투자가 안된다고 재계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통계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다. 대기업에서 출자총액제한제 때문에 기업경영에 장해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주력업종 관련이나 구조조정 관련 등 예외규정이 많기 때문이다. 투자가 안되는 것은 실제 대기업 투자는 문제가 없는데 중소기업 부문이 투자가 극히 저조한 데서 기인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로 인한 임금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잠재성장율 저하에 따른 조로현상이 나타나고 다른 한편으로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은 투자를 많이 하고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중소기업과 임금의 격차도 커진다. 이제는 점차 구조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양극화가 되면서 성장도 어려워지고 또 거꾸로 성장을 일시적으로 올리기 위한 단기 정책을 편다고 해서 일자리를 만들기도 어렵고 양극화 해소는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 혁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한국경제에서 갈수록 중요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확체감의 법칙에서 보듯 부자가 될수록 자본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자본이 없다가 생기면 자본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이 많아진 상황에서는 조금 더 많아지는 것이 큰 상관이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부자나라가 되면 자본축적에 의한 성장이 아니라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따른 성장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고도성장기에 자본축적에 따른 성장을 했고, 이제는 자본 축적을 많이 한 상황이 됐다.
실례로 도로의 경우 대체로 선진국 수준에 맞게 도로망이 돼 있을 정도로 자본 투자는 많이 됐다. 이제는 혁신주도의 성장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게 아직 안되고 잇다. 장기적으로 큰 문제다. 그것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하려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노동력은 엄청나게 풍부하다. 말을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동력은 풍부했다. 그러나 기술은 선진국에서 가져와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초기 산업 발전과정에서 섬유, 시멘트, 비료산업 등 정부가 키워줘야할 산업의 종류는 뻔했다. 이렇게 자본 축적이 되면서 고도성장이 가능한 공식은 바로 시스템에 의한 성장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재벌에 대해 비호하면서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정책을 써왔다. 저리정책자금을 지원해서 자금을 공급하는 관치금융에 치중해왔다. 그 과정에서 투자를 해야했고 인플레이션 문제와 국제수지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국내저축 올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소비 억제를 했다. 많이 주면 노동자나 일반인들이 써버린다면서 소비재 수입은 금지했고 노동탄압을 했다.
과거 형성된 경제시스템 자체가 자본축적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었다. 그 과정과 단계를 거치면서 우리 경제가 자본형성이 꽤 많이 됐다. 이제는 세계의 프론티어, 즉 선두그룹에 가서 놀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노동력의 확대도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혁신주도의 생산성 향상 위주로 경제시스템이 전환돼야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국경제가 갖고 있던 시스템의 관성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과거 방식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90년대에 과잉투자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했고 양극화 구조가 심화되는 가운데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재벌 비호 지원 정책 및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지 못해"
뷰스앤뉴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했어야 하나. 한국 사회 곳곳에서 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대부분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하고 개혁에 저항했고, 이를 전면에서 주도해야할 정부는 갈팡질팡했는데.
유종일 교수 이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곳곳에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 덩지가 큰 사람이 잡아먹고 자본의 힘으로 성장이 견인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마다 창의력과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성장을 끄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경제가 추구해야할 큰 경제개혁의 내용과 틀이다.
그러나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 이렇게 경제구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혁신위주의 성장이 발생하지 않다보니 투자는 부실해지고, 생산성 향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이 내려가고 한국경제가 저성장으로 가는 조로현상으로 간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혁신이 잘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보통은 사람마다 태도나 행동과 반응이 다르지만 인센티브 주면 혁신에 나선다. 일반인이 돈을 버는 방법은 투기를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훨씬 쉽게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 아닌가. 그러나 투기로 가면 그만큼 혁신의 인센티브가 떨어진다. 각종 로비사건에서 보듯 기업들도 로비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위험을 안은 기업경영보다 더 쉬운 일이다. 지대를 많이 받거나 투기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돈 버는 데 훨씬 유리하면 그 사회에서 혁신에 나서야할 유인요소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에 대한 성과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에 과학자들이 무수하게 많지만 획기적인 신기술이 나와서 엄청난 산업을 일어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유일하게 황우석씨의 연구가 한국사회 도약의 가능성을 보였으나 나중에 밝혀진 것은 애시당초 사기극이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이다. 한국사회가 얻은 성과는 현장마다 작은 혁신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제는 포스코로 불리는 포항제철이 제철소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인 최고 수준이지만 획기적인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서 공정개선에 나서는 등 작은 혁신을 통해서 성과를 이뤄냈다.
한국경제의 장점은 이렇게 실수나 문제점을 줄여나가면서 현장 문제를 개선해온 데 있었다. 좋은 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혁신들이 모아지는 힘이 밑받침을 해줘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의 연구 및 개발(R&D)는 정부지원에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기껏 기술혁신하고 공정혁신해도 대기업에서 단가를 낮추고 나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린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혁신에 대한 유인여건이 날아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이 대학의 문제다. 대학에 있는 연구인력이 현장의 숙련노동자와 잘 결합돼야 기술혁신이 이뤄지는데, 우리나라 대학의 학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세계적인 논문학술지에 논문 몇편을 내는가로 정해져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논문 중에 정말 획기적으로 중요한 학문적 연구논문은 나온 것이 없다. 편수 맞추기다. 이번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논란으로 나라망신만 시켰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논문들이 한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수준에는 너무 저급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 대학연구에서 나오는 연구결과가 미국유럽처럼 획기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더더욱 아닌 것이 현실이다. 한국경제 통계로는 특허도 논문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경제에 실질적인 혁신동력으로 거의 작용하지 않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학의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하고, 교수 연구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는 중소기업 지원도 대개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살리는 정책이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인기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을 죽이는 것으로, 현재 고통만 잠시 완화시키는 모르핀 주사와 같다.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죽을 건 죽어야만 경쟁력을 갖는데 현재 시스템은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고 농촌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농산물을 비싼 값으로 사먹게 하고 경쟁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농촌이 세계에 개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은 취약하고 자금지원도 농가부채의 이자율을 낮춰주거나 상환을 연장하고, 추가 융자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니 경쟁력 향상이 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빚만 남게된다.
이는 제 3세계 문제와 똑같다. 외채는 기술 이전, 투자 확대, 무역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차관을 주는 것으로 결국 제 3세계 국가는 성장을 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앉게된다. 이같은 경향을 축소시켜 나가야 제 3세계가 산다. 이를 제프리 삭스 교수의 경우 아프리카 문제에 대입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말라리아나 에이즈를 처치해야 하는 상황인데 무역정책 지원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교육과 연구문제에대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그런 대학연구 인력과 결합해서 경쟁력을 올려야 한다. 또 마케팅과 디자인을 향상시키는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혁신클러스터다. 지금까지는 피상적으로 서류상으로 했고, 그러다 보니 실제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이제 사회 곳곳에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더들어가야 하고 교육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한미 FTA 일반 국민 이해와 관심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
뷰스앤뉴스 한미 FTA를 놓고 논란이 많다. 정부에 대해 협상에 대해 충실하게 준비하지 못했고 투명한 토론과 논의 과정이 없었다는 비판이 높다. 한국사회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른 한미 FTA, 무엇이 상황을 이렇게 이끌었는지, 어떻게 해야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진단해달라.
유종일 교수 한미 FTA 추진 절차의 무모함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참여정부는 현재의 FTA 정국을 놓고 개방과 쇄국의 갈림길에 섰던 구한말을 빗대지만 당시의 갑신정변 역시 민중의 참여 없이 소수 엘리트들만으로 시도됐기 때문에 실패했으며, 이번 한미 FTA도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돼왔다. 현 정부는 FTA 반대 목소리에 대해 '쇄국주의'니 '반미주의'라는 식으로 이념적 덧칠까지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반대의 목소리는 개방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무원칙하고 무분별한 개방이 초래할 엄청난 결과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한미 FTA 협상은 시작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시작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그런 부실한 준비, 추진배경이 의문에 싸여있는 것 아니냐. 시간이 가면서 정부가 했던 거짓말도 하나씩 드러나고 중국 측의 제안도 있었는데 무시하고 추진했다.
지난달 미국에 가서 의회 관계자, 국무성, 국가안보회의(NSC), 무역대표부(USTR) 등에 있는 미국측 관계자들을 만나니 이야기의 톤이 좋지 않았다. 이들은 입을 모아 󰡐판을 너희(한국)들이 하자고 해 벌렸는데 한국내에서 반대여론이 높아지니 어찌된 일이냐󰡑라고 했다. 미국쪽에서는 한편으로 약간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어 이게 한국정부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추진해서 뒷감당을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당황스러움이 보였다. 또 하나는 협박이다. 말로는 정치 없이 경제만 한다고 하는데 추진배경을 보니 그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과의 문서를 보니 상황이 다른 것 같다. 미국과의 협상도 한미 양국이 서로 원래 방향과 다르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FTA 협상이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고 정부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은 노골적으로 한미동맹을 경제동맹으로 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거꾸로 협상이 안되면 한미동맹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미관계가 불안정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미국 조야의 불신과 의구심이 팽배한 가운데 미국과 합의가 되지않고 판이 깨지면 상당히 역효과와 역풍이 있을 것이다. 미국측 관계자들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등등 하는 식으로 이번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미관계 자체에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사실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이 전 세계 미군 재배치계획에 따른 자기네 국가의 계획인데 이걸로 한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협상에 나서면 악랄하게 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협상은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했고, 그동안 추진 방식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 또 한미 FTA의 협상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틀리지 않다.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인 반대 여론이 미국을 움찔하게 만들고 또 미국측에서는 한국내 국민여론으로 판이 깨질 것 우려해 협상에서 우리측을 배려하는 등 도움을 받는 측면도 있다.
내 의견을 말하면 책임을 지고 있는 정책제시 입장에서 이야기할 경우 이미 여기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중단하라고 말하지는 못하겠고,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라고 말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며칠 동안에도 빨리하자는 이야기와 천천히 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몇 번이고 왔다갔다 한다. 정부와 대통령이 말을 바꾼다. 그런 흐름을 지켜보면 우리 정부는 미국 일정에 맞춰 협상을 끝내려고 하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그렇게 돼서는 곤란하다.
좋은 협상 결과를 얻어서 많이 얻어내고 개방했을 때 피해가 심각한 것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지켜내야 한다. 협상이라는 틀에 맞게 성과를 거둬야 한다. 그리고 추진 과정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는 방식은 지금이라도 당장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식으로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외협상을 진행해서는 안된다.
또 대통령에 당선될 때 한미 FTA 추진을 공약했으면 몰라도 이건 아니다. 한미 FTA 추진은 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했던 공약과 정 반대다. 동북아중심국가를 이야기하더니 미국과 협상을 하는 등 정반대로 정책이 가고 있다. 또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국민적인 공감대 없이 국민들에게 화두로 던지고 국정홍보처가 대대적인 홍보공세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는 안된다. 정보공개와 의견수렴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수준이라면 미국과 연말까지 협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대외협상의 마지노선을 정부가 공개적으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견수렴 절차에서 국민들이 받지 못하는 부분과 자신감 있게 협상하는 부분이 걸러지도록 하는 바탕 아래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관료들이 주고받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그런 자세로 진지하게 협상해보고, 한미 간에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과감하게 결렬 선언을 하자.
"공공정책에 대한 자주적 결정권은 절대 내줘선 안된다"
뷰스앤뉴스 협상의 성격이 원래 서로 내주고 맞바꾸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역시 실제 협상에 들어가서는 두 나라가 서로가 내줄 수 있는 선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더구나 우리 입장은 약자기 때문에 미국의 배려가 필요한 데 미국은 도리어 강도 높은 압박전술만 펴고 있다.
유종일 교수 무엇보다 내주면 안되는 것은 공공정책에 대한 자주적인 결정권이다.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이외에도 많다.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도 그렇다. 한국내 공공제도에 대한 제약이 될 것이다. 약가산정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우리의 선별등재방식인 포지티브시스템에 동의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상시적인 개입 채널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대해 의견개진을 할 수 있으나 상시적이면서 공식적인 채널로 어느 나라의 규제 정책 시행에 대해 간섭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않는 것 아니냐. 공공성이 높은 기간산업에서 미국에 대해 내국인 대우를 1백% 하는 것은 곤란하다. 교육, 의료, 전기, 통신 등 공공부문이 다 그렇다.
지적재산권을 초강력 수준으로 규정해서는 안된다. 국제수준이 있으므로 거기에 맞춰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도 식품안전과 위생 차원에서 중요하고, 유전자조작식품(GMO) 등도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기준은 지켜야 한다. 쌀을 비롯해 소위 민감품목 등이 그렇다.
개성공단 문제를 미국에서 이야기 해보니 미국 측 인사들은 거의 최대의 장애물인 것처럼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이 개성공단 문제를 주장하면 협상이 깨진다고 미국측은 이야기한다. 특히 지난 7월5일 북한 미사일 발사로 더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개성공단이 북한경제의 일부지만 또 보면 남한경제의 일부이기도 하다. 남한기업들이 원자재를 공급하고 단지 북한 노동력만 쓴 것이다. 지금까지 FTA에서 남미,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에서 한국산으로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인정했다. 왜 달라야 하나.
북한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북한에 대해 벌을 줘야하지만, 개성공단처럼 개혁개방에 나서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도리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한미일 동맹강화를 통해 북한 정권을 압박해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여건과 동력을 최대한 만들어주자는 것이 다수 국제여론이다. 그것만이 평화롭게 정세를 바꿔나갈 수 있다.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미국이 반드시 인정토록 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측이 못한다고 강력하게 버틴다고 말한다. 대체 뭘 얻으라는 것이냐. 스크린쿼터나 농민들의 반반에 대해 큰일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이들 사안은 워낙 비대칭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배기가스, 제약 등등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는다. 반면 한국은 구체적으로 얻는 것이 대단히 불명확하다. 관세가 별로 이익이 안되고 현대차는 알래배마 주에 벌써 공장을 지어 진출하는 등 미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한국이 별로 얻을 것이 없다.
거꾸로 FTA 협상이 깨지는 것에 대해 우리도 부담 있지만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부담이 있다. 스위스 등과 진행하다가 말았지만 미국의 부담이 크다는 그런 관측도 있다. 미국이 막판에 양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과거 협상을 통해 지켜보면 알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야기하듯이 협상에 항상 여지는 있다. 과거 북한에 대한 폭격 일보 직전까지의 상황에서 마침내 페리보고서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끝까지 달라붙고 여론 수렴 작업을 통해 끈질기게 해봐야한다.
뷰스앤뉴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과 관련 기업측에서는 그동안 의결권 제한으로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논리를 폈고 정부에서도 이를 용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그동안 기업과 정부측의 태도에 대해 비판을 했는데.
유종일 교수 의결권 제한에 따라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재벌들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 현재 주식보유가 변동할 경우 지배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자체가 역설적으로 금융기관을 이용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 지분 매각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그 지분이 반드시 외국인에게 넘어가지는 않으며,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포트폴리오 투자펀드들이 경영권 탈취를 위해 일시에 담합한다는 것 역시 상상하기 어려운 데도 기업들은 자꾸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재벌그룹이 이미 위법상태를 시정했거나 시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특정 거대재벌에게만 위법을 사후 용인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불러 일으키며 이는 정부의 리더십 손상과 이에 따른 경제정책 수행능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 '자유방임 정책'을 추구하는 소위 '시카고 보이스(Chicago Boys)'가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피노체트 치하의 칠레에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해 거대한 투기자본으로 전환함으로써 1980~83년에 국내총생산(GDP)이 무려 15%나 감소하는 재앙적인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칠레의 모든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국유화됐다.
금산분리의 원칙이 제1금융권인 은행에만 적용됐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외환위기 당시 재벌이 소유한 제2금융권 계열사들이 다른 부실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 이용됨으로써 위기가 증폭됐던 경험이 있다. 외환위기 뒤에도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에 따른 폐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금감원이 1999년에 발표한 삼성 계열 금융기관에 대한 연계검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삼성자동차에 신용대출을 해주는 등 삼성 계열 금융회사들은 무려 17건이나 계열사에 부당한 지원을 했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에 금융계열 분리제의 도입 등을 통한 금산분리 원칙의 강화를 천명했던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은 앞으로 더 강화돼야 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특히 FTA가 금융자본의 요구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면서 재벌에 활용당할 경우 금산분리 문제에 대해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 투자와 혁신이 대기업에만 의지해서는 안된다. 클럽축구가 유소년부터 발전해야 세계정상을 갈 수 있다. 한국축구가 한일 월드컵에서 유리한 여러 가지 여건을 활용해 4강에 올랐지만 지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6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면 장기적인 발전이 안된다.
삼성전자가 한국을 세계에 드러내는 대단한 기업이지만 삼성전자만을 생각하면 나머지 밑에 있는 기업들이 다 죽는 것이다. 금융산업은 자원 배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 못하고 당하기만 하다가 뒤늦게 망하고 난 뒤 이야기한다. 그나마 금융산업의 지배력이 막강한데 더 확대되면 위험하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성장동력 자체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말 위험하다. 감독당국의 수준이나 의지가 과연 이를 따라갈 수 있는가. 기업들의 소유상태로 결합된 상황을 보면 건전하지 않은 내부거래가 무수히 많다. 고객자산으로 내부 계열사 지원 등에 나설 때 감독당국이 이를 차단할 역량이 있는가. 사전이나 진행중인 상황에 대해 감독하기는커녕 사후적으로라도 전혀 하지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안하는 부분도 많다. 카드채 사태를 보더라도 LG카드를 고가에 팔려다보니 논란이 크지 않은가.
뷰스앤뉴스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대폭 개선하고 새 시대에 맞는 사회공헌의 틀을 구축하는 등 과거에 비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할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경영진의 비리가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고 편법과 탈법이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 현대차, 신세계 등에서 쏟아져 나오고 시민단체들과 갈등하고 있다.
"재벌개혁 더 강도높게 진행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해야"
유종일 교수 기업들의 적극적인 변화가 어려운 이야기다. 국민들이 봤을 때 실제 삼성전자는 대단히 크고 역량이 막강한 기업이다. 포스코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고 이를 국민들이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을 볼 때 하나는 개별 독립된 회사로서 봐야하고 또 재벌 체제 내에 있을 때의 측면에서 봐야한다. 지배구조를 이야기할 때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경영진이 최선의 전략과 판단으로 경영할 수 있고 주주나 시장 참여자들이 투명하게 기업에 대해 알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시장기구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기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재벌 개혁을 왜 자꾸 강조하느냐. 잘하는 대기업과 재벌들에 대해 왜 자꾸 뭐라고 하냐고 하는데 지금 잘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경험했지 않은가. 재벌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얽히면 잘 나가는 곳에서 빼서 문제가 있는 곳에 지원하다가 문제가 커진 것 아닌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재산을 빼돌리는 현상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것은 프로경영이 아닌 엉터리 경영이다. 이들이 하는대로 가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우리 경제조차 망한다. 지배구조 개혁을 잘 하고 있는데 왜 못살게 구냐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도 잘 나가도록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다른 하나가 잘 나가는데 또다른 한쪽은 일만 시켰다. 동일하게 경쟁시킬 수는 없다. 우수한 자원이 그 분야를 장악하고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경제에 대한 좀더 많은 기여가 필요하다. 많이 받았으면 그만큼 고용창출과 생산유발효과 등 기여를 기업들 스스로 이야기해야 한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누가 주인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재벌개혁을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나라당이 한때 그랬다. 1백% 틀린 용어 중 하나가 재벌 오너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콘도회원권을 갖고 있다면 1년에 대개 한달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 그 정도를 가지면 회원이라고 하지 오너라고 하지 않는다. 소위 멤버라고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몇 % 갖고 있다. 그러면 오너가 아니다. 그런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사기업이므로 민간기업에 대해 뭐라고 하지말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그러면 재벌오너가 아닌 주주권이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상법상으로는 기업의 주주 것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이 어떻게 컸는가. 재벌기업의 경제적 가치는 주주가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통해 나온 것이다. 자본 축적의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애초 재벌들은 부분적으로 사회적 성격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 박정희 정권에서 부정축재자를 사면해주고 부담을 감면해주면서 정부에 대해 협력하도록 했고 이후 대대적인 경제개발에 나섰다. 그러니 삼성그룹의 모토가 사업보국이다. 재벌 일가의 개인적인 이윤 극대화만이 아닌 사회와 국가적 사업 측면에 대한 활동에 나선 대가로 정부는 오너체제를 인정했다. 그리고 정부정책에 협조하는 한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국민의 돈을 이들 기업에 투입했다. 아주 노골적으로 8.3조치처럼 각종 대 사회 동결조치를 취한 뒤 그 이익을 재벌에게 가져다 준 것이다.
대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컸다.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국민세금을 바탕으로 한 정부 지원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했고, 그 근본에는 국민들이 세금을 통해 이들을 받쳐준 덕분에 큰 것이라는 역사가 있다. 그런데 이런 과거 역사는 다 무시하고 상법상 주주총회를 들먹이며 주주민주주의만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
물론 참여연대의 경우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주주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오너 아닌 사람이 오너라고 하면서 기업집단을 왕국처럼 다스리는 시스템에 대해 개혁하기 위한 것이므로 다르다. 주주민주주의라는 이론을 지렛대로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이므로 정당하다.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인정하고 또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주민주주의가 이상적이거나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래서 기업이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를 하면서 당당하게 요구할 때 가장 현실에 걸맞는 활동을 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 요구는 단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시키게 된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 공헌을 이용하게 되면 '사상누각'에 불과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변화와 변신이 필요하다.
뷰스앤뉴스 참여정부가 "분배와 개혁의 약속을 저버리고 성장중심주의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급선회"했다고 진단하고 재벌 개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유종일 교수 대통령이 최근 인사권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은 자기 스스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인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서 처음 인사할 때부터 이 정부는 경제부문에 있어서 개혁 의지가 없구나 라고 봤고 실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참여정부는 초창기부터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인해 카드채 사태가 나자, 구태의연한 관치를 재연했다. 재벌 계열사를 통해 부실회사를 살리는 방식으로 했다. 시장 개편 과정에서 감독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마비사태가 가까워지자 나서서 채권은행들을 모아서 자금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
결국 시장의 규율을 세우고 잘못된 행위를 한 기업을 벌주는 제대로 된 개혁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개혁이 안되겠구나, 말만 개혁이지 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참에 2만불 구호가 8월15일에 공식으로 나왔다. 개혁, 분배와 안정 이런 개혁정권의 가치보다는 성장 지상주의로 나간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이후 양극화 이야기가 나왔다. 나중에 뒤늦게 양극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전후 맥락으로 볼 때 정치적인 것 같다. 참여정부는 양극화를 악화시키려는 정책을 썼고 해소하려는 정책은 하지 않았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성장이 시원치 않은 것은 모두 일시적인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바꿀 것을 바꿔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결과로 나타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외부의 강요와 내부 의지로 개혁에 나섰고 결국 수술해 살렸다. 급박한 경기회복과 경기진작 과정이 있었을 때 총선이 다가오자 단기적인 정치논리에 영향 받으면서 경제정책이 완전히 망가졌다. 핑계를 대면서 문제가 된 기업이나 현안을 정리하지 않고 넘어갔고 이후 성장주의 정책으로 가면서 선순환을 주장하면서 결국은 경기회복과 개혁을 둘 다 놓쳤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이다. 참여정부에서 대단한 개혁을 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보유세를 이 정도로 과표를 현실화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조세저항을 뚫고 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정부 주장하고 엄청난 수준으로 올랐다. 많은 학자들이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왜 그렇게 됐나. 2002년부터 부동산 붐이 시작했을 때 처음부터 안된다고 과감한 신호를 주고 확실하게 정책실행에 나서야했다. 투기에 대한 방지는 공급이나 세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공급에 따라서 해야 하는데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장메커니즘을 강조하고 변동성을 막는 것이 정부의 조정과정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부동산 과열이 정상적인 수요공급이 아니고 일부 지역의 투기수요에 따른 것이 너무 명백했다.
강남 지역에서 부동산 3채 이상 있는 사람이 67% 이상에 달하는 데 거기에서 무슨 실수요를 이야기하나. 보유세, 대출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정부당국자들은 경기에 부담이 될까봐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기들 대부분이 강남에 살다보니 전체적으로 개혁하려고 하기보다는 상황을 안정시키려고만 한다. 결국 미봉책에 그친 정부정책이 시장에서 진 것이다. 행정과 기업 등등 모두가 투기 센터를 만든 셈이다. 부동산정책은 참여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에 대한 상징적인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격차, 생산성 격차, 임금 격차 날로 확대"
뷰스앤뉴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의 주원인은 무엇인가.
유종일 교수 참여정부의 경제성적은 한 마디로 F학점으로 평가할만큼 한 마디로 초라하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집권 3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9%에 그쳤다. 이는 5% 내외로 평가되는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외환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출범하며 집권 첫 해 -6.9%라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던 김대중 정부의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4.4%였음에 비추어보면 참여정부의 성적은 대단히 저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초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내세운 참여정부가 그렇다고 분배 정책에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다. 분배를 한 것도 개혁을 한 것도 아니며, 오히려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 등 각종 국책 도시개발정책을 남발, 부동산 가격 앙등을 초래했다. 김영삼 정부 5년이나 김대중정부 5년 동안 전국의 부동산가격이 각각 1백조원 내외 상승한 데 비해 참여정부의 3년 동안에는 8백21조원이 상승했다. 뛰기만 하는 집값은 참여정부 무능의 상징이고, 서민들의 좌절감은 깊어갔다.
외환위기 이후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참여정부에서 다면적으로 진행됐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도 문제다. 하위 20%의 평균소득 대비 상위 20%의 평균소득이 2003년 1.4분기에는 7.81이었는데 2006년 1.4분기에는 8.36에 이르렀다. 또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2002년 23.2%에서 2005년 26.8%로 증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인 미국의 24.9%를 넘어섰다.
고용의 양극화도 심화됐다. 비정규직은 2002년 3백84만명에서 2005년 5백48만명으로 급증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격차, 생산성 격차, 임금 격차는 날로 확대되고있으며, 산업구조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말은 ‘좌파’요, 행동은 ‘신자유주의’가 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뷰스앤뉴스 향후 한미 FTA가 한국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주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한미 FTA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또 참여정부의 이같은 경제정책 실패에서 무엇을 봐야할 것인가.
유종일 교수 협상은 진행하되 역시 반드시 관철해야할 우리의 국가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은 반드시 관철돼야 하며, 쌀 등 민감한 농산물 시장개방의 제한, 과도한 지적재산권 보호와 투자자 보호 조치의 배제, 약가 적정화 등 공공정책에 대한 자주권 관철, 금융분야에서 국경간 거래 및 신금융서비스 개방과 관련해 열거주의 방식으로 개방을 최소화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또 미국이 원하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가 아닌 제한적 FTA를 해야하며, 안될 때는 정부가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최종적으로는 국회가 비준을 거부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이미 입증이 됐다. 이에 따른 교훈으로는 경제정책은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경제 분야를 포함해 정체성이 분명한 정책정당을 발전시켜야 할 것과 경제의 효율적 작동과 안정적 성장 및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지속적인 재벌 개혁에 나서야 하는 두 가지 사안은 경제개혁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할 것이다.
뷰스앤뉴스 바쁜 가운데서도 인터뷰에 응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진단하고 향후 나가야할 방향에 대한 고견을 이야기해줘 고맙다.
유종일 교수 인터뷰에 초대해줘 감사하다. <뷰스앤뉴스>와 독자들의 발전과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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