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족들, '시신 운구' 원천봉쇄 당해
경찰 "불법집회", 병원 "사용료 4억 내라". 치열한 몸싸움
유족들과 용산범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순천향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계속 우리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는 대통령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영안실을 서울시청 광장으로 옮겨 청와대로 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오후 4시15분께 위령제를 마친 뒤 붉은 천을 덮은 관들에다가 시신을 넣는 천구의식을 행하기 위해 시신이 안치돼 있던 병원 영안실로 이동하려 하자 영안실 앞에 빼곡히 배치된 전경 병력이 이들을 막아섰다.
이들은 범대위측이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내지 않아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시신 이동을 원천봉쇄했다. 병원측 역시 아직 내지 않은 안치실 사용료 4억원을 지불하기 전에는 시신을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유족들은 "길을 열어라. 아버지와 남편의 시신을 못 보게 가로막는 이유가 뭐냐"며 강력 항의했으나 경찰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이후 양측간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족들과 범대위의 강력 항의로 경찰 7~8명이 방패와 투구를 빼앗기기도 했고, 카메라를 들고 채증을 시도하는 경찰들은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영숙씨는 탈진해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30여분 넘도록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던 유족과 범대위 측은 결국 시신을 빼내는 것을 단념했으나, 이들은 "열사의 혼을 모시고 가관한 채로 예정된 천구 행렬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가관 천구 행렬'도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어서 또다시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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