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硏 "비정규직 증가로 내수기반 붕괴"
재계와 반대결론, "최근 경기회복 1년만에 끝나. 고용불안 해소 시급"
비정규직 급증에 따른 고용불안 때문에 국내경기의 순환 주기(사이클)가 지나치게 짧아져 거시 경제정책 운용에 부담을 주고 내수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대기업 산하 연구소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이 비정규직 축소 조치에 극렬히 반대하는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재계가 임금 절감이라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몰된 결과, 경제기반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의미있는 지적이다. 재계가 진지하게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경기 상승세 4년째인 미국 비해 한국은 회복세 1년 불과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10일 SERI 홈페이지내 임원급대상 정보사이트 '세리CEO'에 올린 '경기사이클 축소의 원인과 해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경기의 사이클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경기 사이클 수명이 단축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냄비 현상’이 심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이 작년 4.4분기 1.6%를 기록한 이후 올해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1.2%, 0.8%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 데다, 계절조정후 분기별 GDP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 2.4분기에 기준치인 100 밑으로 떨어지는 등 우리나라 경기는 경제 지표상 정점을 지나 현재 완만한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됐다.
연구소는 또 재고-출하 순환지표도 재고 증가 속도가 빨라지며 경기 확장이 마무리 단계임을 알리고 있어, 경기가 지난 1.4분기를 고점으로 2.4분기에 하강기에 들어섰다며, 작년 1.4분기 저점에서 시작된 경기 확장(회복)기가 1년만에 끝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정보기술(IT) 발달과 더불어 경제 주체들이 실시간으로 투자와 소비를 결정하는 등 경기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 세계적으로 경기 사이클이 단축되는 현상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하고 대조적인 예로 2001년 저점을 지나 4년 넘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 경기를 들었다.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내수 만성적 침체국면 돌입
연구소는 우리나라 경기 사이클의 단명 현상에 대해 "전통적으로 경기 변동기 완충 역할을 해 온 재고의 기능이 변한 데다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 확대로 본격 경기 위축에 앞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먼저 닫기 때문"이라며 "특히 내수와 수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일반적 상황에서 수출 호조는 내수 회복으로 이어져 이후 수출이 주춤하더라도 내수가 이를 보완, 경기의 진폭을 줄이고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수출 호조가 내수, 특히 소비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해 내수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경기 사이클이 짧아지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반면 예측력은 떨어져 거시 경제 운용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결국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며 "경기 주기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특히 불안 심리 해소를 통한 소비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소비가 지난 2003년의 부진에서 벗어나 일단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경제 안전판이 되고 경기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더구나 하반기에는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상반기보다 소비 증가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내수의 중심인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투자를 늘려 이 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수출과 내수의 원활한 순환을 돕고 내수의 '힘'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연구소의 의미있는 '객관적 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포항 비정규직 건설노조 갈등, 정-재계의 비정규직 축소 논란 등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핵심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축소에 반대하는 재계 주장과 정면 상치되는 것이어서 각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가입국가 가운데 가장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불안정한 경제시스템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많았다.
이석채 전경제수석의 경우 "OECD의 경우 신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노동인구의 30%를 넘지 않도록 자율통제하고 있다"며 "이 선을 넘을 경우 구매 격감으로 내수경제가 붕괴하면서 장기침체에 빠져든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석학인 김종인 의원도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져 한국경제의 내수 장기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에서 비정규직 급증의 경제적 폐해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온 것은 드문 일이어서, 삼성경제연의 이번 연구결과는 향후 비정규직 논란의 주요 자료로 인용될 전망이다.
이처럼 삼성경제연의 객관적 분석에 높은 평가를 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만성적 내수침체의 또다른 원인인 집값 폭등으로 제집장만 기간이 배증하면서 발생한 구매력 감소와 살인적 사교육비 부담 등 내수침체의 또다른 주요원인을 함께 지적하지 않은 데 대해선 유감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이 비정규직 축소 조치에 극렬히 반대하는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재계가 임금 절감이라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몰된 결과, 경제기반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의미있는 지적이다. 재계가 진지하게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경기 상승세 4년째인 미국 비해 한국은 회복세 1년 불과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10일 SERI 홈페이지내 임원급대상 정보사이트 '세리CEO'에 올린 '경기사이클 축소의 원인과 해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경기의 사이클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경기 사이클 수명이 단축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냄비 현상’이 심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이 작년 4.4분기 1.6%를 기록한 이후 올해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1.2%, 0.8%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 데다, 계절조정후 분기별 GDP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 2.4분기에 기준치인 100 밑으로 떨어지는 등 우리나라 경기는 경제 지표상 정점을 지나 현재 완만한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됐다.
연구소는 또 재고-출하 순환지표도 재고 증가 속도가 빨라지며 경기 확장이 마무리 단계임을 알리고 있어, 경기가 지난 1.4분기를 고점으로 2.4분기에 하강기에 들어섰다며, 작년 1.4분기 저점에서 시작된 경기 확장(회복)기가 1년만에 끝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정보기술(IT) 발달과 더불어 경제 주체들이 실시간으로 투자와 소비를 결정하는 등 경기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 세계적으로 경기 사이클이 단축되는 현상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하고 대조적인 예로 2001년 저점을 지나 4년 넘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 경기를 들었다.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내수 만성적 침체국면 돌입
연구소는 우리나라 경기 사이클의 단명 현상에 대해 "전통적으로 경기 변동기 완충 역할을 해 온 재고의 기능이 변한 데다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 확대로 본격 경기 위축에 앞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먼저 닫기 때문"이라며 "특히 내수와 수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일반적 상황에서 수출 호조는 내수 회복으로 이어져 이후 수출이 주춤하더라도 내수가 이를 보완, 경기의 진폭을 줄이고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수출 호조가 내수, 특히 소비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해 내수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경기 사이클이 짧아지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반면 예측력은 떨어져 거시 경제 운용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결국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며 "경기 주기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특히 불안 심리 해소를 통한 소비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소비가 지난 2003년의 부진에서 벗어나 일단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경제 안전판이 되고 경기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더구나 하반기에는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상반기보다 소비 증가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내수의 중심인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투자를 늘려 이 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수출과 내수의 원활한 순환을 돕고 내수의 '힘'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연구소의 의미있는 '객관적 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포항 비정규직 건설노조 갈등, 정-재계의 비정규직 축소 논란 등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핵심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축소에 반대하는 재계 주장과 정면 상치되는 것이어서 각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가입국가 가운데 가장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불안정한 경제시스템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많았다.
이석채 전경제수석의 경우 "OECD의 경우 신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노동인구의 30%를 넘지 않도록 자율통제하고 있다"며 "이 선을 넘을 경우 구매 격감으로 내수경제가 붕괴하면서 장기침체에 빠져든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석학인 김종인 의원도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져 한국경제의 내수 장기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에서 비정규직 급증의 경제적 폐해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온 것은 드문 일이어서, 삼성경제연의 이번 연구결과는 향후 비정규직 논란의 주요 자료로 인용될 전망이다.
이처럼 삼성경제연의 객관적 분석에 높은 평가를 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만성적 내수침체의 또다른 원인인 집값 폭등으로 제집장만 기간이 배증하면서 발생한 구매력 감소와 살인적 사교육비 부담 등 내수침체의 또다른 주요원인을 함께 지적하지 않은 데 대해선 유감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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