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외교위원장 "북-미 직접대화, 한-일 원치 않아"
[김동석의 뉴욕통신] "남북 교류 중단, 상황 더 어렵게 만들어"
버맨 위원장은 특히 “미국과 북한과의 직접 대화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반기지 않으며, 다른 6자회담 당사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퍼즐과 같이 어려운 것”이라고 밝혀, 향후 북미간 대화와 6자회담이 북한-한국-일본의 강경 입장으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이 한인타운을 직접 방문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며, 한인들이 미국의 시민 입장에서 외교위원장을 직접 초청을 한 일은 이민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또 버맨 위원장이 이날 한인유권자센터의 방한 권유를 받은 뒤 “한국계 미국시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며 밝힌대로 8월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2006년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방한 이후 3년여만의 첫 방한이 된다.
버맨 위원장은 이날 한인유권자센터 초청으로 뉴욕 맨해튼의 뉴욕의 한인타운을 부인 제니스 버맨 (Janis Gail Berman)과 함께 처음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아시안계 한인사회에서의 KAVC의 역할에 대해서 인상 깊은 관심을 보였고 한인들의 정치참여 운동을 주도하는 KAVC의 활동을 크게 격려했다.
KAVC를 비롯해서 이날 참가한 한인들은 버맨 위원장이 그동안 한국인들과 한국을 위해서 크게 애써준 사안들을 조목조목 들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는 특히 한미간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일본군위안부결의안, 한미동맹관계격상결의안 등을 예로 들었다. 또 버맨 위원장이 특별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설득해서 한미정상회담 차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의회로 초청해서 연방상.하원의 지도부와 특별한 간담회를 갖도록 한 것에 대해 200만 이상의 한인동포들을 대신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필자는 이날 행사에서 버맨 위원장의 그동안 한국과 한인을 위한 활동에 대해 “한인들의 정치참여 활동이 지금이 시작이고 더욱더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위원장이 부부동반으로 뉴욕의 한인타운을 방문해 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인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외교위원장실에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버맨 위원장은 “꼭 그렇게 해달라. 나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버맨 위원장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 이상 지역 한인들과 만나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가졌다. 최근 북핵 문제를 두고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이날 참가한 20여명의 한인들은 버맨 위원장에게 미주 한인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으며 평화적인 해결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한 참가자는 “미국이 아직까지 대북 협상에 관해 이란만큼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이 말로는 대화를 하자면서 6자회담 수석 대표를 비롯한 정식 협상팀 조차 왜 꾸리지 않고 있는가”라며 “미국이 6자회담 또는 북한과 대화의 틀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버맨 위원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처리해 나가야 할 사안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북한의 핵 문제가 동북아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을 주고 있음에도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미국은 비록 ‘파트타임’이긴 하지만 스티븐 보스워스(Stephen W. Bosworth)가 특사로 있고, 미국과 북한과의 직접 대화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반기지 않으며, 다른 6자회담 당사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퍼즐과 같이 어려운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버맨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북한은 그동안 고립되어 세계 정세에 아직 둔감한 것 같으며, 미국 또한 북한과 교류가 없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며 "미국과 북한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북한과의 교류를 해오던 한국조차도 교류가 완전히 막혀가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더욱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버맨 위원장은 다음 스케줄을 20분 이상 지연시키면서 북핵 이슈에 대한 한인 참가자들의 의견을 경청하였다. 그는 자리를 일어서면서 평화적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여려가지 좋은 의견들을 들었으며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인유권자센터의 풀뿌리 활동이 시민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앞으로도 폭넓은 활동을 기대하겠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해온 신중하면서도 노련한 정치인인 버맨 위원장이 한인유권자센터의 제안에 대해 약속한대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6자회담에 참가하는 각국과 워싱턴 정가를 설득하고, 이와 더불어 미국과 남북한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평화와 우호를 바탕으로 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분주한 발걸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 소개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