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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 채점해보니 모두 F학점"

이준구 교수 충격 폭로, "MB의 사교육 미봉책에 절망감 느껴"

"이번 학기 ‘재정학’ 학기말시험 채점을 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예년보다 더 어렵게 출제한 것도 아닌데 학생들의 답안이 말 그대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0점 아니면 거의 0점에 가까운 답안이 대략 3분의 1 정도 되었고, 모두 정답에 가까운 것을 써낸 학생은 하나도 없었다. 채점을 끝내고 나서 평균점수를 계산하니 30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절대평가를 하면 거의 모두 F학점을 받아야 했으나, 내가 상대평가 방식을 선택한 덕분에 간신히 그 비극을 면할 수 있었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준구 교수가 밝힌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다.

이 교수는 "우리 대학에 들어올 정도라면 그 동안 공부밖에 모르고 살아온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들이 약간의 응용을 요하는 문제를 냈다고 백지에 가까운 답안을 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들이 그 동안 공부해 온 방식에 무언가 결정적인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며 "내 느낌으로는 그저 암기한 것을 그대로 토해내는 것만 능할 뿐 도대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탄식했다.

이 교수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우리 사회 최고대학의 충격적 실태를 공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가 이같은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최근 드라이브를 건 사교육비 절감 대책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가 교육을 바로 잡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왔다. 대통령은 대학입시 제도를 손보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정부 일각에서는 사교육을 줄일 획기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뉴스를 흘린다"며 "정부가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사실 정부가 뒤늦게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팔 걷고 나서는 것 자체가 약간 우스꽝스럽다"며 "지금까지는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네들 마음대로 교육의 판을 다시 짜는 데 전념해 오던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자사고나 국제중의 설립이 모두 사교육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모르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대학입시를 전적으로 대학에 맡기는 것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음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라며, 사교육비 폭증의 근원을 현 정부가 제공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는 사교육비 절감책과 관련해서도 "내신과목을 축소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다. 과목 수를 줄여 집중적인 사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될 뿐, 사교육의 규모 그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또한 10시에 학원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은 변칙, 음성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수능시험을 2, 3회 보게 하고 그 중 높은 점수로 대학에 지원하게 만든다는 아이디어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라며 "시험을 여러 번 보게 한다고 느긋한 마음으로 시험을 칠 수 있을까? 한 번 쳐서 좋은 점수 나왔다고 그냥 있을 사람은 만점 맞은 사람밖에 없으리라는 것도 쉽게 점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결론적으로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 시절 과외 금지라는 고단위 처방도 별 효과를 내지 못했는데, 지금 논의하고 있는 대책 정도로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대책들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병을 낫게 하는 처방이 아니라 단지 열을 내리려 하는 미봉책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교수는 "우리 교육이 직면해 있는 좀 더 본질적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글 첫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공부만 많이 한 지적 미숙아를 양산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입시 준비에 낭비해 버린 탓에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마비되고 공부를 할 열의도 없어진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말이다"라며 현재 한국교육의 본질을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기계적 암기식 교육에서 찾았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데 흔쾌히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교육의 질을 대학 입학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느냐에 있다. 이에 관한 논의는 실종되고 사교육 줄이는 미봉책에 대한 논의만 무성한 것이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느끼는 절망감의 원천"이라며 현 정부 교육대책에 절망하고 있음을 토로했다.

그는 "참다운 교육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이 왜 좋은 대학 들어가는 데 목을 걸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좋은 대학들어가는 데만 목을 걸고 있기 때문에 교육이 파행의 길을 가고 사교육이 창궐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이 구도를 바꾸려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달라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바뀌기 전에는 참다운 교육이 자리를 잡을 수 없는 것"이란 지적으로 글을 끝맺었다.

이 교수 글은 한국교육에 대해 "인풋(input)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으나 아웃풋(output)은 거의 없다"는 선진국가들의 힐난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글로, 우리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질책에 다름 아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사교육 줄인다고 팔을 걷어붙였으나

병이 깊은 우리 교육

이번 학기 ‘재정학’ 학기말시험 채점을 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예년보다 더 어렵게 출제한 것도 아닌데 학생들의 답안이 말 그대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0점 아니면 거의 0점에 가까운 답안이 대략 3분의 1 정도 되었고, 모두 정답에 가까운 것을 써낸 학생은 하나도 없었다. 채점을 끝내고 나서 평균점수를 계산하니 30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절대평가를 하면 거의 모두 F학점을 받아야 했으나, 내가 상대평가 방식을 선택한 덕분에 간신히 그 비극을 면할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 이 과목의 수강생이 특별히 공부를 게을리 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닌 것 같다. 모두들 강의도 열심히 들었을 뿐 아니라, 책이 헐어버릴 정도로 부지런히 읽은 기색도 보인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사실 학생들의 학력이 조금씩 떨어진다고 느낀 것은 몇 년 전부터였다. 그리고 나만 이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동료 교수들이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대학에 들어올 정도라면 그 동안 공부밖에 모르고 살아온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들이 약간의 응용을 요하는 문제를 냈다고 백지에 가까운 답안을 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들이 그 동안 공부해 온 방식에 무언가 결정적인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 내 느낌으로는 그저 암기한 것을 그대로 토해내는 것만 능할 뿐 도대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 같다.

이들이 대학에 들어오기 전 어떻게 공부해 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동안 이들이 ‘선행학습’이란 명목으로 낭비해 온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미친 듯이 열심히 공부한다 해도 이렇게 낭비적인 방식으로 하면 지적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신 준비, 수능 준비 역시 지적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적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는 매 일반이다.

게다가 대학에서 면접 비중을 높인다고 하면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의면접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논술 비중을 높인다고 하면 모범답안을 앵무새처럼 외우느라 진을 뺀다. 도대체 논술에 어떻게 정답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논술을 채점해 본 사람이라면 학생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학생들 면접해 보고 논술 채점해 보면 이 땅의 교육이 얼마나 잘못 되어 있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우리 어린 세대가 이 병든 교육의 희생자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공부에만 혼신이 힘을 쏟은 결과가 바로 이런 지적 미숙의 상태라면 사회가 그들에게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거의 0점에 가까운 답안지를 내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강의실을 떠난 내 재정학 수강생들은 바로 이 병든 교육의 희생자들일 뿐이다. 내가 채점을 하면서 그들에게 분노가 아닌 깊은 연민을 느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효과가 의심되는 사교육 대책

최근 정부가 교육을 바로 잡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왔다. 대통령은 대학입시 제도를 손보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정부 일각에서는 사교육을 줄일 획기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뉴스를 흘린다. 정부가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를 바로 잡는 것은 고사하고 사교육을 줄이는 것조차 어려울 게 분명하다.

사실 정부가 뒤늦게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팔 걷고 나서는 것 자체가 약간 우스꽝스럽다. 지금까지는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네들 마음대로 교육의 판을 다시 짜는 데 전념해 오던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자사고나 국제중의 설립이 모두 사교육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모르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대학입시를 전적으로 대학에 맡기는 것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음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뒤늦게나마 정부가 사교육 대란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대증요법으로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내신과목을 축소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다. 과목 수를 줄여 집중적인 사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될 뿐, 사교육의 규모 그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또한 10시에 학원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은 변칙, 음성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수능시험을 2, 3회 보게 하고 그 중 높은 점수로 대학에 지원하게 만든다는 아이디어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다. 시험을 여러 번 보게 한다고 느긋한 마음으로 시험을 칠 수 있을까? 한 번, 한 번 뼈를 깎는 자세로 시험을 칠 것이 뻔하고, 이것은 학생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 번 쳐서 좋은 점수 나왔다고 그냥 있을 사람은 만점 맞은 사람밖에 없으리라는 것도 쉽게 점칠 수 있는 일이다.

수능시험을 여러 번 보게 만드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사교육을 줄이는 데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내 나쁜 머리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미국에서 그렇게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해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아닐까?

그렇다면 이만저만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다. 강남(*중국 양쯔강 이남의 땅)의 귤나무를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가 되는 이치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지금 정부가 내놓고 있는 사교육 억제 방안 중 이렇다 할 효과를 내리라고 예상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별 효과를 내지 못 하고 공연히 혼란만 부채질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 시절 과외 금지라는 고단위 처방도 별 효과를 내지 못했는데, 지금 논의하고 있는 대책 정도로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대책들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병을 낫게 하는 처방이 아니라 단지 열을 내리려 하는 미봉책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본적 재검토 필요한 교육정책

지금 정부가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더러운 물이 나온다고 배수구를 틀어막으려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배수구를 틀어막으면 잠깐 동안은 더러운 물이 덜 흘러나오는것 같이 보일 테지만, 얼마 후 다른 데서 넘쳐흐를 것이 뻔하다. 중요한 것은 더러운 물의 발생 그 자체를 막는 일이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배수구를 아무리 막아 보아야 소용이 없다. 더러운 물이 차올라 다른 데서 넘쳐흐르면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더러운 물의 발생 그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사교육에 대한 수요 그 자체를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대학입시가 어떤 방식으로 치러지느냐에 따라 사교육 수요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본고사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고, 경시대회 입상자에 대한 우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손보는 것만으로는 사교육 수요를 크게 줄일 수 없다. 완전한 추첨방식을 채택하지 않는 한 사교육을 통해 합격의 확률을 높여 보려는 유혹은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에 큰 기대를 거는 듯하다. 솔직히 말해 나도 본고사, 심층면접, 논술보다는 더 나은 제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본격적인 시행이 시작되자마자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불붙을 뿐 아니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려는 집요한 공작이 난무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이 제도가 그런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잘 운영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어떤 대학입시제도를 채택하든 사교육 수요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차선책은 단순한 대학입시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게 내 믿음이다. 대학입시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사교육 수요가 늘어나게끔 되어 있다. 여러 가지 요소를 다양하게 고려하는 입학사정관제는 지역균형 선발이나 영재 선발 같은 제한적인 목적으로만 활용하고, 나머지는 내신과 수능 성적만 고려해 선발하는 단순한 체제로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학입시뿐 아니라 고교 교육의 기본골격 역시 사교육 수요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정부는 평준화를 해체하면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이것이 대단한 착각이라고 본다. 특목고, 자사고가 아무리 교육을 충실하게 시킨다 해도 사교육 수요를 전혀 줄일 수 없다. 사교육의 유일한 목적은 입시에서 남보다 더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 있어, 학교에서 아무리 잘 가르친다 해도 그 수요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연히 말싸움 벌일 필요 없이 특목고에 다니는 학생에게 물어보면 간단하게 답을 얻을 수 있는 문제다.

평준화의 기본구도를 해체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오히려 사교육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대입 관련 사교육 수요가 전혀 줄지 않은 상황에서 고입 관련 사교육 수요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사고, 특목고의 입시를 어떤 방향으로 바꾸든 이것은 필연적으로 예견되는 결과다. 몇 개의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 수요에 비해 백개나 되는 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 수요가 몇 배나 더 클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학입시제도를 손보든, 학원에 통제를 가하든, 고교 평준화의 기본골격을 깨든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사교육 수요 억제에 관한 한 현 정부가 그 동안 추진해 온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대안이다. 사교육 수요를 한껏 늘려놓은 다음 뒤늦게 줄이겠다고 미봉책을 쓴들 이렇다 할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교육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는 한 사교육 수요 억제는 실현 불가능한 과제다.

참다운 교육이 자리 잡아야

그런데 사교육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우리 교육이 직면해 있는 좀 더 본질적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글 첫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공부만 많이 한 지적 미숙아를 양산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입시 준비에 낭비해 버린 탓에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마비되고 공부를 할 열의도 없어진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준비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 교육을 되살릴 길이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에는 이 문제에 관한 그 어떤 비전도 발견할 수 없다. 자사고를 많이 만들어 공교육 살린다고 하지만, 대입 준비 잘 시켜준다는 것은 참다운 교육과 거리가 멀다. 지금도 일부 특목고에서 입시 준비를 위해 교육과정을 변칙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문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보아 새로 만들어진 자사고 역시 입시 준비기관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 것이다.

그 동안 정부가 교육에 대해 한 말들 중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경쟁을 유도하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학교와 교사의 평가가 참다운 교육보다는 입시 준비와 더 밀접한 관련을 가질 것이라는 점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다. 좋은 대학 많이 보내는 학교와 교사가 높은 평가를 받는 풍토에서 참다운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데 흔쾌히 동의한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대학 입학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느냐에 있다. 이에 관한 논의는 실종되고 사교육 줄이는 미봉책에 대한 논의만 무성한 것이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느끼는 절망감의 원천이다.

참다운 교육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이 왜 좋은 대학 들어가는 데 목을 걸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좋은 대학들어가는 데만 목을 걸고 있기 때문에 교육이 파행의 길을 가고 사교육이 창궐하는 게 아닌가? 이 구도를 바꾸려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달라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바뀌기 전에는 참다운 교육이 자리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넓은 시각에서 보아야 우리 교육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교육 수요 억제라는 지극히 좁은 시야에서 교육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곧 판명이 날 테지만, 사교육 억제를 위한 미봉책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런 미봉책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데 그 어떤 도움을 주지 못할 것도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사교육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교육이 우리 교육을 병들게 하고 가정을 피폐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참다운 교육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사교육의 광풍도 서서히 그 위력을 잃어 가리라고 믿는다. 이는 몸이 건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열이 내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말할 수 있다. 열을 내리려고 부산을 떨지 말고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힘써야 하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참다운 교육이 자리 잡게 만들 수 있는지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한 일이다.
김혜영 기자

댓글이 17 개 있습니다.

  • 5 3
    교육세상

    딱히 비책이 없으면서도 대책이 필요한 교육정책이지요.
    교수님 지적은 현실이며 백번 지당한 말씀입니다.그러나 어쩌리요 달리 마땅한 방법이 없는걸요.교수님이 정책을 전담 해도 결국 모순 투성이 결말이 나옵니다.교육이란 개인 가정 부터 인성교육이 먼저일 겁니다.

  • 6 3
    다른작대기

    이교수님에 적극 공감
    이 시대 올곧은 학자로서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경의를 표하고 싶은 교수님이구나. 그래도 이런 교수님이 계신다는데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 8 3
    신주영

    우리 사회의 잘못된 교육과정. (저는 7교육과정.입니다.)
    일단 저는 88년입니다. 3년전? 까지 고등학교를 다녔고 지금은 대학생입니다.
    그리고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사교육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방과 후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과 기숙사에서 1시까지 자율학습 이것이 저에게는 사교육이라 할까요 ^^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정책.. 제가 생각했을 때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토론문화가 거의 없잖아요. 근데 토론이라는 것 중요합니다. 문제 해결과정을 명확히 알수있잖아요.
    정치인들, 어른들이 그러지요 선진국형 교육학습,선진국형 정책 등등.. 그렇게 선진국을 좋아하면서 정말 선진국형 교육이 무엇인지 아는 지 모르겠습니다. 선진국은 교육체제가 토론을 기본으로 두고 있습니다. 토론이라는것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있고 어떠한 문제 관한 깊이 생각할 수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에 교육에 있어 중요합니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예의범절도 배울수있구요. ^^
    그리고 아래 댓글들.... 악플 작작 씁시다.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 댓글의 장점인데 그것에 관해 욕을 하고 반박한다면 댓글의 장점을 인정못하는 것잖아요 ^^

  • 5 5
    의견

    13번 댓글아.
    미안한데,이준구 글 안 읽고 댓글 달았다.
    교육정책이 개판인것에 짜증 나서...

  • 6 3
    아우리

    준쿠리가 좌파라니...
    잘해봐야 미국 민주당 리버럴리스트 얘들과 비슷한데

  • 12 5

    이준구가 좌파? ㅎㅎ
    가방끈 짧다고 지금 자랑하냐?

  • 8 4
    111

    사교육은 바보로 만들어놓는다....
    ----- 나중에 이런것도 나올지도 우주로켓 엔진제작 우주선제작 학원. ㅋ 한국 박사급 해외물먹었다는 놈들 수강1위 ㅋ

  • 16 5
    지나가다

    ↓ 밑에 사람 헛소리 하고 있네. 이준구 교수는 암기 위주 교육이 문제라고 지적한건데
    이준구 교수는 하향 평준화되어 시험 성적 F라고 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 동안 워낙 암기위주 교육을 받아왔고 응용력이 부족하여 시험문제를 약간만 더 꽈서 내도 정답을 내놓지 못한다는걸 지적한거다.
    무슨 좌파 교육 정책 때문에 하향 평준화되었다는게 아니고.
    지난 10년간의 교육 정책 때문에 학생들이 응용력이 없어지고 그 동안 암기위주 교육을 받아온거냐? 오히려 지난 10년은 응용력을 키우려고 그나마 노력한 시대다.
    암기위주 교육을 깨부시고 응용력을 키우려면 사교육 시장을 깨야하는데 MB는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경쟁 위주 교육을 하고 있으니 이준구 교수가 지적을 한 것이고.
    좀 기사 제대로 읽고 글써라.
    --------------------------------------------------
    이 교수는 "우리 대학에 들어올 정도라면 그 동안 공부밖에 모르고 살아온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들이 약간의 응용을 요하는 문제를 냈다고 백지에 가까운 답안을 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들이 그 동안 공부해 온 방식에 무언가 결정적인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며 "내 느낌으로는 그저 암기한 것을 그대로 토해내는 것만 능할 뿐 도대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탄식했다.

  • 6 51
    의견

    이준구,교육을 망친건 이명박정권이 아니라 해찬들 장관이잖아.
    아무리 이정권에 반감을 가져도 말은 바로하자.
    교육의 기본을 망치고 학교를 개판만들고 학생들 실력을 하향평준화 만든게
    좌파 십년정권의 산물이다.

  • 5 12
    요지경

    [순서] 채점할 요건부터 갖춘 다음에 채점하는 것이 순서 아니겠나
    F학점도 안 나오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채점한다는 것은 좀 우스운 면이 있는데 죽은 경제학이 아닌 살아 숨쉬는 경제학을 가르쳐 놓고 학생들의 채점결과를 발표해도 늦지 않을 듯.
    뭘 가르치고 어떻게 채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준구씨의 채점결과에 신뢰성을 부여하기는 좀 그렇다.
    게시물 한 방으로 분석이 대충 나오는데 이준구씨는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홈피를 방문하면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의 80%는 알 수가 있는데.
    - 이 정도로 얘기하는 것도 많이 봐 주는거야 -
    .

  • 4 6
    ㅋㅋ

    백성들이 똑똑해지면 힘들어
    슨상,그네,정일,한나라 부류가 계속 못해먹는다.

  • 3 34
    전문가

    내가 보긴엔 이준구 그대가 수상하다
    요새 여기저기 설치는 폼이 정치교수의 냄새가 물씬난다.
    그래서 그대가 내놓은 대안이 무엇인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그대 책임은 없고.
    좌파들이 즐겨사용하는 그럴듯한 용어 투성이구먼...
    참교육이라...허울좋은 이야기지...

  • 6 5
    바하

    이 교수 님, 제안 하나 드립니다.
    아마 교수 님 지인들 중에서는 서울 아닌 다른 지역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똑같은 문제를 그 학생들에게 한 번 풀어보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 18 3
    아기엄마

    정확한 지적입니다.
    입시란,, 교육의 극히 일부분인데,,그것이 마치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되어버린 우리 교육의 현주소입니다. 그런데도 그것도 모르고 날뛰는 선무당과 같은 정부가 한심하기만 합니다.

  • 3 13
    요지경

    [픽] 내가 경제학부 교수들을 채점하면 F학점도 안 나온다
    게시판에 글 쓸 생각만 하지말고 공부나 좀 해라.
    미네르바를 분석한 글인데 첫 번째 채점부터 이렇게 나왔다.
    내가 경제학부 교수들을 채점하면 F학점이 안 나올 수도 있는데 한 방에 다 나온다.
    http://www.freezone.co.kr/data/cafebbs/2009/01/16/13/%5B%B9%CC%B3%D7%B8%A3%B9%D9%5D%C3%B9_%B0%F8%B0%B3%B9%AE%BC%AD.jpg
    우선 학생들을 채점할 자격부터을 갖추는 것이 경제학부 교수들의 요건이 아니겠나?.
    - 게시판에 글질은 요건을 갖춘 다음에 쓰도 늦지 않다 -
    .

  • 13 3
    남한의 운명이다

    학원장사 먹여살리기 위해 책을 포기하는 나라
    사상의 자유가 없어 생각을 못하게 하는 나라...TV뉴스에는 망해가는 자본주의를 오로지 찬양만 하는 나라...더 이상 뭘 바래?

  • 4 21
    요지경

    [풉] 이준구씨는 경제학부에서 학생들에게 뭘 가르쳤나?
    .
    뭘 가르쳤기에 이명박의 경제정책, 조세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나.
    300조원의 탕진과 손실, 성장에너지의 잠식을 얘기했으면 우선 밑그림이라도 내 놔야 할게 아니냐.
    경제학부 교수들이 이런 정도니 학생들을 채점할 자격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준구씨도 "남의 것을 줏어다 풍월이나 읊는 뜨네기 선비" 같은 미네르바를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은데 맹탕 그런식으로 가르치니까 개발독재라는 소리밖에 나오는 것이 더 있겠나.
    이준구씨도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학생들을 채점할 자격이라도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이라도 해 봤으면 좋겠다.
    - 경제학부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게 뭐 있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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