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인파, 엄숙한 '추모의 바다'
<현장>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1년만에 '민의 분노' 분출
노제는 당초 예정시간보다 25분 늦은 오후 1시25분부터 1년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서울광장에서 김명곤 전 문광부장관의 선언으로 본격 시작됐다.
앞서 1시20분께 운구차량이 서울광장 근처에 도착하자 사전행사 사회를 맡고 있던 김제동씨가 "16대 대통령님이 오신다"고 밝히자, 아침 일찍부터 30도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시민들은 모두 일어나 엄숙한 자세로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를 맞았다.
이날 노제는 영결식이 당초 예정보다 15분가량 늦게 끝난 데다가 광화문 4거리 일대부터 시민들이 차도를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차지하고 있는 까닭에 차가 지나갈 길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려 당초 예정보다 2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 운구차가 경복궁에 도착한 오전 10시50분께부터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광화문 4거리 일대를 장악한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거쳐 서울역 일대까지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메워, 주최측은 최소 50만명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위로하기 위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영결식장인 경복궁을 떠난 노 전 대통령의 운구 차량 행렬이 낮 12시55분께 세종문화회관에 당도했지만 광화문 4거리는 시민들로 뒤덮여 운구 차량 행렬이 지날 가기 힘든 상황이었고, 경찰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러자 시민 분향소를 운영하는 등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운구 차량 행렬이 지날 수 있도록 3개 차선의 길을 터 줄 것을 요청했고, 경찰의 통제에도 응하지 않던 시민들이 일순간 홍해가 갈라지듯 순식간에 길을 만들었다. 시민들은 광화문 한복판에 3개 차선을 열어준 뒤, 양 옆으로 도열하는 장대한 '시민의 벽'을 만들었다.
양옆에 도열한 시민들은 운구 차량이 지나가자 오열과 함께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며 안타까워했다.
운구차량 뒤로는 문재인 전 비서실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필두로 참여정부 인사들과 민주당 지도부가 뒤따랐고, 이들이 지나가자 도열해 있던 시민들도 다시 차량을 뒤따르며 시청광장으로 진입하면서 열렸던 차도는 다시 인파의 물결로 덮였다.
앞서 노제 시작전 사전 행사에서는 김제동씨의 사회로 안치환, 양희은, 윤도현 등의 추모행사가 있었다.
김제동 씨는 사전 추모행사에서 "이 땅에 언어가 생기고, 이 땅에 글이 생기고 나서 그것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여러분은 해줄 것"이라며 "그립고 사랑한다는 말 이외의 단어를 사전에서 찾지 못하는 것을 사회자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은 상복의 안치환씨가 통기타를 치면서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등 추모곡을 부르자 많은 시민들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양희은씨가 ‘상록수’를 부르자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이어 노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까지 조문 갔던 윤도현의 YB는 ‘후회없어’와 '너를 보내며'를 부르며 고인을 애도했다.
김제동 씨는 가수 양희은 씨의 '상록수'가 끝난 뒤 "겨울 찬바람, 비바람이 부는 곳에서도 이 땅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 왜 저렇게 돌아가셨냐고 물었을 때 푸른 상록수처럼 대답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분의 의지만큼은 마음의 창으로, 역사를 통해서, 아이들을 통해 지켜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하며 더이상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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