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만 추모' 행렬, "시청광장 개방하라"
시민들 2~3시간씩 줄서 헌화, 강남역에도 시민분향소 설치
24일 오전 현재,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서울 강남역 등 도심 곳곳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시민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오후 4시께, 일부 네티즌들의 제안으로 서울시청 옆 덕수궁 대한문 앞에 '시민 분향소'가 설치됐다. 경찰은 분향소 설치 직후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자 즉각 1천500여명의 병력을 질서유지 명목으로 현장에 출동시켰다. 경찰은 특히 시민들이 설치하려던 천막 등을 강제 철거, 이에 격분한 시민들과 한바탕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시민 분향소로 통하는 시청역 출입구 일부까지 통제해 지나가는 행인들의 항의도 받기도 했다.
경찰의 시민분향소 천막 철거 소식을 접한 민주당 최재성 의원과 정범구 대외협력위원장 등 당직자 10여명은 이 날 자정 대한문으로 나와 경찰에 강력 항의했다. 경찰은 그러나 민주당 당직자들이 가지고 온 천막도 반입을 불허, 이를 둘러싼 양측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덕수궁 일대뿐 아니라 시내 곳곳에 8천여명의 경찰력을 배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200여명의 시민들과 고인의 지지자들은 '시민 분향소' 인근에서 노숙을 하며 밤을 새던 중 이 날 새벽 '시민 분향소' 주변 가로등이 갑자기 꺼지자, "다른 가로등은 다 놔두고 분향소 근처 가로등만 껐다"며 경찰을 비난했다.
날이 밝자 시민들의 추모 행렬은 더욱 늘어나 시민들은 분향을 하기 위해 2~3시간의 줄을 서야만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절을 올리고 헌화하며 흐느끼고 있다.
경찰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시민 분향소 주변에 경찰 버스 30여대로 차벽을 만들어 통제하는 등 시민들의 돌발행동을 엄격 감시하고 있다. 임시 분향소 주변에만 25개 중대, 2천여명의 병력이 배치돼 있다. 시민들은 이에 "분향소 주변에서 이게 뭣하는 짓이냐", "청와대가 국민장 하자더니 이런 시민 분향소도 가로막느냐"며 곳곳에서 정부와 경찰을 비난했다.
한때 젊은층의 이동이 많은 강남역에도 시민분향소가 설치돼 많은 젊은이들이 노 전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불교계의 추모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은 이 날 서울 조계사를 비롯해 전국 25개 교구본사에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분향소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으며, 이 날 조계사에는 평소 많은 불신자들이 모여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24일 오후 중으로 김해 봉하마을 빈소에 직접 내려가 추모할 예정이다. 조계종은 이날 중으로 분향소를 설치하는 사찰이 100여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강래 원내대표가 이날 한승수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서울시청앞 광장을 시민들의 분향소로 공개할 것을 강력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시청앞이 촛불집회때와 같이 다시 시민들이 시국집회를 벌이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부심하는 눈치여서, 정부가 과연 시청앞을 개방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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