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정치판, '남북 분화' 뚜렷
[여론조사] "전북, DY가 DJ 제쳐" "PK, 한나라 쇠락 가속"
전북에서 정동영이 DJ 제쳐
2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누가 호남 지역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전체적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34.1%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남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반면, 전북에서는 정동영 의원이 38.2%로 김 전대통령(25.1%)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지지자들만 놓고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물은 결과는 34.5%가 김 전 대통령을, 33.3%는 정동영 의원을 꼽아, 김 전대통령의 영향력 퇴조가 더욱 뚜렷했다.
전남-북간 정치의식 차이도 뚜렷해, 광주에서는 51.2%가 ‘민주당의 전국 정당론’이 중요하다며 탈지역정당화 여론이 높은 반면, 전북에서는 44.6%가 ‘호남 강화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 친박연대가 한나라당 제쳐
영남에서도 남북분화 현상이 읽히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헤럴드경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을 교체할 경우 지지할 정당으로 친박연대(18.5%)라는 응답이 한나라당(7.4%)을 두배 이상으로 압도했다.
경남에서도 한나라당 후보 지지(12.5%)보다 무소속을 지지하겠다는 응답(15.6%)이 높았다.
'지지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두 지역 모두 전국평균치 41.6%보다 높은 50%를 넘어, 현정권과 한나라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대거이탈중임을 보여줬다.
반면 대구 지역 조사에서는 단체장 교체시 지지할 정당으로 한나라당과 친박연대가 각각 23.5%로 동률을 기록했다. 대구 지역의 친박연대 돌풍도 거세나, 강도가 부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셈.
PK "'하도'라고 부르다니..."
이같은 영호남에서의 남북 분화 현상은 앞으로 기존 정치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호남의 뚜렷한 분화 및 정치노선적 차별화 현상은 향후 민주당이 전국정당화하지 못할 경우 지금보다 더 왜소한 지역정당으로 곤두박질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전남광주에서 진보정당이 약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4.29 재보선때 이 지역 기초단위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승리를 거두어, 민주당을 크게 긴장시켰다. 민노당 등 진보진영도 4.29 재보선 결과에 고무돼 내년 6월 지방선거때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다.
영남의 분화현상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포괄적 실망을 공유하면서, 지역적으로는 TK(대구경북) 독주에 대한 PK(부산경남)의 반발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TK는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까지도 자신들이 소외됐었다는 이유로 "15년만의 정권 탈환"이란 표현을 공공연히 사용, PK를 자극한 바 있다.
PK의 한 의원은 "최근 들어 일부 TK의원들이 사석에서 경남을 '하도(下道)'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놀란 바 있다"며 "하도는 조선왕조 시절 TK가 세를 잡았을 때 경남을 한수 아래로 깔아뭉개면 부르던 표현"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같은 PK의 불만은 지난해 총선때도 거센 '박풍'으로 외화된 바 있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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