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현 경제위기, 민주당 책임 인정하라”
10년정권의 신자유주의 질타, "반성 안하니 한나라당에 휘말려"
장 교수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포럼 주최로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경제’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경제가 주식시장 붕괴, 환율 널뛰기 등 큰 타격을 받고 있는데 그 근저에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진행된 우리 경제의 체질 약화가 깔려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의 질타에 포럼에 참석한 정세균 대표, 박병석 정책위의장, 박지원 의원 등의 얼굴은 굳어졌다.
장 교수는 그러나 개의치 않고 과거 정권들이 취한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질타했다.
그는 우선 참여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FTA를 하더라도 양국 간 수준이 비슷할 때 덕을 보는 것이지 지금은 할 때가 아니다”며 “우리는 반에서 5등 정도 하는데 1등 그룹에 들어가면 비슷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우리는 아직 15등짜리 나라이기 때문에 1등 그룹에 들어가면 알아듣지도 못하고 졸다가 도태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간 정부는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개방해야 하는 것보다 더 열었고 그중에서도 한미FTA가 그렇다”며, 특히 한미FTA의 금융규제 완화를 지목하며 “한미FTA가 되면 미국의 파생상품을 다 받아들이게 돼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세계 경제위기가 더 어려운 것은 지난 10∼15년 사이 엄청나게 발달한 금융파생상품 때문에 정확한 부실 규모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파생상품은 국민경제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는 증명이 되기 전까지는 기본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지금까지의 정책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밝혀졌으니 과감하게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나라 위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나갈 필요 있다”며 "그걸 주저하다 보니 자꾸 한나라당에 말려든다"며 민주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여당의 한미FTA 선(先)비준 주장에 대해서도 "희극"이라며 "국제조약을 맺었다가 비준을 안하는 게 큰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추진에 대해서도 "지금의 완화는 재벌의 금융자유화를 도와주겠다는 것"이라며 "재벌들이 제조업은 귀찮으니까 다 포기하고 금융산업에 진출해서 쉽게 먹고 살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더 걱정이다. 그래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작금의 경제위기와 관련해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국이 무너지니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타격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우리 경제체질의 약화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 회복 시점과 관련해선 “엄청나게 큰 위기이기 때문에 2-3년 내에 끝날 것 같지 않고 어느 시점에서 끝난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V자형으로 올해 말에 회복될 수는 없으며 앞으로 계속 널뛰기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장 교수는 오는 6일에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초청으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임태희 정책위의장, 김성조 여의도연구소장 등도 축사를 할 예정이어서, 국방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불온서적 저자에게 집권여당이 한수 가르침을 받는 형국이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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