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투기 중과세는 필요한 대못이다"
[전문] "멀잖아 재앙 부를 위험한 도박하고 있다"
"MB정부는 '투기'라는 말에 늘 신경질적 반응 보여"
이 교수는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고작 몇년 앞을 내다보지 못해서야>를 통해 "부동산 투기억제 장치를 속속 무력화해 가는 정부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마치 부동산 투기가 다시 살아나야 경제가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느낌"이라며 "이런 때를 기다리고 집 사재기를 해둔 사람은 앞으로 얻을 이득을 계산하며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이 정부의 정책 중에는 유달리 근시안적인 성격을 갖는 것들이 많다.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한 것 같아 보인다. 특히 부동산 관련 정책에서 그런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며 "지금은 경기가 워낙 심하게 얼어 있는 탓에 부동산 투기도 잔뜩 숨을 죽이고 있다. 그렇지만 경기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자마자 투기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이라며 향후 경기회복기때 부동산 폭등을 우려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가격이 또 다시 천정부지로 뛰어 올라 서민들의 목을 죄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며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몰라도, 그런 날이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오고 말리라는 점만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반문한 뒤, "사실 그들은 ‘투기’라는 말에 늘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 왔다. 증권이나 채권에 투자하듯 주택에 투자할 수도 있는데 왜 투기라는 부정적 표현을 쓰느냐는 것이다. 이런 대범한(?) 태도 때문에 투기억제 장치를 줄줄이 풀면서도 전혀 주저하는 기색이 없는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보수언론, 무슨 대못이 빠졌기에 그렇게 반가워 하나"
이 교수는 이어 화살을 보수언론으로 돌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이 알려지자 보수언론은 '대못이 빠졌다'고 환호작약하고 있다"며 "도대체 무엇을 가로막는 대못이 빠졌기에 그렇게 반가워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물었다.
그는 "집부자들에게 양도세를 무겁게 매겼기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었나 아니면 기술개발이 더뎌졌나? 노사관계가 나빠졌나 아니면 수출이 어렵게 되었나?"라고 반문한 뒤,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을 가로막는 대못이었는지 내 무딘 머리로는 알 길이 없다. 오직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주택 투기로 떼돈 벌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고 있던 대못이었다는 것뿐"이라고 준엄히 꾸짖었다.
그는 "바른 언론이라면 양도세 중과 폐지가 가져올 문제점도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이 점에 대해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 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더라는 식으로 마치 남의 일 얘기하는 듯한 태도"라며 "언론의 이런 왜곡 보도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이 조처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 정부의 조처가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와 같은 여론 조작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당장 주택경기 살리는 것이 급하다고 투기를 조장하는 것은 졸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배고프다고 내년에 종자로 쓸 볍씨까지 모두 먹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몇 년 앞의 일도 내다보지 못한다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머지않아 후회하게 될 일을 왜 구태여 하려 드는지 답답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라는 탄식으로 글을 끝맺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고작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해서야
부동산 투기억제 장치를 속속 무력화해 가는 정부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마치 부동산 투기가 다시 살아나야 경제가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느낌이다. 그 동안 해놓은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은 듯, 이번에는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라는 큼지막한 선물보따리를 내놓았다. 이런 때를 기다리고 집 사재기를 해둔 사람은 앞으로 얻을 이득을 계산하며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
부동산 경기가 너무 얼어붙어 거품 붕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줄줄이 풀어 투기세력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결코 현명한 대응이 아니다. 그 동안의 경험에서 잘 알 수 있듯, 지금은 규제를 풀어보았자 이렇다 할 효과가 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규제 철폐의 효과는 몇 년 후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텐데, 그 효과는 우리가 원하는 것과 정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즉 투기의 불길을 잡아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기름을 들이붓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정부의 정책 중에는 유달리 근시안적인 성격을 갖는 것들이 많다.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한 것 같아 보인다. 특히 부동산 관련 정책에서 그런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금은 경기가 워낙 심하게 얼어 있는 탓에 부동산 투기도 잔뜩 숨을 죽이고 있다. 그렇지만 경기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자마자 투기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이다.
그 동안 풀려나간 돈이 워낙 많아 그 불길이 유달리 강하고 끈질길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주식과 펀드 투자에서 큰코 다친 터라 부동자금이 거의 주택시장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모든 방화벽을 무력화해 버린 상황에서 무슨 수로 투기의 거센 불길을 잡을지 걱정이 앞선다. 부동산 가격이 또 다시 천정부지로 뛰어 올라 서민들의 목을 죄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몰라도, 그런 날이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오고 말리라는 점만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
나는 이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에게 꼭 묻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다. 종부세가 거의 무력화된 상황에서 각종 규제를 모두 풀고도 부동산 투기를 막을 자신이 있느냐는 것이다. 자신이 있다면 투기의 불길이 다시 솟아오를 때 도대체 어떤 정책으로 대처할 계획인지를 묻고 싶다. 내가 보기에는 불길이 번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하는 것이외에 별 도리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들은 투기가 불붙어도 주택 공급만 늘리면 상관없다고 낙관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 정부의 이념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는 시장근본주의자들은 언제나 주택 공급 확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런 안이한 전망은 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일단 투기의 불길이 번지면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아니면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들은 ‘투기’라는 말에 늘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 왔다. 증권이나 채권에 투자하듯 주택에 투자할 수도 있는데 왜 투기라는 부정적 표현을 쓰느냐는 것이다. 이런 대범한(?) 태도 때문에 투기억제 장치를 줄줄이 풀면서도 전혀 주저하는 기색이 없는지 모른다. 하기야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도 그들이 개인적으로 손해 볼 일은 하나도 없으니 구태여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정부가 참여정부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강력한 규제를 통해 투기 바람을 진정시킨 일이다. 주택가격 폭등의 장본인이 바로 참여정부 자신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투기 바람을 잠재운 것은 잘한 일이다. 만약 그때 비판 여론에 밀려 그런 규제들을 도입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의 우리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 주택시장 버블이 터지면서 우리 경제는 궤멸 직전의 위기에 빠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다. 해외에서 싼 금리로 돈을 들여와 마구잡이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관행에 급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 경제는 국내발 서브프라임 사태에 직면해 있을지도 모른다. 시장기능에 내맡기라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지금 정부가 다른 규제들을 줄줄이 풀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만은 그냥 놓아두는 것이 과연 무엇을 말해 주고 있을까?
5년 전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주택관련 규제를 모두 풀어버린 상태에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았다고 가정해 보자. 투기 열풍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상태에서 금융위기를 맞았다면 위기의 심도는 지금과 비할 바가 아닐 것이 틀림없다. 거품이 터지면서 금융기관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우리 경제는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졌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시나리오다.
솔직히 말해 나 역시 주택관련 규제의 점진적 철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 입으로 양도세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부동산 관련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종부세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의 생각과 말이다. 지금처럼 종부세가 거의 무력화된 상태에서 양도세의 방어선마저 허무는 것은 투기세력에 진지를 통째로 내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몇 년 후 주택시장이 또다시 과열상태에 빠질 경우 이미 폐지해 버린 규제들을 그때 가서 부랴부랴 다시 불러들일 셈인가? 일단 폐지한 규제를 다시 도입하는 것과 관련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은 과연 누구의 몫이 될까? 두말할 나위도 없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서민의 고통은 생각지 않고 집부자 주머니를 채워줄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이 알려지자 보수언론은 “대못이 빠졌다.”고 환호작약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가로막는 대못이 빠졌기에 그렇게 반가워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집부자들에게 양도세를 무겁게 매겼기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었나 아니면 기술개발이 더뎌졌나? 노사관계가 나빠졌나 아니면 수출이 어렵게 되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을 가로막는 대못이었는지 내 무딘 머리로는 알 길이 없다. 오직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주택 투기로 떼돈 벌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고 있던 대못이었다는 것뿐이다.
뿐만 아니라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이 철폐되었다고 환호작약하는 이유도 알수 없다. 징벌적 성격이라면 양도세보다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한 세금들이 많다. 세율이 100%가 넘는 휘발유세며 담배세, 주세 등이 모두 엄청난 정도의 징벌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이것들에 대해 시비가 없는 것은 휘발유를 아껴 쓰고 담배나 술 소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살지도 않는 집을 몇 채나 사놓는 행위 역시 징벌적 세금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또 부자들에 대한 반감을 들먹거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즉 부자들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조처는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 말이다. 그러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반(反)부자 정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살지도 않을 집을 몇 채나 보유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보기 때문에, 바로 그 행위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는 것일 뿐이다.
집 사재기는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해로운 외부성(externalities)을 만들어 낸다. 오염물질을 배출해 환경을 더럽히는 행위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가격메커니즘을 통해 해로운 외부성 창출을 억제할 필요가 있고, 이 점에서 볼 때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지극히 타당한 조처다. 정부가 해로운 외부성에 대해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바른 언론이라면 양도세 중과 폐지가 가져올 문제점도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이 점에 대해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 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더라는 식으로 마치 남의 일 얘기하는 듯한 태도다. 언론의 이런 왜곡 보도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이 조처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 정부의 조처가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와 같은 여론 조작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양도세 중과 폐지방침이 발표되었는데도 주택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지금은 주택관련 규제를 풀어도 주택경기가 반짝 살아날 단계가 아니다. 주택경기를 살리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투기판만 차려준 셈이다. 현재 단계에서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하면서 멀지 않은 앞날에 재앙을 부를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만약 경제상황의 변화로 인해 투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없어졌다면 투기억제 장치를 해제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투기 재발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볼 그 어떤 이유도 없다. 주기적으로 불어 닥치는 투기의 바람은 얼마 후 여지없이 태풍과 같은 위력으로 주택시장을 강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투기억제 장치를 줄줄이 무력화해 가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우려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투기판을 만든 주역들은 모든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당장 주택경기 살리는 것이 급하다고 투기를 조장하는 것은 졸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배고프다고 내년에 종자로 쓸 볍씨까지 모두 먹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몇 년 앞의 일도 내다보지 못한다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머지않아 후회하게 될 일을 왜 구태여 하려 드는지 답답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 역사 앞에 떳떳할 수 있도록 긴 안목에서 정책을 수행하는 현명함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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