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4일 국내경기가 L자형 장기침체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V자형에서 U자형 회복으로 한걸음 물러난 데 이어 나온 진단으로, 정부여당도 점점 비관론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이 의원은 이 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경기전망과 관련, "제일 큰 이유가 지금 세계 경제의 본산지라고 이야기하는 미국 경제가 L자형을 그릴 수밖에 없겠다고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L자형을 전망하는 또다른 이유로 "신용 대출을 너무 많이 해서 금융 쪽에서 생겼던 거품이 빠져서 국제 금융이든 국내 금융이든 서로 믿지 못하고 자금이 돌지 않는 생황이 한참동안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L자형을 그리는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각에서 '50조 수퍼 추경예산'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지금 재정지출 확대든 통화공급 확대든 간에 이거는 단기적인 경기 사이클에나 맞는 대책이지 장기 침체에 대한 대책이 될 수가 없다"며 "오랫동안 못 버틴다. 그러면 오히려 잘못 단기 대응에만 의존하다가 보면 불황이 장기화되는 그런 악순환에 들어가기가 쉽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왜 어디 좀 상처가 났는데 그거를 어설프게 약 바르면 그게 안 낫는 거하고 비슷한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 지출은 '어떠어떠한 용도로 쓰는 것이 좋겠다.' 이러한 전체 프로그램이 나와야 되는데 그런 거는 안 나오고 그냥 느닷없이 몇 십조, 동네 애 이름 부르듯이 그냥...이거는 굉장히 천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그냥 해대니까, 굉장히 무책임한 자세가 아닌가"라고 정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 추경도 거론되고 있는 것도 보면 이미 거품을 만들어냈던 분야에다 돈을 쓰겠다는 게 자꾸 나오는데 그거는 절대로 파급효과가 생기지를 않는다"라며 "예를 들어서 건설 쪽이나, 조선쪽이나 또는 무슨 일부 금융기관 이런 데에 보면 지금 거품 만들어진 게 그런 데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