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첫날부터 수상했다"
<기자의눈> 靑 비서실의 거짓말해명, 월권, 보안 붕괴
김유정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홍보관에게 강호순 연쇄살인을 적극 홍보해 용산참사를 덮으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지난 11일이었다. 당일 오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측에) 그런 제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공식적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분명히 '공식적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했다. '비공식적 지침' 또는 '개인적 지침'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었다.
그의 발언 몇시간 뒤인 11일 밤 <오마이뉴스>가 문제의 공문 전문을 공개했다. 공문발송자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의 모 행정관이고, 수신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으로 돼 있음도 함께 밝혔다.
다음날인 12일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한발 물러섰다. "홍보하는 사람이 홍보하는 사람한테 얘기한 걸 뭐..."라고 말했다. 사실상 <오마이뉴스> 보도를 시인하는 뉘앙스의 발언이었다.
언론들이 이런 각도로 보도하자, 이날 오후 '청와대 핵심관계자'보다 직급이 낮은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나 "<오마이뉴스>가 입수했다는 청와대 공문은 청와대가 사용하는 공문이나 이메일 양식과도 다르다"며 가짜 의혹을 제기했다. 비슷한 시간, 경찰도 그런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문제의 가짜 의혹을 제기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하룻만에 입장을 싹 바꿔 "자체 조사결과,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관계자에게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확인됐다"며 "사신(私信)이긴 하지만 이런 이메일을 발송한 것은 청와대 근무로서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 구두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공식 발표대로라면, 12일 오후까지는 이메일 발송 사실을 몰랐다가 그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미 지난주 이메일 발송 사실을 알고 민정수석이 청와대 홍보기획관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이 모(5급) 행정관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랬기에 김유정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11일 "공식적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 12일 ""홍보하는 사람이 홍보하는 사람한테 얘기한 걸 뭐..."이란 속 보이는 해명이 나왔던 것이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접하고 "황당" "한심"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곧 거짓말임이 드러난 청와대의 초기대응에 대해 개탄하는 동시에,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하나는 '월권' 가능성이다.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13일 "이메일을 보낸 문제의 행정관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홍보를 담당하던 인사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슨 이런 일이 벌어지나"라고 황당해 했다. 문제의 행정관이 한건 올리기 위한 '충성 경쟁' 차원에서 '월권'을 했다가 사고가 터진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다른 하나는 '보안' 문제다. 다른 당 관계자는 "청와대 행정관과 경찰 홍보관이 주고받은 이메일이 어떻게 언론과 야당에 흘러나갔는지 어이가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조사결과 문제의 이메일이 흘러나간 곳은 경찰이 아니라 청와대로 알려지고 있다. 권력 핵심부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미다.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조차도 어이없게 만든 게 지금의 청와대 비서실이다. 청와대 개편부터 '속도전'을 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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