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식당아줌마 비극' 재현인가
비정규직 무더기 감원 시작, '절망 퇴직' 잇따라 파문
IMF사태가 발발한 직후인 1998년, 현대자동차는 노조에 1천500명 정리해고를 통고했다. 노사는 협상을 통해 정리해고 인원을 277명으로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현대차 식당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들이 277명이었다. 바로 이 아주머니들만 자르기로 한 것.
노조는 식당을 회사로부터 인수받아 경영하는 편법으로 아주머니들을 계속 고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정리해고 반대에 열심이었던 133명은 반강제로 퇴직을 해야했고 144명만 남게 됐다. 남은 사람들도 하청이란 이유로 임금이 깎이고 노동량은 배로 늘어났다.
그후 원-달러 폭등으로 자동차경기가 호황을 구가하면서 정리해고됐던 남성노동자들이 복직되자 식당 아주머니들도 복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집행부에 의해 거부당했고, 아주머니들은 단식투쟁에 돌입해 나중에 모두가 병원에 실려가야 했다. 당시 상황은 그후 <밥, 꽃, 양>이란 영상보고서로 만들어져, 비정규직의 애환을 극명히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쌍용차, 금호타이어 등 비정규직 감원 시작
2008년말, '제2 IMF사태'로 불리는 경제위기가 다시 발발하면서 10년전 울산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목격되기 시작했다.
자동차 5사중 가장 상황이 심각한 쌍용자동차는 관리직 1천770명을 교대로 한 달씩 안식휴가에 들어가는 동시에, 생산직 근로자 350명을 사내협력업체 업무로 배치전환키로 노조와 지난달 4일 전격합의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35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있다. 퇴직조건은 통상급 120일분(상여금 포함) 지급.
우선 비정규직들부터 자르고 그 일을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도록 한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이에 유인물을 통해 "정규직의 절반도 안되는 임금을 받으며 힘든 작업만 해온 비정규직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가"라며 '절망퇴직'에 반발했으나 별무소득이었다. 이번에 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비정규직근로자들도 내년 2월쯤 대부분 그만두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 5사 감산에 따라 60만개의 타이어 생산 감산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의 경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급여일인 지난 달 28일 제때 월급을 받지 못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들은 이런 상황을 볼 때 내년에 가장 먼저 감원의 칼날이 비정규직을 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건설, 조선, 유화, 전자, 금융 등 본격적으로 감원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업계는 1순위로 비정규직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구조조정 지연을 질타하며 연말까지 실적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공기업들도 비정규직 구조조정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이미 앞서 SH공사, 도시철도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등은 비정규직을 줄이거나 기존업무를 외부에 민간위탁한 바 있다.
대불황의 최대 희생자, 비정규직
비정규직이 대불황의 최우선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통계청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작년 동월에 비해 31만3천명(3.5%) 늘어났지만 임시근로자는 8만5천 명(-1.7%), 일용근로자는 6만1천명(-2.%)이 각각 감소해, 불황이 심화되면서 비정규직 해고가 본격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성장률이 정부 예상대로 2%대로 급락하거나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 더욱 대규모 감원 상태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4.5%에 크게 못미치는 2%대 성장만 해도 도리어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규모 감원 사태가 불가피하며, 1차적 피해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란 전망.
해고에 부정적인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샤프 등 일본 굴지의 대기업들도 대공황에 직면, 대규모로 비정규직 감원을 단행하는 등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감원 돌풍이 거세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불가피한 풍광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대불황의 고통이 가장 힘없고 가난한 비정규직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커다란 사회정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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