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정확한 상황인식'에서 비롯된 그들의 정교한 전략에 따른 것이고, 소수계인 흑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집단적인 역사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선출직의 정치인들은 유태계의 경우 지원세력화 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흑인계는 반대세력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목표이다. 미국내 600만 유태인들은 미국이 이스라엘뿐만이 아니고 전세계의 유태인들을 보호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보호하려고 전쟁까지 마다않는 미국은 왜 그렇게 이스라엘엔 이견이 없는가? 그것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을 보호한다는 일 이전에 미국시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논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미국내 유태계 지도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언급할 때엔 우선은 자신들이 미국의 시민임을 강조한다. 유태인들은 정부를 향해서 “시민들을 보호하라”는 논리로 이스라엘을 언급한다. 만일에 이스라엘이 미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그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면, 미국은 중동에서 이스라엘 보다 이미 다른 원유생산국가와 관계를 맺었을 것이다. 600만 시민들의 요구를 담은 한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 정치인은 한명도 없다.
2008년 7월 미국의 의회도서관에서 독도의 명칭을 변경하겠다는 문제가 터졌다. 국내외 한국인들에게 충격적이었다. 진원지가 ‘의회도서관’이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유권자센타에 집중되었다. 미국 정치인들에게 일본과 한국의 영토분쟁으로 비추어진 일을 어떤 논리로 우리의 것으로 고정시키겠는가? 고민이었다. 미국은 남의 나라 영토분쟁엔 중립을 지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독도는 우리땅”이란 주장이 미국 주류언론에 광고로 언급이 되는 것을 알고서 의회 도서관 직원이 미국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조치한 것이다.
고민 끝에 뉴욕의 한인고등학생 50명을 선발했다. 이틀 동안 훈련을 시켰다. 이들에게 “의회도서관에서 갑자기 독도관련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하는 미국시민인 우리들의 부모들이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일을 못하고 있다. 우선은 시민을 보살펴 달라”는 요청을 하도록 했다. 왜 시민들이 독도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가를 설명하면 되었다. 고등학생들에게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만성을 지적하도록 예를 들어서 외우도록 했다. 일본은 60년전 미국을 공격했던 방식으로 이웃국가인 한국을 침략할 궁리를 하고 있고 우리 부모들이 그러한 불안감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독도문제가 바로 그런 것이다란 인식을 시킨 것이다.
14명의 연방하원 외교위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했다. “미국시민의 고통을 해결하라”는 요청이었다. 이것이 작동을 했다. 지역구에서 올라온 어린 학생들의 요청을 외면했다간 지역구 미디어로부터 어떤 지적을 당할지 모른다. 물론 지역구의 미디어도 동원을 했었다. 의원들이 도서관관계자를 접촉해서 신중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의회도서관에선 문제의 소지가 없어질 때까지 의회도서관 독도명칭은 “독도”를 유지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유태인들의 논리를 끌어온 것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2007년 대통령경선 초반부터 우리가 오바마를 따라 붙어 다니면서 집요하게 주장한 것은 ‘한미관계’에 관해서다. 한반도가 미국의 국익에 중요해서 한미관계를 설정할 것이 아니고 미국내의 한국계 미국시민 200만명에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200만명이면 유권자는 60만이상이라고 했다. 미국의 국익을 따지기 이전에 시민의 생명을 생각해야 한다는 유태인들의 논리에 맞추어서 선거논리에 맞추었다. 듣거나말거나 이메일로 수도 없이 보냈다.
경선 초반의 오바마 선거캠프엔 한반도관련 전문가가 별로 없었다. 한반도문제를 언급할 때, 그때가 늘 기회였다. 우리는 오바마가 강조해서 주장하는 ‘풀뿌리 시민활동 단체’이기 때문에 늘 당당했다. 지난 2월12일 오바마는 상원의원자격으로 ‘상원외교위원회’에 서면 발언을 했다. 한미관계의 기초는 200만 재미한인들과 10만의 재한미국인들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의 의견이 후보의 입을 통해서 언급되니까 신나고 뿌듯했다. 필자는 꼭 5번의 대통령선거를 겪었지만 유력한 후보가 구체적으로 '한국'을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바마는 설명하고 설득하고 의논하고 토론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핵심측근을 별도로 만나서 귓속말로 청해서 될 일이 별로 없다. 밥 한끼 함께 먹고 뭐 될 일 역시 별로 없다. 그는 선거기간 중에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반복해서 약속했기 때문에 미디어가 그것을 감독하고 감시하고 있는 중이다. 투표에 참가하는 유권자,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내는 납세자의 통로가 가장 힘있는 올바른 방법이고 소통의 유일한 방법이다.
전세계 한국인들을 위해서 200만 한인동포들의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도 절실하고 중요한 때이다. 그래서 한인동포들의 정치참여는 민족을 살리는 애국의 일이다.
내년 1월20일 취임식을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오바마 홈페이지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6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전역에서 열린 대선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