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남대문 화재 참상 재현되는듯"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렵고 최소한 2년이상 어려울 것"
IMF사태 때 위기해결사였던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며 현 경제팀에 던진 호된 질타다.
이 전 위원장은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원장 정운찬)이 28일 오후 주최하는 강연회에서 발표할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사와 교훈'이라는 제목의 강연 자료를 통해 이같이 최근 상황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선 향후 경제전망과 관련, "자산 디플레이션과 기초수지의 악화로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렵고 최소한 2년 이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공적자금을 무제한 투입해 추가 악화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금융서비스를 다시 적극적으로 재개하고 확대하는건 가까운 시일 안에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업 부문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관건인데 오바마 당선자가 자동차산업을 구제하려 할 가능성이 있어 다른 산업부문으로 불안이 확산되고, 결국 구조조정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하반기에 경제가 호전될 것이란 정부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전망이다.
그는 지금 위기의 성격과 관련, "1997년 위기는 과잉투자, 과다차입으로 대기업 유동성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중소 수출기업, 건설사, 가계 등이 어려움에 처하고 저축은행, 카드사 등이 연계돼 있어 구조조정 대상의 수가 크게 확대됐다"며 1997년 상황보다 악성임을 지적했다.
그는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지체하지 않고 정부가 개입해야 하며 사회적 논란을 두려워해 시간을 끌면 사태가 악화된다"며 "정책수단의 강도에서 상황을 압도할 정도로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하고 필요하면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하며, 정책은 가능하다면 패키지 형태로 쏟아부으라"고 공적자금 투입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건설회사와 주택금융 문제 ▲키코(통화옵션 파생상품) 문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문제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 환경 조성 등을 꼽았다.
그는 현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생활 안정대책과 시장안정 긴급지원을 위해 적기에 확실하고 충분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재정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가 SOC투자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려는 데 대해서도 "SOC 투자대상 선정이나 투자 규모의 결정은 신중해야 하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과거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나섰다 재정적자만 늘고 경기 재생에 실패한 전례를 환기시켰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관리와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면 그 이후 재도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고전 <한비자>의 "處多事之時(처다사지시) 用寡事之器(용과사지기) 非智者備也(비지자비야)(복잡한 시대에 일이 적던 시절의 수단을 쓰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준비가 아니다)"란 구절을 인용하며 "명분과 이념 편향을 지양하고 현실적, 실용적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며 현정부가 이념과잉 상태에서 벗어나 현실적 위기대책을 추진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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