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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 박치기로 심판대 오른 '트래쉬토크'

도를 넘어선 트래쉬토크는 '언어 폭력'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지단이 마테라치에게 '박치기'를 가하고 퇴장단한 상황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가운데 FIFA가 경기도중 선수들간에 벌어진 심리전의 한 형태인 '트래쉬토크'에 대해 처벌 또는 제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징계를 한다면 그 수위는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수끼리 벌이는 고도의 심리전 '트래쉬토크'

'트래쉬토크'는 주로 스포츠 경기중 상대선수를 자극하거나 조롱하는 표현의 말을 던짐으로써 상대선수의 심리를 흐트러뜨려 결국엔 그 선수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을 방해하는 데 목적을 두고 하는 말을 일컫는 단어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보자면 경기중에 어떤 선수가 상대선수는 물론 그의 가족들을 조롱하거나 비아냥 거리는 말을 던지는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NBA 프로농구 사상 최고의 스타로서 지금도 그 영향력이 막강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도 '트래쉬토크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트래쉬토크'를 활용한 상대와의 심리전에 능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포수이자 슬러거로서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만수(시카고화이트삭스 / 전 삼성라이온즈) 씨도 포수로서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트래쉬토크'에 능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테라치가 프랑스의 공격을 이끌던 지단의 유니폼을 잡아당기자 지단이 "내 유니폼을 갖고 싶으면 경기 후에 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마테라치 입장에서는 지단이 자신에게 모욕을 준 '트래쉬토크'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단은 단순한 농담정도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방송에서 의도성을 부인했다.

현재 FIFA가 이 사건에 대하여 정식으로 조사에 나섰고, 조셉 블래터 FIFA 회장은 "지단의 골든볼을 박탈할 수 있다"고까지 말함으로써 지단이 일정 수준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2006 독일월드컵과 관련한 어떠한 시상식이나 행사도 이 사건 조사 뒤로 미뤄진 점만 봐도 2006 독일월드컵의 '골든볼' 수상자가 바뀔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마테라치도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초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지단이 "이슬람 테러리스트라는 말은 안했다"고 밝힘으로써 최악의 징계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나, 어찌되었든 월드컵 결승전이라는 축구축제를 얼룩지게 만든 원인제공자라는 사실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테라치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FIFA로 부터 징계를 받게 된다면 FIFA는 경기중 선수들간에 벌이는 심리전의 일종인 '트래쉬토크'에 대해 처벌을 내리는 첫 선례가 될 전망이다.

경기중 상대선수의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고의로 모욕적인 언사로써 상대를 자극하는 도를 넘은 '트래쉬토크'는 더 이상 애교로 봐줄 수 없는 수준의 언어폭력이다. 아직까지 마테라치가 정확하게 어떤 표현으로 지단에게 말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처분결과는 앞으로 벌어질 유사한 사안들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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