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분당설'에 입장 밝혀야
<뷰스 칼럼> 한나라당 경선 후유증을 보고
불과 며칠전 박 전대표를 추켜세웠던 모습과는 판이하다. 그답지 못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그 자체로는 큰 파장이 없을 것 같다. 본인의 파괴력이 없어서다. 태도 돌변의 이유가 명백하다. 승부에서 졌다는 점이다.
그는 대리전 논쟁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강재섭씨가 만든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설득력이 약하다. 이재오씨를 공개 지지한 건 이명박씨였다. 대리전의 발단은 어찌됐든 그것이었다. 이면의 다른 얘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그건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승패가 갈렸기 때문이다. 문제제기는 승부 전에 했어야 한다.
우선 한나라당 당원들이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이재오씨도 그것을 잘 알리라 본다. 그럼에도 그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다른 생각이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당원이 아니라 일반 유권자를 향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이다. 때문에 좀 더 그의 언행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재오씨가 아니다. 이명박씨다. 이재오씨를 너무 민다는 인상을 준 점이다. 그럴 필요까지 있었나 싶다.
그러나 그것은 전략의 문제였다. 박 전대표 진영의 전략은 질보다는 양이었다. 그것은 이재오씨가 대표가 되는 상황도 대비했기 때문이다. 이재오 대표체제도 수용할 자세였다고 한다.
그래서 최고위원회에 보다 많은 우군을 진출시키는 게 핵심이었다. 5명중 3명이상의 진출이 목표였다. 그 때문에 전여옥 의원이 손해를 봤다. 어차피 여성몫으로 자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안찍어도 최고위원이었다. 그래서 표가 분산됐다. 그래도 4등을 했다.
그러나 이명박씨는 양보다는 질이었다. 대표 직에 집중했다. 전략의 실수였다. 물론 그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면 그렇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나았다. 초연하게 비쳐지는 게 이미지 관리에도 보탬이 됐을 거다. 그러니까 지금 더 심각한 거다.
그렇다면 지금 이명박씨 진영은 무엇을 생각할까. 당연히 내년을 생각할 게다. 경선에 임했을 때의 승산여부다.
불투명하다고 여길 지도 모른다. 지금이 이럴 진데 내년은 어떨까를 생각할 게다. 당지도부가 장악당한 상황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을 궁리할까. 분당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 언론은 최악의 시나리오 운운한다. 좀 무책임한 보도다. 그러나 언론의 상상력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누군가가 그런 얘기를 하니까 보도하는 것뿐이다.
사실 분당만을 놓고 보자. 특정인의 정치적 신념이나 약속 같은 것을 배제한 채 말이다. 하려 한다면 지금이 기회다. 이유는 간단하다. 명분 때문이다. 정치는 명분의 싸움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오씨를 지지한 명분은 당 개혁이었다. 운동권 경력의 색깔론 시비를 무릎쓰면서도 그랬다. 한나라당을 고치자고 했다. 그것은 승부수였다. 당원의 선택을 강권한 거다.
그런데 결과는 패배였다. 문제는 누구한테 졌느냐다. 민정계 출신이다. 과거로 돌아가지 말자고 했는데 당원은 그걸 안받아들였다. 한나라당의 개혁도 정통 한나라당 사람한테 맡긴 셈이다. 과거회귀의 비난을 무릎쓰고서도 말이다. 물론 결과론이다. 그보다는 박근혜 대표에게 맡긴 것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드러난 것만 보자. 최소한의 이탈 명분은 확보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기회가 또 있느냐다. 역시 특정인의 정치적 신념을 배제한 채 순전히 탈당을 하려는 쪽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앞으로는 없다. 있다면 기다려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회가 다시 오긴 어렵다. 경선 결과 볼복은 생각하기 어렵다. 설사 다소 불공정했다 해도 말이다. 실패의 큰 선례가 있어서다. 그래서 지금이 기회라고 유혹 받을 만하다.
이미 상당한 조직도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당 조직은 아니지만 말이다. 전국적 지지그룹말이다. 자금력도 있다. 어찌됐든 여론조사 1,2위를 달린다. 3등 아래로 떨어지면 그나마도 어렵게 된다. 때문에 분당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만하다. 그래서 성급한 언론들이 그런 보도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특정인의 정치적 신념과 약속, 상황들을 대입해 보자. 이명박씨나 이재오씨,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그것 말이다.
결론은 쉽게 도출된다. 분당할 사람들은 아니라고 보는 게 옳다. 나름대로 대의를 위해 살아온 그들이다. 분당은 자기들이 지금까지 주장했던 모든 것을 뒤엎는 결과다.
그들의 최대 목표는 무엇이라 했던가. 정권교체라고 했다. 그런데 분당을 한다고 치자. 그것은 노무현 정권이 가장 바라는 상황이다. '3자 필승론'이다. 혹은 '다자 필승론'이다. 고건씨를 포함해서다. 노 정권의 연장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지금 노 정권의 연장을 바라는 사람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정확한 건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작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비난은 분당세력이 짊어지게 된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 가치가 소멸되어 갈 거다. 적어도 논리적으론 그렇다.
그래서 분당의 가능성도 낮다고 보는 게 옳다. 그러나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때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수 있다. 명분보다는 계산이 앞설 수도 있다. 계산이 잘못될수도 있는것이다.그래서 단정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더 그럴 것이다. 불안해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번쯤 밝혀야 한다. 기왕에 언론보도에서 분당설이 나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다시 한번 소신을 밝혀두는 게 옳다. 분당설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면 그래야 한다. 아무 말이 없다면 겉잡을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될지 모른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된다. 그들의 대답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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