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이 무려 3조8백56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립서울병원(원장 장동원)과 이화여자대학교(정상혁 교수)는 7일 서울 아산병원 소강당에서 개최된 대한사회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와같은 공동 연구결과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04년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토대로 자살사망자가 사망전 1년간 소비한 의료비용과 조기사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액을 추계한 결과다.

자살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응급실 진료비, 응급이송비, 장례비, 수사비 등 자살에 따른 ▲직접비용으로 95억4천만원이, 조기사망비용 등 자살에 따른 ▲간접비용으로 3조7백2억4천4백만원의 손실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살자의 가족의료비와 교통비 등 자살에 따른 외부적 비용으로 47억6천8백만원이, 가족의 작업손실비용으로도 1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2004년 한 해 자살자 수는 1만1천5백23명이고, 이는 인구 10만명당 24명꼴로 자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자살률은 연령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고, 특히 40~64세 등 주로 중장년층의 자살률이 높았다.

남성의 자살동기는 원인불명(29.9%)이 가장 많아 명확한 자살 이유를 밝히기가 힘들었다. 자살원인이 밝혀진 경우, 육체적 질병(23.5%), 경제적 이유(19.0%), 정신과적 질병(12.0%), 가정불화(7.3%) 등의 이유로 남성은 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의 자살동기로는 육체적 질병(30.7%), 원인불명(23.9%), 정신과적 질병(22.1%), 경제적 이유(9.2%), 가정불화(8.2%) 순이었다.

자살자의 가족의 경우도 가족구성원의 자살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중 한 명이 자살했을 경우, 남겨진 가족들은 평소보다 4.6배 이상 정신과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자살 초기 증세라고 할 수 있는 우울증 역시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조1백53억원으로 추산돼 자살만큼이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는 남성 18만8천5백45명, 여성 75만8천4백57명 등 총 94만7천2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제도적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