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KBS '찬송가' 방송에 불교계 발끈
'건국 60주년 음악회'서 "오 주님, 평화를 주옵소서" 등등
서울시는 지난 14일 저녁 8시부터 9시반까지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대한민국 60년 경축전야 음악회’를 주최했다.
이날 음악회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장의 헨델 '왕궁의 불꽃놀이', 베르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 최영섭 '그리운 금강산',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4악장, 송창식의 '내나라 내 겨레', 강준일 사물놀이 협주곡 '마당', 안익태 '한국 환상곡' 등이 연주되고, 소프라노 김영미의 노래와 이광수 사물놀이의 공연, 불꽃놀이 등으로 성대히 치뤄졌다.
음악제는 KBS 1TV를 통해 전국에 녹화중계됐다. 다수 국민의 시선이 베이징올림픽 생중계에 쏠려있던만큼 시청률은 낮았으나, 음악회를 본 비기독교신자들은 분개했다. 곳곳에서 기독교 찬성가 불려지고, KBS는 이를 여과없이 자막처리까지 하며 방영했기 때문이다.
행사 시작과 함께 사회자는 “암흑의 시기에서도 뜨거운 조국애를 품어 나라를 되찾은 우리 선열들은 그렇게 조국 광복을 염원하며 마음속으로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요”라고 물은 뒤, ‘가라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라는 오페라 곡을 소개했다.
이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중 한 곡. 이 노래는 예루살렘에서 바빌론의 포로로 잡혔던 히브리인들이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릴 때 시온(하나님의 도성)을 그리워 하는 노래다.
정명훈지휘 아래 서울시립교양악단과 그란데 오페라합창단이 합창하는 동안 KBS는 자막을 통해 "요르단의 큰 강둑과 시온의 무너진 탑들에 참배하라", "예루살렘의 잔인한 운명처럼", "주님이 너에게 용기를 주시리라" 등 가사 말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소프라노 김영미가 부른 베르디의 다른 오페라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도 문제였다. "평화, 평화를 주옵소서, 오! 주님", "주님께서 그를 아름다움과 미덕으로 축복했기에", "주님 저에게 죽음을 주시옵소서" 등 찬송 구절이 여과없이 자막처리돼 방송됐다.
이같은 건국 60주년 음악회의 문제점은 불교전문지 <법보신문>에 의해 20일 기사화되면서 불교계를 더욱 격분케 하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학담 스님은 <법보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편향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인 KBS마저 특정종교를 선교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고 분개했다.
베르디는 19세기 이탈리아의 대표적 작곡가. 때문에 그의 음악 곳곳에 배어있는 기독교 문화적 요소를 문제삼는 것은 협량(狹量)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후 발발한 수많은 사건으로 불교계가 사상최대 시국법회까지 예고한 마당에 수많은 서양가곡 중에서 불교계를 자극할 수 있는 종교색 짙은 베르디 가곡을 두곡이나 골라 공연하고, 이를 국영방송인 KBS가 자막처리까지 해 방송해야 했는가에 대해선 비판의 소지가 있다. 서울시와 KBS 모두, 오비이락의 교훈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 규정에는 “방송은 지역간, 성(性)간, 세대간, 계층간, 인종간, 종교간 차별과 갈등을 조장하여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어, 향후 방통위의 KBS에 대한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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