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인해 지난 상반기 실질무역 손실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을 기준으로 하는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실액'은 지난 상반기에 54조9천271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 지난 2000년의 교역조건이 유지됐다면 54조9천억원을 더 벌어들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 금액은 2000년 가격으로 환산된 것이다.

실질 무역손실은 상반기 기준으로 2004년 12조634억원, 2005년 20조847억원, 2006년 34조4천381억원, 2007년 37조1천183억원에 이어 올해에는 5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의 전년동기대비 손실규모 증가액은 17조8천8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증가폭인 2조6천802억원의 6.6배나 됐다.

또 올해 상반기의 실질 무역손실 규모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13.7%에 이르러 작년 같은 기간의 9.8%에 비해 3.9%포인트나 올라갔다. 연도별 이 비율은 2003년 2.9%, 2004년 3.6%, 2005년 5.8%, 2006년 9.5% 등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에는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 등으로 무역손실이 많이 발생했다"면서 "그러나 무역손실은 교역조건 뿐 아니라 교역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무역손실이 늘었다고 해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질무역손실의 급증은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05년=100)는 올들어 5월까지 평균 81.9로 작년 같은 기간의 95.0에 비해 13.8%나 떨어졌다. 이 지수 하락률은 1998년의 14.2% 이후 가장 낮다. 또 올들어 5월까지의 평균지수는 10년전인 1998년 같은 기간의 147.6과 비교하면 55%에 불과하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한 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한다. 따라서 작년에는 동일한 물량의 수출로 95개를 수입할 수 있었으나 올해에는 그 양이 81.9개로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