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를 비롯해 가스, 금속, 곡물 등 주요 국제원자재값이 4일(현지시간) 일제히 3개월만에 최저치로 급락, '상품거품'도 빠지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120달러 선이 붕괴되는 급락장세를 보이다가 지난주 종가에 비해 3.69달러, 3% 하락한 배럴당 121.41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이는 지난 5월 5일 배럴당 119.97 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며, 지난달 11일 147달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주사이에 20%가 급락한 수치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지난주에 비해 3.55달러, 2.9% 떨어진 배럴당 120.63 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하락은 지난 6월 미국 소비자 씀씀이가 줄어들고 인플레 압력으로 식료품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온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 상무부는 이날 6월 개인소비지출이 0.6% 증가했고, 개인소비지출 물가가 1년전에 비해 4.1% 올라 17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소비지출이 줄어들면 석유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 하락을 이끌어 낸 것.

향후 국제유가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원유 선물거래 역시 향후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계약이 상승전망 계약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워치>는 이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수치를 인용해 7월 비상업적 투자자들과 헤지펀드, 다른 대형투자자들의 숏포지션(Short Position.매도포지션)이 작년 2월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롱포지션(Long Position.매수포지션)을 초과했다고 보도했다.

숏포지션은 선물거래에서 향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선물을 매도하는 거래를 뜻하며 롱포지션은 반대의 경우를 말한다.

원유뿐 아니라, 가스 등 다른 주요 국제원자재값도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품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3% 급락한 것 외에도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금속, 곡물 등 여타 상품가격도 동반 급락했다.

천연가스와 동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각각 8%, 4% 폭락하면서 지난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콩과 옥수수의 선물가격도 각각 5%씩 급락했고, 밀의 선물가격 역시 4% 급락했다.

그 결과 원유과 금속, 곡물 등 19개 상품의 선물가격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즈CRB지수는 3% 하락하면서 지난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지난 7개월의 하락폭은 지난 28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DTN의 대린 뉴섬 수석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다음 지지선은 100달러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조만간 그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앞서 국내에서도 삼성경제연구소가 국제유가가 100달러선까지 하락하는 등 상품거품이 빠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어, 국제원자재값 급락이 인플레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 등 세계경제에 숨통을 트게 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