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오해 말아야. 갈등 빚어선 안돼"
<문화일보>, "미국과 갈등 땐 일본만 돕는 꼴" 강변
<문화일보>는 이날자 최모 워싱턴 특파원이 쓴 <"미와 갈등땐 일본만 돕는 꼴">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 간의 독도사태가 자칫 한국과 미국 간의 오해로 비화할 조짐이 보인다"며 "미국이 독도문제에 대한 중립 입장을 잇달아 확인하면서 한국 내의 실망감이 배신감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사는 "실제 국내 일각에서는 이미 '한국이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본 측의 독도 영토 주장으로 시작된 한일 간의 대립이 엉뚱하게 한·미갈등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패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차대전 이후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역사적 맥락을 살피지 않은 채 당장의 현상만 잘라서 미국을 편가르기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결과적으로 일본을 돕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워싱턴의 한 한국학 전문가는 27일 '미국이 독도에 대해 중립입장을 지켜왔고 표기도 리앙쿠르 암석으로 해온 것은 그동안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문제는 오히려 한국이 지금까지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며 익명의 관계자 말을 빌어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 일본에게만 득이 될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기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다른 익명의 소식통 말을 빌어, 미국이 도리어 한국편으로 기울어왔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실제 워싱턴의 한 고위외교소식통도 이날 “독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2차대전 직후에서 47년까지 이른바 ‘맥아더 라인(1945년 9월 당시 미국 극동군 사령관 맥아더가 일본 주변에 선포한 해역선)’ 등에서 보듯이 한국령이었지만 48년 이후에는 오히려 일본령으로 보는 분위기였다”며 “독도 영유권에 대해 일본·미국 내 일부에서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당시 일본의 영토반환조항에 독도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기사는 이어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리앙쿠르 암석을 ‘영유권 미정’지역으로 표기하면서 미국이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되지만 실제 역사적 맥락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며 "즉 미국 정부 내에서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전후해 독도를 일본영토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후는 오히려 중립으로 물러섰다는 해석이다. 실제 60년대 한일간의 국교수립을 중재하고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동북아의 두 축으로 유지하기 위해 양국간의 역사·영토갈등을 조정하려는 입장을 보여왔다는 것이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등의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기사는 그러나 미 지명위원회가 종전에 '한국령'이라고 표기하다가 이번에 이를 '분쟁지역'으로 바꾼 팩트(fact)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모든 언론과 국내외 전문가가 미국 정부의 일본 편들기로 해석하는 이번 표기 변경을 유독 <문화일보>만은 '미국에 대한 오해'라고 강변하며 미국과 갈등을 빚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모양새다.
이날자 <문화일보>는 그러나 사설 등을 통해선 이 기사와 정반대로 이명박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를 질타하는 등, 기사가 주장한 이른바 '오해'에 기초한 사설과 기사를 쏟아냈다.
<문화일보>는 이날 1면 톱기사 <"외교 총괄 전략가가 없다">를 통해서는 홍순영 전 외교부장관의 "미 지명위원회가 주권미지정 섬으로 바꾼 것은 동도 영유권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결정"이라는 말 등을 빌어 정부를 맹비난하며 미국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문화일보>는 또한 사설 <북에 밀리고 일본-미국에 치이는 '이명박 외교'>를 통해서도 "미국측의 독도 표기가 그 새 바뀐 것도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에 밀리는 한 단면일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우려섞인 분석"이라며 이명박 외교를 질타했다. 사설은 그러나 "이 대통령도 ‘격노(激怒)’했다지만 그 분노의 첫 초점은 한국 외교력의 한심한 실상이어야 하며, 따라서 외교·안보 라인을 일대 쇄신해야 할 것"이라며 결코 미국에 대해 분노해선 안됨을 강조했다.
<문화일보>의 이날 어지러운 지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단 한가지 공통점은 미국이 무슨 일을 하든, 미국과 척을 져선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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