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신문 시장지배 규제-과잉 정정보도 위헌"

헌재 "신문-방송 겸업 금지, 경영공개는 합헌", 언론단체-조동 둘다 불만

시장점유율 60%가 넘는 상위 3개 신문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한 신문법 17조와, 고의성 없는 오보에 대해서도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 26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신문-방송 겸업을 금지하고 있는 신문법 15조와 경영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한 신문법 16조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신문법 17조는 위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29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지난해 제기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관련한 '신문법 17조'와, 언론의 고의·과실을 요하지 않는 정정보도 청구권에 대한 '언론중재법 26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결정에서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국 발행부수 기준 30% 이상일 때,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일 때 공정거래법 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신문법 17조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즉 독자의 선호도가 높아서 발행부수가 많다는 점을 이유로 신문사업자를 차별하는 것이다. 그것도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하여 신문발전기금 지원의 범위와 정도에 있어 합리적 차등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금 지원의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이 아니다. 따라서 이 조항은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신문법-언론중재법 2개항에 대해선 위헌, 신문법 2개항에 대해선 합헌 판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언론중재법 26조도 위헌"

헌재는 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중 언론사의 고의ㆍ과실이 없어도 정정보도 청구를 가능토록 한 조항(14조2항)은 헌법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정정보도 청구를 본안소송이 아닌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절차에 따르도록 한 조항(26조 6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즉 법원판결이 나오기 전에 가처분에 근거해 정정보도를 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정정보도 청구의 소를 민사집행법상의 가처분 절차에의해 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정정보도 청구의 소에서는 그 청구원인을 구성하는 사실의 인정을 ‘증명’대신 ‘소명’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청구소송은 통상의 가처분과 달리 그 자체가 본안 소송이다. 이러한 정정보도 청구의 소에서, 승패의 관건인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이라는 사실의 입증에 대하여, 통상의 본안 절차에서 반드시 요구하고 있는 증명을 배제하고 그 대신 간이한 소명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인데 이것은 소송을 당한 언론사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정보도 청구를 가처분절차에 따라 소명인만으로 인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나아가 언론의 자유를 매우 위축시킨다. 진실에 부합하징 않을 개연성이 있다는 소명만으로 정정보도 책임을 지게되므로 언론사로서는 사후의 분쟁에 대비하여 진실임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확보하지 못하는 한, 사실 주장에 관한 보도를 주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언론의 위축 효과는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신속한 보도를 자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민주주의의 기초인 자유언론의 공적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보호만을 우선하여 언론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전국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1개사 시장 점유율 30% 이상, 상위 3개사 60% 이상일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다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조항'(신문법 17조)과 언론의 고의·과실을 요하지 않는 ‘정정보도 청구권’(언론중재법 26조)는 즉시 법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신문-방송 겸업 금지 및 경영정보 공개는 합헌"

헌재는 그러나 매체간 겸영을 금지한 신문법 15조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현행대로 금지된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6명은 “이 조항은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규제 대상과 정도를 선별해 제한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신문의 기능과 중복될 염려가 없는 방송채널사용사업이나, 종합유선방송사업, 위성방송사업을 겸영하는 것은 가능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언론경영신고 의무화를 규정한 신문법 16조에 대해서도 합헌결정이 내려져 신문사들은 앞으로 전체 발행부수와 유가 판매부수, 구독ㆍ광고수입 등 경영지표들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신문사들이 신고를 거부할 경우 2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조선><중앙>, 신문-방송 겸업 금지에 불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정인봉 변호사 등은 작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일부 조항 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으며, 서울중앙지법 언론전담 재판부인 민사합의25부는 올해 초 언론중재법 일부 조항의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맞서 신문법-언론중재법 개혁을 주도해온 언론단체들은 헌재에 대한 합헌 판결을 요구해왔다.

따라서 이번 헌재 판결은 신문-언론중재법 개정을 주도해온 정부여당 및 언론단체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선><동아> 역시 부분 합헌 결정에는 만족을 표하면서도 '신문-방송 겸업 해제'라는 최고의 실리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해선 크게 불만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