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조선일보> "재협상이라도 해야..."
한달 전엔 "어차피 민심 잃은 판에 외교까지 엉키면 안돼"
<조선일보>가 재협상 수용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서 "어차피 민심 잃은 판에 외교까지 엉키면 안된다"며 재협상에 강력 반대하던 것에서 180도 달라진 태도다. <조선일보>가 촛불시위 및 광고끊기 공세에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사설 '국민 밥상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절대 올리지 말라'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대란(大亂)을 끝내는 길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확실하게 국민 밥상에 오르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재협상뿐이라면 무슨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재협상을 벌여야 하고, 추가협상에 의해 가능하다면 추가 협상을 해야 하고, 자율 규제로도 가능하다면 자율 규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규제나 추가협상 갖고 국민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재협상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냐는 주장인 셈.
사설은 이어 "목표는 국민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이 목표를 분명하게 달성할 수만 있다면 그 과정으로 재협상·추가협상·자율 규제 가운데 어느 길을 택할 것이냐는 각 선택에 따르는 국익(國益)의 희생을 비교 검토해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며 거듭 재협상을 해법중 하나로 거론했다.
사설은 결론적으로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국민 밥상을 위태롭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그 의지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대통령은 직(職)을 걸 수 있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걸고 국민 건강을 지킬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이처럼 사설을 통해 '재협상'을 공식 거론하고 나선 것은 전날 <"조선일보, 국민의 소리 들으려는 노력 부족했다는 느낌">이라는 제목으로 독자권익보호위원회의의 <조선일보> 쇠고기-촛불집회 보도 비판 회의록을 상세히 보도했던 것에 이어 나온 커다란 논조 변화로, <조선일보>가 촛불시위와 광고끊기 공세라는 피플파워에 밀려 노선을 수정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앞서 지난달 17일 칼럼을 통해 "이제 와서 국내 민심 얻으려고 재협상론, 검역주권론으로 쇠고기를 막으려 들면 대미관계는 꼬일 것"이라며 "어차피 민심 잃은 판에 외교까지 엉키면 두 가지 모두를 잃을 게 뻔하다"며 기왕 민심을 잃은만큼 대미관계라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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