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한나라당, MB에 '선상반란' 시작
BBK 고소 취하, 대폭 물갈이 요구...정두언 등 강력 반발
강재섭의 BBK 고소 전격 취하에 정두언 등 강력반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는 재보선 참패후 5일 오전 처음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대선때 BBK 의혹을 제기한 통합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전격 취하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와 사전협의도 없이 내린 결정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밝혔듯 이같은 조치를 청와대에도 통보하겠다는 것이 강 대표의 입장"이라고 밝혀 사실상 사전협의없이 내린 결정임을 확인해줬다.
강 대표의 BBK 고소고발 취하가 갖는 메시지는 크다. 박영선, 정봉주 의원 등 BBK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부동한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당연히 이명박계 핵심들은 강력 반발했다. 강 대표가 거듭 BBK 고소고발 취하 방침을 밝히자, 의총 직후 이명박계 의원들은 강 대표와 홍 원내대표에게 몰려가 "그러시면 안되죠"라고 고성을 지르는 등 강력 반발했다.
정두언 의원은 홍준표 원내대표를 강력항의했고, 그러자 강 대표가 정 의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만 물러설 것을 설득했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이 가세하며 홍 원내대표와 강 대표에게 "우리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런 식으로 결정하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전여옥 의원 역시 의총장을 황급히 떠나려던 강 대표를 따라가며 "그러면 안된다"고 강력 항의했으나, 강 대표는 못들은 척 곧바로 의총장을 떠났다.
선상반란, 대대적 인적쇄신 요구로 확산될듯
BBK 고소고발 취하는 분명 선상반란이다. 경색된 여야관계를 풀기 위해선 더이상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이같은 선상반란의 동인은 당연히 이 대통령의 밑바닥 지지율이다. 당의 지지율이 민주당 등에 비해 더블로 높음에도 6.4재보선에서 참패한 것은 이 대통령 때문이라는 불만어린 인식이 선상반란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선상반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적으로 예상되는 게 대대적 인적쇄신 압박이다.
이미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김학원 최고위원은 6.4재보선 결과와 관련, "그 결과는 대통령 100일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차마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참패를 당했다"며 "한나라당이 이길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고 여겨졌던 서울이나 영남 지역에서마저도 대부분이 패배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이제 우리가 안방 윗방이 없고 아랫목 윗목이 없을 정도로 참패를 당한 의미를 곰곰이 씹어봐야 한다"며 "그동안에 한나라당에서 여러 번 이야기를 했던 국정 쇄신 문제, 인적 쇄신 문제가 늦어지는 감이 있다. 이 문제도 조속한 기일 내에 결단을 내려서 국민 앞에 새로운 각오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이 대통령에게 신속한 대폭 인적쇄신을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앞서 강재섭대표가 이대통령과 만나 정운천 농수산부장관 등은 물론,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을 포함한 경제팀까지 대폭 경질을 요구했음에도 청와대 최근 기류가 2~3명 교체로 가는 데 대한 당의 불만 표출이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재보선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요새 진짜 배우는 게 많다"고 6.4 재보선 참패에 충격을 감추지 못한 뒤, `인적 쇄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러세요. 민심을 수용한다고 했는데 해야죠"라며 대폭 물갈이를 촉구했다.
6.4 재보선 참패로 시작된 한나라당의 노골적 선상반란으로 이 대통령 입지는 더욱 좁혀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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