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파업 1000일’ 기륭전자 고공농성

<현장> 여성조합원 4명, 서울시청 앞 철탑 올라

불법파견 및 부당해고에 맞서 1000일 가까이 투쟁해 온 기륭전자분회 여성조합원 4명이 11일 오전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18m 높이 임시철탑에 올라 9시간 가까이 고공농성을 벌였다.

조합원들은 ‘하이서울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설치된 2개의 철탑에 각각 2명씩 올라가 ‘문자해고, 잡담해고 서러워서 못 살겠다’, ‘오세훈 시장은 기륭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라’, ‘미친소도 막아내고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하자’, ‘우리 가족 눈에 피눈물나게 하는 비정규직 철폐하자’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기륭전자분회 "서울시, 축포를 쏘기 전에 차별의 그늘을 보라"

기륭전자분회는 호소문을 통해 “축포를 쏘기 전에 고개를 돌려 차별 많은 서울의 그늘을 보아 달라. 1000일이 넘어가는 투쟁을 하는 고통받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살펴 보아 달라”고 호소했다.

불법파견과 문자해고에 맞서 1000일 가까이 투쟁해 온 기륭전자분회 여성조합원 4명이 11일 오전 7시께 서울시청 앞 임시철탑을 기습점거하고 고공농성을 벌였다.ⓒ최병성 기자


이들은 또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연민과 연대를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뇌가 숭숭 뚫린 것만큼 사랑이 사라진 사이코 패스의 사회만큼 무서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차량용 네비게이션과 위성라디오를 생산하는 기륭전자는 2003년 당기순이익 81억원, 2004년 2백2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제조업계의 손꼽히던 우량업체. 그러나 2005년 상반기부터 일부 파견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해고를 통보하면서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불법파견에 이은 문자해고에 맞선 1000일 투쟁

문자 해고에 맞서 여성조합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노사교섭을 통해 해고 철회 및 원직복직, 파견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측의 직장폐쇄, 단수.단전 등 비인간적인 탄압이었다.

조합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기륭전자 정문 앞에 천막을 치면서 농성에 돌입, 올해로 4년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9일은 이들의 투쟁이 1000일을 맞는 날이다.

1000일 동안 노조는 현장점거 농성 파업, 장기 단식, 삭발투쟁, 3보 1배 등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죽는 것 빼곤 모든 투쟁’을 다했지만 사측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요지부동이었고 형식적인 교섭조차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2백명으로 시작한 조합원은 생계유지를 위해, 혹은 늘어나는 전과와 벌금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하나 둘씩 떠나 이제 40여명이 남았을 뿐이다.

조합원, 연대단체 회원들은 한때 진압에 나서려는 경찰을 막아서며 격렬하게 항의했다.ⓒ최병성 기자


"여성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 서울시가 해결해야"

구로공단에 위치한 공장의 중국 이전 절차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회사는 4년간 대표이사만 4번을 바꾸면서 이들의 교섭요구를 계속해서 외면했고 지난 4월 3월에 신규채용한 파견직 노동자 30명을 전원해고하고 기존의 사무간접노동자 60여명을 명퇴시켰다.

김소연 분회장은 “1000일이 다 되도록 기륭전자의 불법파견과 부당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기륭 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이 성행하는데 대해 이제 서울시가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기륭전자분회가 ‘하이 서울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서울시청 앞 철탑에 오른 이유다. 이들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도 해결되지 않는 장기투쟁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서 중재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서울시 측은 ‘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고 9시간 가까이 진압을 준비하는 경찰 3개 중대와 조합원들 간의 장시간 대치가 이어졌다. 오전 11시부터 임시철탑 주변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집행부를 비롯해 장기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스콤, GM대우,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합류해 한때 경찰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여성조합원 4명은 오후 1시께 서울시 중재로 노사정이 성실교섭에 합의하면서 오후 3시 40분께 농성을 풀고 내려왔다.ⓒ최병성 기자


노사정, 고공농성 6시간만에 '성실교섭' 확약서 합의

결국 오후 1시께 서울시의 중재로 서울노동청장과 기륭전자분회, 기륭전자 사측이 오는 16일 오후 5시 서울 관악지청에서 노사정이 모두 만나 교섭재개를 논의한다는 확약서에 합의하면서 장시간의 대치는 마무리됐다.

여성조합원 4명은 오후 3시 40분께 긴급 출동한 소방차의 도움을 받아 철탑에서 내려왔고 현재 서울 을지로 백병원에 후송돼 건강 진단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진단을 마치는대로 경찰에 출두,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편, 기륭전자분회와 기륭전자 비정규여성노동자투쟁 공대위는 파업투쟁 1000일을 맞아 오는 14일 오후 기륭전자 공장 앞에서 1000인 선언을 갖고 15일부터는 각종 투쟁문화제를 진행한다.

파업투쟁 1000일째인 19일에는 비정규직 철폐 기원 기도회가 열리고 20일과 21일에는 1000일 투쟁 결의대회 및 투쟁문화제가 잇달아 열린다.
최병성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