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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장 선거, 인도 출마 발표로 4파전

파키스탄.동티모르 출마 준비 등 대혼전 양상

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뽑는 선거가 그동안 한국.태극.스리랑카 3파전에서 인도의 참여로 공식 4파전이 됐다.

인도의 후보 옹립 발표가 나오자 인근국으로 그동안 인도와 국경분쟁 등 역사적 경쟁을 벌여온 파키스탄도 후보를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키스탄이 후보 참여를 공식선언할 경우 유엔 사무총장 선거전은 5파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유력한 후보로 꼽혀온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동티모르의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교장관이 지난달 초 유엔 방문길에 사무총장 출마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뒤 출마를 준비중이어서 호르타 외교장관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아시아 지역 후보만 6파전으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선거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아시아 잠룡 경쟁에 유럽 등 가세땐 오리무중 선거판세 될 듯

16일 일본 <교도(共同)통신> <지지(時事)통신> 등에 따르면 그동안 아시아에서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는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스리랑카의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사무차장(군축담당), 태국의 수라키아트 사티라타이 부총리 등 3명이었으나, 인도가 샤시 타루르씨 유엔 홍보담당 사무차장의 출마를 공식 발표함으로써 4파전이 됐다.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후임자는 대륙별 순환전통 등에 따라 미국 등 일부 국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사실상 아시아에서 배출될 것으로 보여 아시아 나라들 간에 국가적 자존심을 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갈수록 후보자가 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아시아 각국이 후보를 내면서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출사표를 던진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 김홍국 기자


이날 인도가 공식 후보 출마를 발표함에 따라 카슈미르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인도와 3차례나 전쟁을 치른 파키스탄도 인도에서 사무총장이 나오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유력 인사를 출마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6년 동티모르의 가톨릭 주교 카를로스 벨로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동티모르의 민주화 운동과 국제외교활동에 나섰던 호르타 장관은 그동안 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후보가 아니며 그동안 로비도 하지 않았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혀왔으나 지난달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하면서 출마 의사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아시아 각국이 유엔 수장에 대한 도전의사를 보임에 따라 차기 사무총장 출마자 명부는 오는 7월초나 확정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총회간에 협의중인 선거 절차 문제도 9월 연차총회 개막 전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비동맹 중심국 인도의 뒤늦은 가세 주목...태국.스리랑카 후보도 난적

인도는 후임 사무총장을 뽑는 선거 절차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오래전부터 사무총장 자리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번에 출마를 표명할 타루르 사무차장은 아난 현 사무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는 안보리에서 한 명을 압축해 유엔총회에서 통과의례로 결정하는 현행 방식을 고쳐 안보리가 최소한 3명의 후보를 총회에 올려 총회가 최종적인 선출권을 갖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는 또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도 노려왔다는 점에서 차기 사무총장 자리를 위해 그동안 비동맹 외교의 중심국으로서 쌓아온 외교 역량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마선언 후보 중 아세안의 지지를 받고 있는 수라키앗 태국 부총리는 풍부한 국제활동을 장점으로 꼽고 있으나 태국이 남부 지역 이슬람 세력을 탄압, 말레이시아와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고 있어 이슬람권내 부정적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나팔라 전 사무차장은 유엔개혁의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유엔관료 출신인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반기문 외교장관, 조용한 선거운동으로 지지 분위기 확산 주력

지난 2월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오랜 외교관료 생활을 통해 유엔 및 국제외교계의 업무에 정통한 데다 미국과 중국 등이 거부감을 보이지 않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반장관은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대국 및 유엔 분담금 납부국 11위 등의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강한 선거 운동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조용한 외교'에 중점을 두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맨해튼 외교협회(CFR) 오찬 모임에서 차기 사무총장 후보 자격으로 '유엔의 활력 회복'에 대해 연설하는 등 후보로서의 위상 높이기에 치중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 면담과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동구권 등 유엔 다섯그룹 지역 대사와의 만남 등을 통해 지지 분위기 확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고촉통(吳作棟) 전 싱가포르 총리도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고촉동 전 총리가 다크호스”라며 “중국계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지지를, 싱가포르내 인도계 주민의 영향력 측면에서 인도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외에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인 터키의 케말 데르비스, 폴란드의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 자이드 후세인 요르단 왕자 등도 잠재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아시아 총장 배출시 우탄트 총장 이후 35년만의 아시아계

아난 사무총장은 12월 31일로 2기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차기 총장은 1948년 유엔 창립이후 8번째다.

이번에 아시아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배출된다면 1961년부터 1971년까지 사무총장을 지낸 미얀마(당시 버마)의 우탄트 총장 이후 처음이 된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헌장상 유엔 사무국의 책임자로서 직원 3천명을 총괄하는 국가원수급으로 대우를 받으며, 연봉은 20만~30만달러(약 2억~3억원) 수준이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적인 분쟁 조정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의 행정·정치·도덕적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여서 ‘외교가의 교황’, ‘국제사회 CEO’ 등으로 불린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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