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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의 침묵이 소름 끼친다"

<뷰스 칼럼> 국민 머리도 쥐가 나긴 마찬가지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여론조사'가 마침내 끝났다. 이제부터 4월9일 오후 6시 출구조사 때까지 엿새간 아무도 '여론조사'의 '여'자도 입밖으로 꺼낼 수 없다.

물론 여론조사는 계속될 것이고 물밑에선 조사 결과가 계속 나돌 것이다. "내가 역전했다" "격차가 확 벌어졌다"는 식으로, 이를 악용하는 후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유권자는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모른다. 깜깜절벽이다.

하긴, 요즘 여론조사라는 게 봐도 모르긴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마지막으로 허용된 2일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조사기관별로 들쭉날쭉이다. 한 곳 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후보가 다른 조사에서는 크게 뒤지고 있다. 이런 곳이 한두 곳도 아니고 부지기수다. 전국 245개 선거주 중 100개 안팎이 말 그대로 혼전이다.

여론조사를 하는 이들조차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라 말한다. 자신없다는 얘기다. 유권자 속을 도통 모르겠다는 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역마다 기껏 4, 5백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그것도 응답율이 20%도 안되는 부실한 샘플을 놓고 점을 치려고 하니, 필연적 인과응보다. 여론조사를 맡긴 언론사들이 '복채'를 쥐꼬리만큼 내놓고 '신통한 점'을 요구하니 머리에 쥐가 날 수밖에.

각 정당 내부사정도 어지럽긴 마찬가지다. '위기감'과 '기대감'이 엇갈린다. 극한적 위기론과 극단적 낙관론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일선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는 후보들은 "당 지도부는 뭐 하고 있냐"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통 자력으로 이길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들이다.

실제로 지금 전국은 격전중이다. 수도권도 그렇고, 영남도 그렇고, 충청도 그렇다. 강원도 그렇고 바다 건너 제주까지도 마찬가지다. 호남만 상대적으로 예측가능권에 들어 있다.

역대 선거중 이렇게 전국이 격전을 벌인 전례는 찾기 힘들다. 풍운의 '1988 총선'만 해도, TK는 노태우, PK는 김영삼, 호남은 김대중, 충청은 김종필이었고, 단 한곳 수도권만 격전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 철옹성이던 영남조차도 거센 '박풍'으로 한나라 후보들이 수십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막대만 꽂으면 된다던 한나라의 '영남 불패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정치권이 정말 소름끼치게 하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야 한다. ⓒ연합뉴스

전국 격전지는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부동층이 최소한 30%, 많은 곳은 50%까지 된다는 것이다. 선거 막판이 되면 부동층은 줄어드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요지부동이다. 도리어 늘어나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여론조사기관이나 정당 못지않게 유권자 머리 속도 쥐가 나고 있다는 얘기다.

정권 잡고 100일쯤 하는 것을 보니 싹수가 노란 것 같아 정신 차리라고 준엄한 심판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너무 박살을 내면 정권초기에 또 한명의 '물태우'를 만들어 앞으로 나라살림이 혼란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걱정 또 걱정이다. 그러기에 입을 꾹 다물고 속내를 도통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이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아무리 한심한 정치권이 국민 머리에 쥐가 나게 만들더라도 국민이 해야 하는 의무가 '선택'이다. 물론 투표 불참도 또 하나의 정치행위이자, 무서운 의사표현이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정치적 냉담'이라 부른다. 하지만 '냉담'은 차선이지, 결코 최선은 못된다.

선거전문가 모두가 이번 투표율이 역대 최저가 될 것이라 말한다. 50%까지 위태로와 보인다는 얘기까지 한다. 맞다. 지금 국민 심정은 그렇다. 하지만 화가 나더라도 투표장에 가야 한다. 가서 '견제'를 할 건지, '안정'을 시킬 건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2002년 대선때 일이다. 오전만 해도 출구조사에서 이회창 후보 승리가 확실해보였다. 투표장에서는 중장년층 모습이 많이 띄었다. 그러다 정오께부터 판세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젊은층들이 투표장에 대거 모습을 나타냈다. 방송사들이 실시간으로 진행하던 출구조사 결과 오후 3시부터 노무현 후보가 앞서기 시작했다. '투표율'이 만든 역전이었다.

후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유권자들의 침묵이 소름 끼친다"고.

이들이 진짜 유권자를 두렵게 만들려면 4월9일 투표장에 가야 한다. 가서 "우리 생각은 이렇다"고 속내를 확 열어 보여줘야 한다. 정치권이 정말로 소름 끼치게 만들어주는 게 유권자들이 지금 할 일이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37 42
    크크

    정일이가 도발해주면 딱인데
    그럼 퍼주기 충신들이 확실히 낙선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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