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생활비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보통 30만원에서 50만원을 받고 2주 동안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그것도 자리가 없어서 못 할 정도다.”

치솟는 등록금에 허덕이다 2년 전부터 임상실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서울대 4학년생 김가람씨가 18일 오후 민주노동당 150만원 등록금 실현본부가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마련한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한 증언이다.

“등록금 마련 위해 밤샘 알바-임상실험을 해도 역부족”

김가람씨는 치솟는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2년 간 임상실험을 해야했던 자신의 사례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김씨는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이 있다. 오리지널 약과 카피약이 같은 효능을 발휘하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건장한 남학생 중 신체검사를 통해서 선발한다”며 “2년 전부터 참가했고 그때는 알려지지도 않고 참여도 적었지만 돈이 좀 되다보니 해마다 학생 수가 2배정도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생활비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보통 30만원에서 50만원을 받고 2주 동안 실험을 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2주 전에 신청했는데 몸이 좋지 않아졌다고해서 이제는 그것마저 할 수 없게 됐다”고 호소했다.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는 이재각씨도 “등록금은 비싸지만 실험실습비가 지원되지 않아 2학기동안 휴학을 했다”며 “비싼 등록금과 사진 기자재 실습비를 마련하지 못해서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씨는 “주2회 내지 3회 맥도날드에서 1주일에 3번씩 밤을 새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등록금을 벌지 못해서 다른 알바를 알아보고 있다”며 “등록금 실험실습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밤새워 알바를 하다보면 다음날 생활에 제약과 한계가 많고 더 안타까운 사실은 동료들 가운데는 20살 갓 넘은 대학 저학년생들도 있다는 것”이라며 “제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대학교 안에서 전공공부를 하고 선배 후배들과 함께 생활할 이 시간에 거리로 일터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이 개선되는 것이다. 정부와 나아가 대학당국이 이 현실을 바꿔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의약품 임상실험 아르바이트 중개사이트에는 이미 1만여명에에 가까운 대학생 가입자들이 몰리며 등록금 마련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대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의약품 실험 아르바이트가 한창 공부를 해야하는 젊은 대학생들의 신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노당은 “아르바이트 비용이 비쌀수록 위험도가 높아 그 심각성이 크다”며 “의약품들은 동물 임상실험을 거친 약품이지만 약물로 인한 어떠한 부작용이 추후에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대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의약품 임상실험 아르바이트 등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155개 대학 누적이월적립금 6조8천억원 달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희 민노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는 대학생들이 점점 절박한 상황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사립대학의 이월적립금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모순된 현실을 질타했다.

이주희 후보는 “2005년도 기준으로 이미 10개의 사립대학이 이월적립금이 천억원대가 넘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피를 뽑아 번 돈을 사립대학들은 이월적립금으로 고스란히 쌓아두고 매년 물가인상률을 몇 배나 상회하는 수준으로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노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누적이월적립금은 2002년부터 4년간 총1조 6조원이 증가해 2006년 총 155개 대학의 누적이월금은 31.9% 증가한 6조8천5백3억원에 달했다.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학의 누적이월금을 살펴보면 2007년 2월 기준으로 이화여대가 5천4백88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홍익대(2천9백65억원), 연세대(2천3백97억원), 고려대(1천6백22억원), 숙명여대(1천4백46억원), 경희대(1천3백67억원), 숭실대(1천1백58억원), 성신여대(1천1백43억원) 등이 1천억원을 넘었다.

이 후보는 “등록금 문제는 정부와 대학당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노동자 서민이 낼 수 있는 만큼 내리기 위해 민주노동당에서 한학기 150만원 등록금 상한법안을 만들었고 18대 첫 입법의제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대학생의 팔에 꽂힌 주사 바늘을 통해서 대학생의 피가 대학본관으로 흘러 들어가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의 안타까운 퍼포먼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