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데뷔전에서 답답한 경기를 펼친 끝에 패하고 말았다.

7년만에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0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9분 곤살로 피에로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졌다.

감독을 교체하고 선수구성 또한 달라졌지만 경기내용은 변한 것이 없었다. 공격은 느리고 무뎠으며, 수비는 어설펐다.

한국은 이날 전반전에 염기훈(울산현대), 정조국(FC서울)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워 선제득점을 노렸으나 한국의 미드필드진이 칠레의 압박에 막혀 전방으로 질좋은 패스를 공급하지 못했고, 염기훈과 정조국 또한 스스로 공간을 찾아 움직이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골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후반 45분 이관우(수원삼성)가 프리킥으로 시도한 슈팅을 전반전에서의 유일한 슈팅으로 기록되며 후반전을 기약해야 했다.

전반전에 사용한 3-5-2 포메이션 대신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후반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존에 대표팀 멤버가 아닌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보니 공격작업에서 패스연결이 원활치 않았고, 수비조직력도 엉성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공을 지니지 않은 공격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거나 골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한국 공격진이 이렇듯 우왕좌왕하는 사이 오히려 칠레의 역습에 말려 어설프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9분 칠레 미드필드진에서 한국진영 최전방으로 로빙 스루패스가 날라오자 한국 수비수들이 허둥댔고 피에로가 골키퍼 정성룡(포항스틸러스)의 어깨넘어로 로빙슈팅을 시도한 것이 그대로 골로 연결된것. 결국 이 골은 이날 결승골이 되고 말았다.

한국은 후반 30분경 박주영(FC서울)을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으나 끝내 칠레의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5위로 한국(41위)보다 네 계단 낮고 현재 2010년 남아공화국 월드컵 남미예선에서도 7위를 달리고 있는 남미 중하위권인 전력의 칠레에게 무득점 패배를 당한 한국은 작년 아시안컵부터 이어진 무득점 경기시간을 506분으로 늘렸다.

당초 허정무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에 경기장소 교체를 요구할 정도로 걱정하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상태는 '양호' 그 자체였지만 기대를 모았던 대표팀의 전력은 아직 '불량'했다.

허정무호는 오는 2월 6일 같은 장소에서 투르크매니스탄과 2010년 남아프리칵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1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