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론스타 회장, 미국서 한국정부 맹비난

국민은행, 외환은행 인수 확정짓자 입장 180도 바꿔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49)이 종전 입장에서 돌변, 한국 정부가 반(反) 외국자본 정서를 갖고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을 조사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등 비난을 퍼부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을 맺은 직후 나온 발언이어서, 이제 더이상 한국에 아쉬울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레이켄 회장은 그러나 지난달 19일 한국을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사과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론스타 외환은행 매입 적법했다 주장 되풀이

23일(현지시간) 그레이켄 회장은 미국 뉴욕 맨해튼 힐튼호텔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떤 은행도 사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때 론스타만이 외환은행에 자금을 투입했다"고 강조하고 이 과정에 어떤 불법도 없었음을 주장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시장가치 이하로 매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외환카드 부실을 고려했을 경우 4.4%까지 떨어졌을 것"이라고 강조해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와 함께 그는 "검찰 수사가 올 여름까지 마무리되길 기대한다"며 "이럴 경우 올해 안에 매각작업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해 외환은행 매각을 가능한 빨리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참 조사에 강한 불만 제기, 투자 철회 압박도

그러나 검찰 수사에 대한 그레이켄 회장의 태도는 모든 면에서 크게 달라져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리의 회사자금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며 "스티븐 리를 관리 감독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끼며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하고 "스티븐 리에 대한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직원들의 복리를 우려한다"고 밝힌 뒤 "조사가 모든 구성원에게 확대 되고 있고 반복적으로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의 조사확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오른쪽) 회장과 엘리스 쇼트 부회장ⓒ김홍국 기자


그레이켄 회장은 또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말을 바꿔 '반 외국자본 정서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론스타가 한국투자에 성공을 거둔 것은 한국 국민들과 정부 정책 그리고 론스타가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이라며 한국투자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었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고 있으며 외환은행 매각을 끝으로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적대적이고 반 외국자본 환경이 큰 불확실성을 안겨 주고 있다"며 한국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투자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해 한국 투자 중지를 시사했다.

1천억 사회기금 '선의의 제스처'일 뿐, 확대 해석 경계

그레이켄 회장은 당초 론스타가 제공하기로 한 1천억 사회공헌 기금과 관련, "한국인들에게 감사하기 위해 기부한다, 한국 정부와 협조해 이 돈이 최대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선의의 제스처"라고 말해 기금제공이 론스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인상을 주는 것을 경계했다.

스타타워 매각 관련 세금에 대해서도 종전의 입장을 바꿨다. 그는 당초 "스타타워 매각차익에 대한 세금은 국제심판원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었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론스타가 적법하게 세금 납부를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벨기에 조세협약에 따라 투자했기 때문에 더 내야 할 세금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특히 "반 외국자본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법이나 조세협약을 개정해서라도 론스타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법치주의와 국제규범의 그 어떤 개념에도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레이켄 회장의 태도변화가 검찰 수사가 강화되고 장기화됨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이 순조롭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론스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그레이켄 회장의 발언과 관련, 그동안 한국 내 상황에 대한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검찰 등은 검찰수사의 중립성과 원칙성을 강조하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론스타 관련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박영수 검사장)는 그레이켄 회장의 기자회견과 관련, "(검찰은) 적법절차 및 법과 원칙에 따라 압수수색 및 조사를 한 것일 뿐"이라며 그레이켄 회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그레이켄 회장이 그동안 외국인 투자 등을 놓고 정부에 노골적인 압력을 가해온 외국자본들을 거론하며 "이같은 분위기가 한국투자를 매우 어렵게 만든다"고 노골적인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국자본에 대한 국민정서를 악화시키는 한편 향후 감사원.국세청.검찰 등의 조사 및 투기자본 규제에 대한 국회입법 과정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임지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