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문 의원 탈당 쇼크가 가시기도 전에 30일 또다시 김병호 의원이 탈당을 단행, 한나라당은 말 그대로 공황상태다.

가뜩이나 BBK 검찰수사 발표를 앞두고 당 안팎의 불안감이 심한 마당에 박근혜계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은 "뭐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급속 확산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이들의 탈당을 '불미스러운 전력', 즉 내년 4월 총선에서의 공천 탈락 불안감 때문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박근혜 전대표가 있는데 자신들을 공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박 전대표와 함께 '신당'을 만들어 대응하면 되지 굳이 탈당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들의 반론이다.

그들은 자신의 지역구가 대구, 부산인 점도 강조한다. 대구, 부산에 박근혜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선 신당을 만들어 출마해도 당선할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그러면서 탈당 이유로 "이명박에겐 대통령 자격이 없고, 대통령도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아들딸 위장취업 등 여러 이유를 들고 있으나 핵심은 BBK 의혹이다. 이들은 어떤 정보, 근거에 의존했는지 몰라도 이 후보의 BBK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차선의 대안으로 이회창 후보를 선택했다. 후보등록으로 박 전대표로의 후보교체가 불가능해진만큼 대안은 이회창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이회창 후보와 공동정권을 수립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당권도 장악가능하다.

이회창 후보 입장에서 보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조건들이다. 특히 그는 박근혜 최측근인 곽성문, 김병호 의원이 한명은 대구, 한명은 부산 출신인 점을 반긴다. 한명은 TK(대구경북), 다른 한명은 PK(부산경남) 교두보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때 그러했듯 영남부터 바람몰이를 시작해 '북상'하면 이명박 후보를 엎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관건은 박근혜 전대표의 선택이다. 박 전대표는 30일 약속한대로 전남 무안 지원유세에 나섰다. 오는 12월4일까지는 호남-제주 등에서 유세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세 하루전인 29일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다시 생각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BBK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더이상의 이명박 지지는 없다는 메시지다.

박 전대표 말을 접한 이명박계는 당연히 격노하고 있다. 물밑에선 박 전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이들중 다수의견은 "박근혜와 더이상 당을 같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명박계는 검찰이 오는 12월5일 만약 "이명박과 BBK가 무관하다"고 발표하면, 그 순간부터 박 전대표 도움은 필요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BBK 역풍이 거세게 불면서 박 전대표 지원 없이도 이명박 후보가 압승을 거둘 것이란 판단에서다.

걱정하는 상황은 한나라당 경선 직전처럼 검찰이 '애매모호하게' 발표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 박 전대표 도움이 필요한 것이며, '박근혜 지분'도 약속할 수 있다는 게 이명박계 생각이다.

이런 마당에 박 전대표가 묘한 발언을 하고, 오비이락 격으로 영남의 박근혜계 의원들이 줄줄이 탈당해 이회창측으로 옮겨가자 박 전대표에게 강한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이명박계 한 의원은 "박 전대표 영향력이 자파 계보원들을 관리하지 못할 정도라고 보지 않는다"며 "박 전대표가 탈당을 시켰다고는 보지 않으나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박 전대표에게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그는 "만약 박 전대표가 계보조차 통제 못할 정도라면 향후 그의 위상은 보나마나한 것이 아니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다른 이명박계 의원은 "박 전대표가 검찰수사를 보고 다시 생각하겠다고 했는데 검찰수사가 BBK 의혹이 아닌 쪽으로 나오면 어찌할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BBK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박 전대표가 무안해서 지원유세를 나올 수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곽성문-김병호 의원 탈당이 몰고올 후폭풍은 간단치 않다. 곽성문 탈당때만 해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침묵하던 한나라당이 30일 김병호 의원까지 탈당하자 "배신자" 등 원색적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이명박계의 분노 표출이다.

정가에서는 이같은 박근혜-이명박간 난기류를 볼 때, 양진영간 결별은 이제 시간문제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