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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머니 블랙홀' 극복해야

구단재정 흑자운영 꿈도 못꿔. 돈버는 구조로의 체질개선 시급

프로야구 현대유니콘스의 매각문제가 농협과 STX그룹을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현대야구단의 매각작업에 있어 미숙한 일처리로 두 차례나 일을 그르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제3의 대안'의 존재를 언급하며 올 연말까지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사태를 바라보는 당사자들이나 야구팬들은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지난 1996년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할 때 지불한 비용은 470억원.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이 된 현대를 '단돈' 80억원에 내놓아도 선뜻 사겠다는 기업이 없다.

국내 프로야구단 운영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이렇듯 국내 기업들이 프로야구단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를 들자면 역시 기업들이 프로야구단을 '돈먹는 하마' 내지는 '머니 블랙홀'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매년 이렇다 할 수입 없이 수십억원에서 백억원대의 적자를 내면서도 기업들이 프로야구단 운영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광고와는 또 다른 형태의 홍보를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매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구단에 반드시 따라붙는 언론 기사가 '어느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모기업의 홍보효과가 수천억원에 달했다'는 류의 기사들이다. 그러나 이런 홍보효과 분석은 그야말로 기업 자체적인 분석일 뿐 아니라 수치적인 측정 자체가 사실상 의미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돈을 벌기는 커녕 매년 엄청난 돈을 까먹으면서도 얻는 것이라곤 객관적으로 그 효과를 측정키 어려운 홍보효과만을 기대하고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경영역량의 불필요한 낭비로 볼 수 있다.

프로야구, 자급자족 구조 갖춰야 .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 '벤치마킹'할 만

따라서 한국 프로야구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구단 스스로 돈을 벌어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체질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일단 구단의 자체 수입으로 흑자를 못낼 지언정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자금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면 기업들 입장으로서는 그 이외의 홍보효과를 생각해서라도 프로야구단 운영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국내 프로야구 각 구단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처럼 전용구장을 갖고 입장수입은 물론 식음료 판매, 구단 캐릭터 상품 판매 등 부가수입을 전액 구단이 갖는 구조를 만드는 것과 방송중계권료의 구단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장상황을 왜곡시키는 지나치게 높은 선수들의 몸값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모기업의 투자, 연고 지방자치단체와 KBO, 선수협의회 등 유관 단체들 차원의 협조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항구적인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임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구단재정 흑자를 이뤄내고, 코스닥 상장을 통한 안정적인 투자자금유치를 추진중인 프로축구 K리그의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프로야구, 경제위기에도 구단 운영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갖춰야

지난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국내 대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운영중이던 프로스포츠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한국 프로스포츠계는 거의 고사 직전까지 갔던 아픈 기억이 있다. 프로야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대야구단이 태평양을 인수한지 불과 2년만에 휘청거리게 된 것도, 쌍방울 레이더스와 해태 타이거즈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된 계기도 모두 IMF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프로야구 8개구단의 체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로 허약한 것이 사실이다. 10년전의 상황이 재현된다면 프로야구는 또 다시 존폐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심싱치 않은 국내외 경제사정을 지켜보는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제2의 IMF 사태' 내지는 경제공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으로 프로야구에 있어서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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