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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오락가락' 지씨-박씨 구속 사유

"지씨, 박근혜 노리지 않은 살인미수", "박씨, 박근혜 위해에 가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흉기로 상해를 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충호(50)씨와 유세현장에서 마이크를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로 역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모(52)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설명이 명쾌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김정기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는 22일 오후 7시, 이들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지씨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의자유방해죄 ▲살인미수죄 등을, 박씨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의자유방해죄 ▲재물손괴죄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피의자 지씨에게 살인미수죄를 적용한 것과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후보 유세 일정을 보고 지리가 익숙한 장소를 택했지, 박 대표 유세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씨가 박 대표를 처음부터 노린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주요 인사에 대해 위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검찰은 "박 대표를 대상으로 삼고 간 것 같지는 않고 오세훈 후보 연설회에는 주요 당직자가 참석할 것으로 알고 신촌으로 갔다"며 지씨가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은 '한나라당 주요인사 중의 한 명'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는 이 날 오전 이승구 서부지검장의 브리핑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설명이다.

이 날 오전 10시, 이 지검장은 피의자 지씨는 범행 전,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유세 일정을 확인했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이는 그동안 일부언론에서 보도된대로 지씨가 전화로 오 후보 사무실에 유세일정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지씨가 오 후보 사무실을 직접 찾아갔다는 새로운 사실인 셈이다.

또 이 지검장은 지씨가 하필 신촌 현대백화점 앞을 범행장소로 택한 것과 관련해서도, 자신이 지난 해 12월 곽성문 한나라당 의원을 폭행한 장소이기 때문에 지리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범행장소 결정에 참고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의 설명을 정리하면, 지씨는 박 대표의 신촌 연설이 있던 날, 오전 중에 미리 오세훈 후보 사무실을 직접 들러 유세일정을 확인했고, 따라서 지씨가 그 날 저녁 7시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박 대표의 지원유세가 예정됐다는 사실도 미리 파악했다는 뜻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차장검사의 구속영장 청구 배경 관련 오후 브리핑에서는 "(지씨가) 박 대표를 대상으로 삼고 간 것 같지는 않고 오세훈 후보 연설회에는 주요 당직자가 참석할 것으로 알고 신촌으로 갔다"며 오전 브리핑과는 다른 설명을 내놨다.

"지씨, 치밀한 계획세웠으나 '우발적 살인'?"

검찰의 오락가락한 설명은 또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관련 오후 브리핑을 통해 "지씨가 유세 일정을 확인하고 흉기를 미리 구입해 장시간 대기한 점, 흉기로 공격할 때 `죽여.죽여'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일반적인 유사한 상해범죄에도 이 정도면 살인미수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은 "(박 대표를) 찌른 부위나 정도가 사망가능한 상황을 지씨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필적 고의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죄"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야당 주요인사에 대한 '우발적 살해'시도"라며 조직적 정치 테러 가능성을 일축했다.

검찰의 설명 그대로를 정리하면 '지씨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으나, 살해 시도 자체는 우발적이었다'는 이해하기 힘든 결론에 다다른다.

이와 관련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살인미수로 영장신청을 하면서도 정치테러가 아닌 우발적 살해시도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합수부 발표는 '자기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박씨 구속영장 이유는 '선거방해?', '박 대표 때문?'

한편 박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배경 설명도 오락가락이다.

검찰은 박씨의 영장 청구 이유에 대해 "어떻게 보면 (박씨 혐의는) 가볍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선거라는 큰 국가적 대사에서 야당 대표가 연설하는 장소에 대해 연설방해한 혐의가 크다고 봐 이같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 구속은, 박근혜 대표가 유세하는 자리에서 난동을 부려서 그런 것이냐, 아니면 일반적인 선거방해 혐의가 더 중한 것이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거때문에 그렇다"고 못박았다. 또 검찰은 "(박 대표가 없는 자리라도) 일반적인 유사한 (선거방해) 행위도 다 구속처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또 검찰은 "박 대표 위해에 (박씨가) 가세한 것이 죄질이 나쁘다"며 야당대표를 겨냥한 선거방해 혐의가 결정적인 구속 사유인 듯한 설명을 덧붙였다.

한마디로 박씨의 구속영장 청구사유가 '일반적인 선거방해' 혐의 때문인지, 아니면 야당대표가 위해를 당하는 자리에서 난동을 부린 '괘씸죄'가 적용된 것인지 검찰의 설명은 헛갈린다는 것이다.

특히 박씨의 경우, 일각에서는 "단순히 마이크를 집어던지고 단상 위에 있던 집기를 집어던진 것을 사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박씨가 술에 만취해 전 날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검찰의 설명은 한나라당의 비난을 의식해 박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술에 취했어도 행위 당시의 일은 기억할 수 있다"며 "다만 다음 날 깨고나면 기억을 못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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