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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소록도가 天國이라고?"

<신간> 소록도 출신 강경섭의 <賤國으로의 여행>

"어떤 유명한 소설가가 오마도 간척사업과 소록도 병원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조원장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세상에 내 놓으며 그 책 이름을 <당신들의 천국(天國)이라 했다.
필자는 불민하여 이 소설가가 말한 '당신들'이라는 복수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그 소설을 읽었음에도 모르겠다.
그가 보는 당신들은 누구일까?
오마도 간척을 반대하고 끝내 환자들의 손에서 오마도를 뺏어간 힘을 가진 권력과 대중인가? 아니면 오마도를 빼앗긴 힘없는 한센인들인가? 그도 아니면 조원장을 비롯한 병원 지배층들인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소록도를 다룬 이청준씨의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天國)>의 한계를 질타하며 소록도 출신의 한센인 인권운동가 강경섭(67)씨가 소설 <천국(賤國)으로의 여행>(브레이크미디어 간)을 펴냈다.

'천국(賤國)'이라는 제목 속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소록도를 '하늘나라(天國)'이 아닌 '천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규정하고 있다. 1946년 한센인이었던 어머니와 함께 소록도로 강제이주돼 13세가 되던 해 자신도 한센인이 돼 25살이 되던 해 소록도를 벗어날 때까지 자신이 경험한 소록도는 국가권력과 일반국민들에게 철저히 버림받고 학대받고 수탈당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경험하고 목격한 소록도의 진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賤國으로의 여행 ⓒ뷰스앤뉴스


1910년경 일본 나학계의 권위자였던 미쯔다 겐스케는 "나병환자는 격리 이외에는 방법이 없으며 이들의 완전격리만이 나병 근절의 핵심대책"이라고 역설했다. 일본정부는 이 권유를 받아들였고, 조선총독부도 본국 지시에 따라 소록도를 격리장소 대상으로 선정해 1916년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개원하고 이곳에 한센병 병자 1백명을 수용했다. 소록도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조선총독부가 소록도를 선택한 것은 이곳이 육지에서 불과 5백미터 밖에 안떨어진 가까운 섬이면서도 그곳의 해류가 보통사람으로는 상상할 수 없어 수영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천혜의 요새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강제격리된 한센인들은 그후 일제의 강제노역에 동원되는 등 각종 착취와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1945년 조국은 해방됐으나 소록도는 여전히 편견을 가진 일반인들의 피식민지였다.

1961년 5.15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에 의해 소록도의 원장으로 현역대령인 조창원씨가 부임했다. 그는 소록도 사람들의 천국을 만든다며 인근의 오마도 간척사업을 시작했다. 이 간척사업에는 일제강점기때 강제노동에 동원됐던 그대로 소록도의 한센인들이 다시 동원됐다.

소설가 이청준씨는 이때를 배경으로 오마도 간척사업과 소록도 병원에 새 바람을 몰고온 조창원씨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으며 그 책 이름을 <당신들의 천국>이라 붙였다.

그러나 강경섭씨는 "결코 소록도는 천국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강제동원돼 온갖 고초끝에 어렵게 간척한 오마도도 결국 빼앗겼으며, 조원장 등도 '병원 지배층'에 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소록도뿐 아니라 소록도 밖에서도 한센인들은 천민일뿐이었다고 고발한다.

"일제시대부터 입소한 소록도 입소자들은 거의 모두가 호적이란 것이 없었다. 그래서 국가는 1950~60년대에 소록도 퇴원자들에게 소록도병원 퇴원증명서를 줘 소지케 했다. 국가가 다시 이들에게 '賤國人 증명서'를 발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 '賤國人 증명서'로는 어느 곳에서도 보통사람으로 살 수 없었다. 결국 공동묘지 근처나 도시와는 가깝지만, 골짜기가 깊어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장소를 자신들의 근거지로 삼아 스스로 천국(賤國)을 건설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는 이러한 곳을 '정착촌'이란 이름으로 또다른 차별을 감행했다.
나는 이런 실상을 조금이라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희생양이 되기로 했다."


작가는 책을 끝내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한 때나마 이 나라 賤國 시민들의 삶 속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고 싶지 않은가?"
박태견 기자

댓글이 3 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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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기여

    한번만 봐주세요!
    https://youtu.be/KprYXe2nb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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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rite1001

    무언가 알리고자 하는 작품엔 진정성을 엿볼 수 있고, 그들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어 관심이 절로 가는 듯 해요.
    호소하는 마음담아 전합니다!!
    요즘 수도권 시내버스에도 광고되고 있는 유투브 컨텐츠에요.
    감상하시고 옳은 판단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http://bit.ly/2gTwB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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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고기

    https://youtu.be/8tBocOnwntc

    변해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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