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전력과 산하 발전 자회사의 허위 근무수당과 중복지급 등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실태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5일 정부투자기관인 이들 회사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 시간외 근무수당을 초과 지급하거나 연차휴가 수당을 중복 지급하고, 퇴직직원들이 설립한 회사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맺는 등 운영상의 문제점 47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전은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에 대한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을 어기고 미실현 이익분인 주식 평가이익까지 포함시켜 작년의 경우 규정보다 절반 가까이 많은 2백66억원을 초과 출연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간외 근무수당도 2004년과 2005년도 인건비 예산이 남아돌자 이를 소진하기 위해 시간외 근무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모두 1백92억여원을 추가 지급했다.

한전뿐 아니라 자회사들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연차휴가 6일분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지급해오면서도 2005년과 2006년에는 이들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회계 처리, 각각 1백98억여원과 2백9억여원을 기본급과 미사용 연차휴가 수당으로 이중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의 경우는 엉터리 장비를 납품받고도 이에 따른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송전선로 공사비를 과다 책정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지적됐다.

남동발전은 영흥화력발전소의 터빈발전기 2기를 구입하면서 보증 출력에 미달하거나 보증 열소비율보다 초과될 경우 각각 0.1%당 미화 90만달러와 1백만달러를 배상받기로 약속해놓고도 이를 청구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열소비율 1.87% 초과에 따른 배상금 1백77억여원과 보증 출력 미달분에 대한 배상금 37억여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중부발전도 2005년 가공송전용 전선 종류를 변경하면서 경제성 검토를 소홀히한 결과 68억여원이나 비싼 다른 장비를 구입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또, 차량운영과 홍보업무 등과 관련해 일반경쟁계약 하도록 한 규정을 깨고 퇴직직원들이 설립한 업체에 봐주기식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일종의 내부 지원행위로 간주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업무처리를 소홀히 한 관계자 7명에 대한 문책과 복리후생 분야 예산집행과 물품·용역 및 공사계약업무의 부실·방만 경영을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