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선언, 초당파적 '통 큰 실천'이 관건
<분석> 북한의 '경계심', 그리고 정주영식 '통 큰 그림'
마침내 '2007 남북정상회담 선언'이 채택됐다.
남북평화회담의 양대축, 정치군사와 경협
선언의 큰 골자는 정치군사 부문과 경협부문의 합의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치군사 부문은 노무현 정권 몫이다. 경협부문은 엄격하게 말해 차기정권 몫이다. 경협을 구체화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상당기간이 소요되고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은 국회동의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정치군사 부문의 핵은 NLL 문제 등을 놓고 군사충돌까지 벌어지고 있는 서해를 '군사지대'에서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의 개성공단에 해주, 남포를 포함해 경협벨트를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경협지역을 확대함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자는 게 골자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4개국 정상회담은 노무현 정권 재임기간내 이룰 수도, 아니면 차기정권으로 넘길 수도 있는 현안이다. 3일 베이징에서 타결된 6자회담 합의대로 관련국들이 약속을 이행한다면 내년초 성사될 수도 있다. 노대통령은 당연히 자신의 재임기간중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까지 하려고 할 것이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재임기간중 최소한 정치군사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듯 싶다. 11월에 국방장관회담, 총리회담 등을 잇따라 열기로 한 것이 그 증거다. 북-미 관계가 급류를 탄다면 노대통령 재임기간중 정치군사적 진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서부벨트 선택의 의미, "북한은 남한의 단순 임가공기지가 되길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경협 부문은 노대통령이 재임기간중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큰 틀에서 얼추 합의만 이뤘을뿐, 이를 집행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국회동의, 민간참여 등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정부가 '경의선'을 중심축으로 하는 북한 서해안 중심의 경제협력 벨트구상을 제시했으며 이번에 북한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북 경협방안에는 두가지 축이 있었다. 경의선 중심의 서부축과, 동해선 중심의 동부축이 그것이다.
경의선 축은 세계 제조업 심장인 중국과의 연결을 의미한다. 동해선 축은 세계 에너지비축기지인 사할린-시베리아와의 연결을 의미한다. 둘다 추진해야 할 과제이나 어느쪽부터 시작하느냐는 상대방 파트너가 중국, 러시아라는 점에서 동북아 역학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경의선 중심의 서부 벨트부터 개발키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북한이 향후 제조업 성장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하다. 동해벨트 즉 동해선 개발은 향후 시베리아-사할린의 가스개발 및 가스관 구축 등 상대적으로 에너지 루트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제조업 육성 의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과정에도 극명히 드러났다. 당초 우리측은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를 해주를 비롯해 북한 전역에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측은 제2의 개성공단 방식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개성공단 방식이 북한의 저임노동력만을 착취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만 토로다. 노대통령이 3일 오전 정상회담후 북한과 사이에 시각차가 있었음을 시인하며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실상 북한은 그동안 단순 임가공을 넘어서는 중화학 공업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한국에 "통 큰 투자"를 요구해왔고, 이번에도 기업인들에게 같은 요구를 했다. 섬유-봉제 등의 단순 임가공이 아닌 조선, 자동차 등의 중후장대한 장치산업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
이번 합의문에 남포에 조선소 설립을 추진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북한이 노대통령 등에게 남포의 평화자동차공장 견학을 하게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은 단순히 남한의 임가공지대, 즉 '경제 피식민지'가 되기를 원치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이런 중후장대한 투자는 '민간 몫'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고 정주영 회장 시절에는 사할린 가스관을 북한을 관통해 남한으로 끌어오고 원주에 수리조선소를 설립하는 것 같은 통 큰 그림을 그렸었다. 그러나 지금 재계의 리더들은 북한의 제반여건, 인프라 미비-정치체제 등을 감안할 때 아직은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 지역에 도로, 전력, 통신, 식수 등의 인프라 및 투자를 뒷받침할 법적장치 등이 구축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후보의 전향적 반향의 의미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현재로선 차기대권에 가장 근접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보인 반응이다. 이 후보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었다. 대선에 미칠 영향을 경계해서였다. 그러나 합의문 발표뒤 이 후보가 보인 반응은 상당히 전향적이다.
이 후보의 핵심측근인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긴급회의후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면서 특히 경협과 관련해선 "남북경협과 관련한 합의는 이미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비핵 개방 3000 구상' 및 '신한반도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며 "이번 경협이 북한의 개혁 개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남북경제공동체를 향한 실질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적극적 평가를 했다.
이 후보가 보인 반응은 정상회담에 부정적 반응으로 일관할 경우 예상되는 '역풍'을 의식한 전술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후보가 정주영 회장 아래서 정 회장의 대북 드라이브를 지켜본 당사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 회장은 1989년 전격적인 금강산 방문 당시 벌써 경의선-동해선 개발을 양대 축으로 시베리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거대한 대북개발 플랜을 세운 뒤 "이것만 성사되면 현대그룹은 아무런 수주를 안해도 10~20년은 끄덕없을 것"이라고 호언했었기 때문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 선언'은 이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 이 선언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초당파성이다. 현정권이든, 차기정권이든 초당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구만리 장천을 나는 대붕의 '거대한 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남북평화회담의 양대축, 정치군사와 경협
선언의 큰 골자는 정치군사 부문과 경협부문의 합의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치군사 부문은 노무현 정권 몫이다. 경협부문은 엄격하게 말해 차기정권 몫이다. 경협을 구체화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상당기간이 소요되고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은 국회동의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정치군사 부문의 핵은 NLL 문제 등을 놓고 군사충돌까지 벌어지고 있는 서해를 '군사지대'에서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의 개성공단에 해주, 남포를 포함해 경협벨트를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경협지역을 확대함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자는 게 골자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4개국 정상회담은 노무현 정권 재임기간내 이룰 수도, 아니면 차기정권으로 넘길 수도 있는 현안이다. 3일 베이징에서 타결된 6자회담 합의대로 관련국들이 약속을 이행한다면 내년초 성사될 수도 있다. 노대통령은 당연히 자신의 재임기간중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까지 하려고 할 것이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재임기간중 최소한 정치군사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듯 싶다. 11월에 국방장관회담, 총리회담 등을 잇따라 열기로 한 것이 그 증거다. 북-미 관계가 급류를 탄다면 노대통령 재임기간중 정치군사적 진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서부벨트 선택의 의미, "북한은 남한의 단순 임가공기지가 되길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경협 부문은 노대통령이 재임기간중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큰 틀에서 얼추 합의만 이뤘을뿐, 이를 집행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국회동의, 민간참여 등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정부가 '경의선'을 중심축으로 하는 북한 서해안 중심의 경제협력 벨트구상을 제시했으며 이번에 북한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북 경협방안에는 두가지 축이 있었다. 경의선 중심의 서부축과, 동해선 중심의 동부축이 그것이다.
경의선 축은 세계 제조업 심장인 중국과의 연결을 의미한다. 동해선 축은 세계 에너지비축기지인 사할린-시베리아와의 연결을 의미한다. 둘다 추진해야 할 과제이나 어느쪽부터 시작하느냐는 상대방 파트너가 중국, 러시아라는 점에서 동북아 역학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경의선 중심의 서부 벨트부터 개발키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북한이 향후 제조업 성장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하다. 동해벨트 즉 동해선 개발은 향후 시베리아-사할린의 가스개발 및 가스관 구축 등 상대적으로 에너지 루트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제조업 육성 의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과정에도 극명히 드러났다. 당초 우리측은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를 해주를 비롯해 북한 전역에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측은 제2의 개성공단 방식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개성공단 방식이 북한의 저임노동력만을 착취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만 토로다. 노대통령이 3일 오전 정상회담후 북한과 사이에 시각차가 있었음을 시인하며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실상 북한은 그동안 단순 임가공을 넘어서는 중화학 공업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한국에 "통 큰 투자"를 요구해왔고, 이번에도 기업인들에게 같은 요구를 했다. 섬유-봉제 등의 단순 임가공이 아닌 조선, 자동차 등의 중후장대한 장치산업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
이번 합의문에 남포에 조선소 설립을 추진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북한이 노대통령 등에게 남포의 평화자동차공장 견학을 하게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은 단순히 남한의 임가공지대, 즉 '경제 피식민지'가 되기를 원치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이런 중후장대한 투자는 '민간 몫'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고 정주영 회장 시절에는 사할린 가스관을 북한을 관통해 남한으로 끌어오고 원주에 수리조선소를 설립하는 것 같은 통 큰 그림을 그렸었다. 그러나 지금 재계의 리더들은 북한의 제반여건, 인프라 미비-정치체제 등을 감안할 때 아직은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 지역에 도로, 전력, 통신, 식수 등의 인프라 및 투자를 뒷받침할 법적장치 등이 구축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후보의 전향적 반향의 의미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현재로선 차기대권에 가장 근접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보인 반응이다. 이 후보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었다. 대선에 미칠 영향을 경계해서였다. 그러나 합의문 발표뒤 이 후보가 보인 반응은 상당히 전향적이다.
이 후보의 핵심측근인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긴급회의후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면서 특히 경협과 관련해선 "남북경협과 관련한 합의는 이미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비핵 개방 3000 구상' 및 '신한반도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며 "이번 경협이 북한의 개혁 개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남북경제공동체를 향한 실질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적극적 평가를 했다.
이 후보가 보인 반응은 정상회담에 부정적 반응으로 일관할 경우 예상되는 '역풍'을 의식한 전술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후보가 정주영 회장 아래서 정 회장의 대북 드라이브를 지켜본 당사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 회장은 1989년 전격적인 금강산 방문 당시 벌써 경의선-동해선 개발을 양대 축으로 시베리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거대한 대북개발 플랜을 세운 뒤 "이것만 성사되면 현대그룹은 아무런 수주를 안해도 10~20년은 끄덕없을 것"이라고 호언했었기 때문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 선언'은 이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 이 선언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초당파성이다. 현정권이든, 차기정권이든 초당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구만리 장천을 나는 대붕의 '거대한 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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