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의 K리그 경기에서 발생한 관중난동사태와 관련, 인천 구단과 관련 선수들이 한국프로축구연맹(프로연맹)으로부터 각각 벌금, 출장정지 등의 징계를 받은 가운데 당시 오심과 보상판정 등의 논란을 빚으며 경기를 원만하게 진행하는데 실패한 유선호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들도 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프로연맹이 이를 비공개 자체징계로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프로연맹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경기의 심판진들은 금주초 별도 심판위원회에서 징계가 결정될 것이며, 일단 실제적인 징계가 내려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징계내용에 대해서는 언론과 팬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프로연맹은 지난 시즌에도 경기중 페널티킥을 선언한 주심에게 선수들이 항의하자 '비디오판독 결과 오심임이 밝혀지면 몇 경기 쉬면 그만'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선수들에게 한 심판에 대해 징계를 내렸고, 문제의 심판은 상당한 기간동안 주심으로서 배정받지 못하고 시즌 말미에 가서야 대기심으로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이 내용은 철저히 자체적인 징계였고,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았다.
이렇듯 K리그 심판들이 문제가 있는 판정을 내려 징계를 받는 과정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는 반면, 매주 우수심판을 선정하는 과정은 매우 공개적이다. 오심과 편파판정의 논란이 고개를 숙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들의 사기진작이라는 미명하에 팬들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연맹의 우수심판 선정내용은 꿋꿋이 프로연맹 홈페이지에 발표되고 언론에 보도를 유도하고 있다.
프로연맹의 K리그 심판들에 대한 이중적인 상벌운영을 두고 팬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비뚤어진 권위의식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있었던 K리그 심판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성 심판부위원장은 "심판들의 오심과 이에 따른 자체 징계내용을 일일이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피력한바 있다. 프로연맹과 K리그 심판진 내부의 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이었다. 물론 이날 이 부위원장은 한편으로 향후 심판들의 징계내용에 대해 가능한 언론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K리그 사상 초유의 관중난동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인천-수원전과 관련하여 당시 관중난동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인천 구단과 선수들에게는 비록 '싸구려 면죄부'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프로연맹으로부터 징계결정이 내려졌고, 이 내용은 언론을 통해 모두 공개됐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당시 관중난동사태를 촉발시킨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할 수 있는 심판진들에 대한 처분이 어떻게 내려질까에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팬들이 그 결과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결국 '상 줄땐 공개, 벌 줄땐 비공개'라는 프로연맹의 K리그 심판들에 대한 이중적인 상벌운영이 계속되는한 팬들은 '그들만의 훌륭한 심판'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어도 K리그의 수준을 떨어뜨린 '멍청한 심판'이 누구인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지난달 30일 성남탄천구장에서 벌어진 성남일화와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도중 관중석의 인천팬들이 K리그 심판진의 분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뷰스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