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극우는 노무현 편인가?
[이연홍의 정치보기] <7> 극우의 '新야당 창당론'
그러니 이런 야당은 있으나마나한 야당이란 논리다. 그래서는 좌파정권과 맞설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새 야당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새삼스러운 주장은 아니다. 벌써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별 반향이 없었다. 보수 보다는 극우쪽 주장이어서 그랬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좀 달라지는 양상이다. 극우가 아닌 쪽에서도 그런 얘기를 한다. 굳이 따지다면 일반 보수 세력이랄까. 보수언론의 보수논객들도 그런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과연 그들의 주장이 옳은 걸까. 보수입장에서 볼 때말이다. 그걸 한번 따져보자.
우선 그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정권교체다. 노무현 정권의 정권재창출을 막자는 거다. 그래서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거다. 너무 나약하다는 논리다. 그러니 투쟁적으로 변하라는 주문이다.
그들의 목표를 비난하고 싶진 않다. 다만 그 방법론을 지적하고 싶다. 과연 투쟁적으로 변해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걸까.
그걸 알아보자면 지난번 대선 패배의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이회창씨는 왜 졌을까. 이회창씨야말로 그들이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투쟁적이었다. 보수 세력들은 이회창씨에게 투쟁을 주문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왜 졌을까. 덜 투쟁적이어서였을까. 아니다. 내가 볼 땐 너무 투쟁적이어서다. 그래서 진 거다. 이회창은 친(親)노무현한테 진 게 아니다. 이회창은 '반(反)이회창'한테 졌다.
반(反)이회창속엔 물론 친(親)노무현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소수였다. 한마디로 노무현이 되는 걸 원한 사람보다 이회창이 되는 걸 싫어한 사람이 많아서였다. 좌파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우파가 적어서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이회창이 되는 걸 싫어한 사람이 많았을까. 투쟁적인 걸 싫어하는 국민 정서 때문이 아니었을까. 투쟁은 시대적 요구가 아니었다. 그들이 보수였다. 그게 표로 나타난 거다.
그렇다면 지금은 투쟁이 시대적 요구인가. 극우세력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좌파 장악을 막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일까. 내가 볼 땐 아니다다. 국민의 입장에선 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
노무현 정권이 좌파이기에 인기가 없는 건 아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무능해서다. 그래서 투쟁이 우선 순위일 순 없다는 얘기다.
세상엔 극우만 존재하지 않는다.극좌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극우도 극좌도 소수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기만의 생각을 강요한다. 특히 극우가 더 그렇다. 극좌는 자기들이 소수인 줄 안다. 그래서 전략적이다.
그러나 극우는 소수임을 모른다. 그러니 전략이고 뭐고가 없다. 착각을 한다. 극우면서 스스로를 일반적 보수라고 여긴다.
물론 우리 사회 상당수가 보수다. 그러나 그들이 극우는 아니다. 그럼에도 극우는 보수와 한 몸인 줄 안다. 그것이 보수가 밀리는 이유다. 바로 극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처럼 새 야당을 만든다 치자. 결국은 갈라지란 얘기다. 투쟁적 그룹이 뛰쳐 나오라는 얘기다. 덜 투쟁적인 그룹을 남겨두고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누가 가장 좋아할까. 그들의 타도대상이다. 노무현 정권이다. 결국 노 정권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거다.
그들의 고민은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거다. 그걸 해소하는 여러 방안이 있을 게다. 무엇을 가장 선호할까. 막강한 주자가 없을 때말이다.
'대선 후보 대진표'다. 그것을 유리하게 짜는 거다. 여당표는 하나로 모으고 야당표는 갈라놓는 거다. 박근혜 이명박이 모두 나오면 최상이다. '3자 필승론'이 그것이다.
실은 역대 선거마다 그랬다. 제3의 후보가 있었다. 노태우 정권땐 정주영이 있었다. 김영삼 정권땐 이인제가 있었다. 두 후보는 표를 분열시켰다.
그렇다면 극우세력의 주장은 뭐란 말인가. '새야당 창당론'말이다. 결국 제3후보를 만들자는 얘기 아닌가. 타도대상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꼴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을 보자. 문제가 없진 않다. 개선의 여지가 많다. 그렇다고 간판을 내려야 할까. 둘로 갈아져야 할까.
한나라당은 지금처럼 했기에 얻은 것도 없지 않다. 극단적 비토세력의 결집을 막은 측면이 있다. 4년전의 반이회창같은 비토세력 말이다.
덜 투쟁적이었기에 가능했다. 한나라당이 지금 필요한 건 뭘까. 극우세력의 결속력을 높이는 건가. 아니다. 어차피 그들은 한나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간층을 끌어들여야 한다. 특히 중도 좌파다.
그들을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극우의 주장처럼 모든 개혁시책들을 무조건 반대해야 할까. 대북정책, 부동산 정책 모두 반대해야 하는 건가. 아니다.
그렇게 한다면 극우세력들은 박수를 칠 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소수로 내몰린다. 그것은 노무현 정권이 하듯이 하란 얘기다. 그들의 실패는 중도우파를 끌어들이지 못한데에 있다.
쌈박질만 잘해야 야당은 아니다. 물론 한나라당은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보다 세련되어야 한다. 차떼기 정당의 이미지도 바꿔야 한다. 보수는 그걸 도와줘야 한다.
문제는 극우세력들이다. 그래서 보수가 각성해야 한다. 보수가 극우를 야단쳐야 한다. 그래서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요원해 보인다. 보수가 풀어져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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